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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Feb 28. 2024

입양하지 말아야 할 ‘예쁜’ 명품 개가 있다고?

성형 왕국의 인간계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몇몇 품종의 이른바 명품 개는 매우 인기가 있고 비싸다. 그런데 그 비싼 이유는 인간의 맘에 들도록 여러 번 품종 개량을 한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의 눈에 이쁜 개가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태어날 때부터 평생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개 엄마’들이 개 식용이나 불량한 사육 환경을 더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정작 내가 기르는 그 예쁜 ‘명품 개’가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개 시장도 이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정신이 침투하여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고, 더 나아가 명품 개가 더 비싸고 비싼 개는 더 탐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가 성립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 고급스럽고 더 비싼 명품으로 플렉스 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내 눈에 이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의 발로에 불과한 것이다.    

 

이른바 명품 개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쁜 숨, 알레르기, 뼈와 연골 문제, 눈과 피부 염증을 포함한 여러 고통스러운 부작용으로 평생 고통을 당한다. 그 이유는 개가 원래 타고난 해부학적 구조를 강제로 바꾸는 인위적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예쁨” 때문이다.     


‘약을 먹지 않은 천식 환자’의 증상이 퍼그, 잉글리시 불도그, 프렌치 불도그에 자주 발생한다. 근친교배로 나타난 ‘짧은 머리’로 코와 목으로 이어지는 기도가 머리뼈의 매우 작은 공간 안에 문자 그대로 압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폐에 공기가 충분히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이 품종의 개는 평생 호흡 곤란을 겪는다. 특히 음식을 삼키기 전과 삼킨 후에 항상 숨을 헐떡여야 하므로 먹는 것조차 어렵다.     


닥스훈트와 바셋하운드는 허리 디스크, 마비, 관절 문제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이 개들은 다리가 너무 짧고 등이 너무 길어서 나중에 애견 휠체어를 끌고 다녀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전신 마비 증상이 오면 개가 아무 때나 배변하고 오줌이 가득 찬 방광을 문자 그대로 손으로 쥐어짜 주어야 한다.      


가짜 속눈썹, 지나치게 많은 털, 너무 앞으로 튀어나온 눈을 가진 시추, 치와와, 요크셔테리어는 늘 눈이 따가운 느낌이 들게 된다. 눈꺼풀에서 작은 털(가짜 속눈썹)이 자라서 계속 각막을 문지르다 보면 눈에 수분을 공급할 눈물이 충분하지 않게 된다. 결국 만성 자극으로 안구에 색소가 형성되어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저먼 셰퍼드는 이른바 ‘백다운’ 체형을 만들기 위한 인위적 교배로 몸 앞쪽은 떡 벌어지고 뒤쪽은 경사지는 체형을 지니게 되어 결국 고관절 이형성증이 발생한다. 그래서 6살쯤부터 관절 문제가 발생하고 나중에는 인공 고관절 삽입 수술을 해야 할 정도에 이르게 된다.    

 

원래 왕실에서 기르던 애완견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의 약 50%는 머리뼈 내부의 뼈가 과도하게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두개골 내압이 증가하고 뇌척수액 순환이 중단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지닌 개들은 끔찍한 두통으로 우는 소리를 내고 비틀거리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다.


불마스티프, 세인트버나드, 도그 드 보르도와 같은 개는 품종 개량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피부가 생겨나서 눈꺼풀이 많이 처지게 된다. 그래서 눈이 건조해지고 염증이 생기는 바람에 눈이 지속적으로 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콜리와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는 품종 개량을 통해 눈이나 털의 색깔이 검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했다. 그 덕분에 애견가들의 인기를 많이 끌게 되었다. 사실 이는 DNA 결함으로 발생한 것으로 색상의 검은 부분이 기형적인 파란색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멀 돌연변이 개체 중 두 가지가 교배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 품종의 개 가운데 25%는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 청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고 심한 경우 사산이 발생한다. 그래서 독일 같은 일부 국가는 이런 식의 번식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정도다.    

 

털 색깔을 밝게 만들기 위한 품종 개량은 개가 알레르기와 탈모 증상을 겪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좋아하는 색깔과 모양의 개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의 품종을 개량한 결과 나타나는 부작용은 이 밖에도 많다. 과연 보기에 좋다고 이런 식으로 개의 육체적 형태를 변형시켜 가면서 즐길 필요가 과연 있을까?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개들이 평생 병원을 드나드는 고통을 당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주인이 떠안아야 하는 이 부조리한 상황의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까? 아무도 안 진다. 자본가는 개를 이용하여 막대한 돈을 벌고 돈 많은 사람들은 명품 개를 끌고 다니며 플렉스 하는 쾌락을 즐기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다행히도 인간의 ‘품종 개량’은 아직 이러한 ‘개판에’ 이르지는 않았다. 인간에 대한 유전자 조작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해서 그 껍데기만이라도 바꾸어 품종 개량 흉내를 내보려고 혈안이 된 인간이 넘쳐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한국 여자들에게 널리 퍼진 성형 중독은 이제 세계 1위의 성형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누리게 될 정도가 되었다. 그 성형의 비용은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에서 파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성형 수술로 떼 돈을 번 성형외과 의사들은 명품 소비로 플렉스하고. 궁극적으로 보면 성형 중독에 걸린 여자나 그런 여자를 이용해서 큰돈을 버는 성형외과 의사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농간에 놀아나는 희생자일 뿐이다. 그러나 무슨 소용인가? 예쁘고 돈 많으면 그만인 세상이니 말이다.      


결국 인간 자신도 개와 마찬가지로 ‘예쁜’ 것을 선호하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막대한 초기 성형 비용과 성형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이른바 A/S시술 비용이 끊임없이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예쁨’을 뽐내고, 게다가 운이 좋으면 권력자의 눈에 들어 평생 호의호식할 수 있는데 그 정도 비용과 아픔이 문제이겠는가? 그러니 겉은 예쁜데 속은 골병이 들어도 버티려고 문자 그대로 ‘발악’을 하는 것이다. 뼈를 깎고 피부를 도려내고 심지어 지방도 빼내어 여기저기 이식하다 보면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그래서 50~60대에 이르면 대부분 그런 성형의 부작용이 드러나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선풍기 아줌마’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때나마 젊을 때 ‘예쁨’을 누리며 살다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여자들이 태반인 것이 솔직한 한국의 얼굴이다. 도대체 왜 이리되었을까? 결국 대한민국의 하늘을 배회하는 ‘플렉스’라는 시대정신과 집단의식 때문이다.      


뉴스를 보니 요즘 MZ세대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단다.(링크: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005199&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 정말 자기 자신만 위해 산다. 희생을 꺼린다. 엄청난 개인주의. 리더도 없다. 굳이 말하면, 같이 사는 법을 모른다. 자기가 행복하고, 잘 살고 싶다.

- 개인의 행복과 동떨어져 보여 정치에 관심도 별로 없다.

- 어떻게든 돈 벌어서 일 안 하고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돈을 사랑하지만, 문제는 실행력이 없다.

- 한 마디로 '답이 없다.' 그 말은 한편, 규정된 정답을 거부하고 '다양하다'는 뜻이지만, 다른 한편 '길이 안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 실제로 워라밸에 관심이 많다. 조금만 일해서 돈을 벌어도 즐기려고 한다. 현재도 부양가족이 없고, 결혼과 출산을 크게 생각하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먹고, 쓰는 게 중요하다.

- 내적으로 단단한 사람보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그저 '예쁘고, 멋있다' 정도를 넘어 그들의 모든 것을 옳고, 좋게 보며, 숭배심도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니 더 나이 든 세대도 별 다를 바 없는 세계관에 지배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몸은 50대” 비밀 고백했다…92세 이길여 ‘최강 동안 비결’”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언론을 도배한다.(링크: https://v.daum.net/v/20240227230026632?f=p) 도대체 나이가 90이 넘었는데 몸은 50대면 그 몸을 어디에 써먹을 것이란 말인가? 그러다 보니 시쳇말로 나잇값을 못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사회의 지극히 병든 집단의식을 고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나잇값 못하는 것을 오히려 자랑으로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한민국의 집단의식이고 시대정신이니 이러한 추세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가 사람보다 나은 세상이 되었고, ‘예쁘고, 멋있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도태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특히 MZ세대가 개인주의와 치열한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 적응하느라고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예쁘지 않으면 취업도 안 되니 말이다. 더구나 결혼이라는 ‘짝짓기 시장’에서도 치명적인 외모가 큰 변수가 되는 세상이니 더욱 그렇다. 이제 ‘외모도 능력이다.’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인정되는 사회가 아닌가? 그러나 취업도 결혼도 문자 그대로 ‘물 건너간’ 세대도 똑같은 외모지상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어찌 해석해야 할 것인가? 그저 크리슈나무르티가 말한 대로 깊이 병든 사회에 적응하려고 안달이 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러나 그런 사회에 적응하다 보면 위에서 말한 ‘명품 개’들과 마찬가지로 속으로는 심각한 골병이 들 것인데 과연 그 개인적, 사회적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썩어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는 느낌이다.    

 

흔히 이런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한 치유책을 내놓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물질주의, 외모지상주의, 성과주의, 그리고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 그것도 극한의 탐욕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데 어찌 그런 주장이 먹힐 것인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적 시장경제가 발을 디딜 틈을 주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더욱 악화될 것이고 안으로 골병든 사회의 병리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저 동료 시민이 무명에서 깨어나기를 바랄 뿐인데, 현재로서는 mission impossible이 아닐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책 읽을 시간에 강남 성형외과 갈 돈을 모으기에 더 바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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