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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r 18. 2024

류준열·한소희의 환승연애가 왜 문제인가?

한국 사회에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 최고의 미녀 반열에 오른 한소희의 이른바 ‘환승연애’가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류준열이 7년이나 사귀던 혜리를 ‘버리고’ 한소희를 사귀었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에 불을 댕긴 것은 혜리가 소셜 미디어에 ‘재밌네’라고 심경을 밝히자, 한소희도 ‘저도 재밌네요’라고 받자 마치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치고받는 모양새가 되면서 네티즌들이 때는 이때다 하고 물어뜯기를 시전 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판도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재밌어지는 판에 연예계도 재밌어지니 재밌다.     


남녀가 사귀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에 해당하는 것이니 누가 누구와 어찌 사귀든 알 바가 아닌 일이다. 이른바 ‘성적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어 외도도 합법인 세상인데 미혼의 청춘 남녀가 사귀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말이다. 그런데 이리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당연히 그 주인공이 한소희, 혜리 그리고 류준열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연애를, 그것도 환승연애를 하는 것 같으니 ‘재밌네!’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잘난 연예인의 흠집을 잡는 것만이 아니라 남이 사귀는 일에 참견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사달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는 남을 윤리·도덕의 잣대로 단죄하는 데에서 쾌감을 느껴왔다. 특히 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나 그것이 환승연애, 다시 말해서 바람이라면 문제가 전혀 달라진다. 한국 사회에 워낙 내로남불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만, 그리고 외도마저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존중되는’ 사회이지만, 바람은, 특히 남자나 여자의 양다리는 분노를 유발할 만한 사안이 된다. 게다가 양다리 치다가 과거에 사귀던 파트너를 차버린 경우에는 채인 파트너에게 감정이입이 순식간에 되면서 새 애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그런데 혼인 관계를 맺은 상태가 아닌 연애의 경우 과연 그 정도의 분노 유발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부부는 공개적인 혼인 서약과 법적 신고를 통해 수립되는 사회적 계약 관계를 맺는 것이기에 그 관계의 변화에 법적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외도가 형사 처벌의 대상은 안 되지만 여전히 민사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나라가 남녀의 지극히 사적인 사안인 ‘섹스’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개인 간의 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를 막을 도리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혜리와 류준열이 7년 넘게 사귄 깊은 관계라고 해도 계약으로 맺은 부부가 아니라면 법적 책임을 질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한국의 어떤 법에도 연애하면서 양다리 걸친 것에 대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피해자’에게 보장하는 경우도 없다. 그래서 파트너의 애정이 식었다면 쿨하게 보내주는 것이 편할 법도 하다. 그러나 남녀 관계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남녀가 몸을 섞은 관계라면 그것도 7년 넘게 그 관계를 유지했다면 특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사랑은 변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그런 질문은 중세에나 가능했을 것이다.   

  

평생 플라토닉 러브를 유지했다는 소문이 자자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있었다. 40살의 교수 아벨라르는 개인 교사로 가르치던 17세의 문자 그대로 꽃다운 엘로이즈에 반해서 이성을 상실한다. 나중에 쓴 편지에서 아벨라르는 자기가 엘로이즈를 유혹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엘로이즈는 서로 눈이 맞은 것이라고 아벨라르를 두둔한다. 그러나 둘 사리를 눈치챈 엘로이즈의 삼촌이자 아벨라르의 후견인인 풀베르가 둘의 미래를 생각하여 갈라놓았다. 40세의 아벨라르는 당시 최고의 석학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세 시대에 교회 안에서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독신을 유지해야 했다. 지금의 동방정교와 비슷하다. 주교가 되려면 결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사제도 결혼할 수 있지만 그 대신 고위 성직은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번 타오른 불꽃을 어찌 끌 수 있다는 말인가? 삼촌이자 후견인인 풀베르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몰래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엘로이즈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일이 이 정도까지 진행되자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에게 청혼했고 엘로이즈가 이를 받아들였다. 비록 속도위반이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남편인 아벨라르가 혼인한 사실이 밝혀지면 출세에 지장이 있을 것을 염려한 엘로이즈는 혼인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다름 아닌 삼촌이 둘의 혼인을 공개해 버렸다. 그러자 엘로이즈는 혼인한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자 삼촌은 당연히 화를 냈고, 후환이 두려운 아벨라르는 임신한 엘로이즈를 아르장퇴유의 수녀원에 피신시켰다. 엘로이즈를 빼돌린 것을 알고 분기탱천한 풀베르는 부하들을 시켜 아벨라르를 거세시켜 버렸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아들 아스트롤라베가 태어나자 플베르는 두 사람을 수도원과 수녀원에 보내 버렸다.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두 사람은 이때부터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플라토닉 러브의 전설이 된다. 2년 정도의 불타는 사랑의 여운이 20여 년에 걸려 편지로 이어지고 나서 아벨라르는 1142년 63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엘로이즈는 또다시 20여 년을 더 살고 1164년에 역시 63세로 사망한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의 유해는 수습되어 나란히 한 무덤에 묻혔다. 그들의 무덤은 현재 파리의 가장 큰 공동묘지인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 있다. 이 무덤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처녀·총각의 성지가 되어 요즘에도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실 환승연애가 대세나 다름없어진 요즘 한국에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은 어떻게 비칠까? 류준열은 1987년생이니 이제 38세다. 1994년생인 혜리와 한소희는 30살이다. 나이 차가 좀 있지만 20살 이상 차이 나는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관계를 비교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른바 ‘알 거 다 아는’ 나이인 30대의 남녀에게서 플라토닉 러브를 찾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일 아닌가?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그것도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를 목청껏 불러대는 한국에서 플라토닉 러브라니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고, 심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쿨하게 원샷하고 버리는 것이 대세인데 구질구질하게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처럼 불타는 사랑은 단 2년만 하고, 서신만 교환하는 플라토닉 러브를 20년, 거기에 더해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며 독수공방만 20년을 더 한다고? SNL에 자주 나오는 말이 귀에 울리는 듯하다. “미친 거 아냐?”   

  

그렇다. 사랑은 미친 짓이다. 다만 어떻게 미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처럼 미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류준열과 한소희처럼 미친 듯이 환승연애 하는 것 또한 사랑이다. 어차피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법률 용어도 만들어진 판에 무엇이 두려울 것인가? 어떤 사랑을 선택하냐고? It’s up to you! 사랑에 정답은 없다. 불멸의 사랑으로 역사에 남는다고 누가 알아주나? 내가 죽고 나서 유명해져 봐야 쌀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그냥 오늘 질펀하게 잘 놀다 죽는 것이 최고 아닌가 말이다. 살아 있을 때, 그것도 젊을 때 실컷 놀다 죽어야 여한이 없는 것 아닌가? 어차피 인류의 미래도 어둡다는 데 훗날의 명성을 뭐 하러 걱정할 것인가 말이다. 오늘 즐기기도 바빠 죽겠는데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플라토닉 러브? 그 누가 잘하는 대로 ‘개 사과’나 던지고 말지. 그러나 어쩐지 그 사랑이라는 소중한 것이 한국 사회에서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문득 애처롭다. 어차피 한국이라는 나라가 ‘빨리빨리’를 모든 것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나라다 보니, 이제 사랑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담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처럼 원샷하고 버리고 또 새로 주문하게 된 것 같아 뭔가 허전하다. “라면, 먹을래요?”라고 초대했다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 비록 대답이 없어도 봄날은 또 가는 법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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