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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2. 2024

윤 대통령이 총선을 진작 포기한 이유는?

어차피 권력은 무조건 3년 더 유지된다.

어제 윤 대통령이 의사 정원 2,000명 증원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기 전 언론에서는 뭔가 타협의 신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고집은 확고했다. 한마디로 내가 옳으나 따라오라는 말이다. 이미 총선의 판세가 기운 마당에 윤 대통령의 양보와 협조를 바랐던 국민의힘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꼴이 되었다. 사실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힐 때 사람들은 그가 윤석열 아바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 한동훈이 몇몇 측근의 부추김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한때 독립 선언을 할 줄 알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한동훈 신드롬도 그 열기가 식으면서 결국 국민의힘 차기 대선 주자로 얼굴을 알리는 일에만 전념하는 중이다. 어차피 국민의힘 공천에 검찰 사단을 밀어붙이는 일을 ‘김건희 리스크’를 막기 위해 포기한 마당이니 더 이상 총선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 수준으로 총선을 포기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다. 왜 그럴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잘 싸운 패자의 모습을 보이는 데 익숙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스타일만을 이유로 볼 수는 없다. 이미 용산에서는 총선 후 대책 도상 훈련에 들어간 모양새이니 말이다. 천하의 김여사가 4달 가까이 얼굴을 밖으로 내밀지 않는 초인적인 인내력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아 회심의 반격 카드를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카드가 과연 무엇일까? 용산의 중요한 결정은 김여사의 작품이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진 현실에서 2,000명을 밀고 가는 윤 대통령의 자세에도 읽을 코드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남은 변수는 오로지 두 가지뿐이다. 곧 야권에 200석을 넘기느냐 아니면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느냐이다. 그러나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야권이 200석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말대로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51석을 가져가고 비례대표를 조국혁신당과 더불어 60% 이상을 가져가 28석을 확보한다면 21대 총선과 비슷한 179석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지역구 103석을 국민의힘이 가져가고 비례대표에서 30%를 먹으면 14명이 되어 모두 117석을 차지하게 된다. 물론 군소 정당이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의석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탄핵 정족수를 야권에 넘기는 비극은 지금으로 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바로 이런 계산은 용산에서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레임덕이든 데드덕이든 박제된 오리라도 3년 더 끌고 가면 그만 아닌가? 그리고 만약에 야권이 200석을 넘겨서 탄핵 정국이 수립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그동안 벌인 일에서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을 문란하게 해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최종 인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 리스크’에 위법적인 요소가 담겨 있고 디올 백 수수가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의 죄로 남편을 탄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박근혜의 경우 최순실이 국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명료해서 죄를 물을 수 있었지만, 김여사가 국정에 개입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 물론 해외에 나가서 명품 쇼핑을 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자리에서 김여사 나대기 시전을 한 것은 눈꼴사나운 짓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국정 농단이나 헌법 위반이라는 어마어마한 죄와 연결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름 아닌 윤 대통령이 법 전문가이니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윤 대통령의 맘에 든 정당도 아니고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을 방패로 삼아 권력 유지에만 골몰했던 처지이니 서로 속정이 생길 이유도 필요도 없다. 3년 후면 각자의 길을 갈 것이 뻔한데 잘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용산과 국민의힘은 각자도생에 몰두할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힘에 대한 믿음을 버린 지 오래다. 더구나 국민의힘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을 꿈꾸는 한동훈에게 좋을 일을 굳이 윤 대통령이 나서서 할 필요는 더욱 없는 일 아닌가?     


어차피 되고 싶지 않은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아내가 좋아하니 해외여행도 자주 했으니 별로 아쉬울 필요가 없고 밑질 것도 없는 장사였다. 앞으로 3년 동안 몸조심하면서 최고 권력자로서 즐길 것을 다 즐기다가 내려오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해도 패닉 반응을 보일 것도 없는 일이다. 그저 미국이 부르면 달려가서 노래 한 곡조 뽑아 기쁨 주고 사랑받으면 된다. 일본은 조용하니 더 이상 건드릴 것도 없고, 북한은 공포 분위기 조성에 무척 애를 쓰는 모양이지만 벌써 시작된 권력 이양 작업에 앞으로 더욱 많은 에너지를 쓸 모양이니 큰 사달이 날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러니 윤 대통령이 굳이 나서서 나라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일 필요도 없는 일 아닌가? 그저 후보 때 말한 대로 잘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권력을 누리다가 내려오면 그만인 것이다.     


문제는 한동훈이다. 총선이 끝나면 결과와 무관하게 떠오르는 별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길 것이 뻔한 일 아닌가? 다행히 한동훈이 원내 진출은 못 하지만, 그래도 비대위원장으로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총선 이후 초토화된 국민의힘에 별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이니 한동훈 체제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총선 패배 책임 논쟁에서 윤 대통령은 당연히 직격탄을 맞을 것이 뻔하니 한동훈이 그 틈을 비집고 차기 대선 주자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 뻔한 이치다. 그러나 늘 말하는 대로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는 법이다. 3년이 지나야 뜨는 태양 때문에 벌써 빛을 가리는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니 한동훈의 검찰 캐비닛 파일을 적절히 이용하는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일단 한동훈의 딸 유학을 둘러싼 사달과 처가 식구들의 ‘비리’는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 뻔하다. 물론 한동훈이 정말로 대권에 관심이 있다면 국민의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윤석열 사단에 맞서 대항군을 소집할 수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윤 대통령은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김건희 리스크’만이 아니라 본인의 검찰 캐비닛 파일도 있다. 그것을 최후의 결전에서 한동훈 사단이 꺼내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런 윤·한 극한 대결이 벌어지면 여권이 분열되고 여권의 분열은 보수 진영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쉽게 그런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공멸이 뻔히 보이는 데 머리 좋은 윤·한 사단이 쉽사리 택할 카드가 아닌 것이다. 총선 이후의 상황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은 당연히 김여사의 행보다. 4개월이나 참고 은둔하는 동안 쌓인 에너지를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분출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권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눈덩이처럼 커진 ‘김건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대응책은 고사하고 반응을 내놓지 않는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은 일단 커 보인다. 총선에 패배했어도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을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다음 국민은 한국 대통령의 권력이 무소불위의 수준에 있다는 진실을 깨닫는 중요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건드릴 엄두를 못 낼 것이 뻔하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잡겠지만 3년 남은 차기 대선 정국 준비에 바로 들어가야 하기에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진보 진영 내부의 권력 싸움이 바로 일어날 것도 뻔하다. 그러니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 행보는 급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상황을 판단해 볼 때 국민의힘이 대패를 해도 윤석열 정권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탄핵 정국이 수립되어도 탄핵이 힘들고 설사 탄핵이 되어도 이명박, 박근혜처럼 결국 사면 복권될 것이니 긴 호흡으로 기다리면 그만이다. 물론 ‘김건희 리스크’는 분명히 한 번은 짚고 넘어갈 일이겠지만 너무 오래 붙들고 있으면 오히려 ‘만만한’ 여자만 건드린다는 여론이 행여 일게 되면 안 건드리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실 ‘김건희 리스크’를 파보면 김명신이나 김건희라는 한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묻고 개인적인 민형사적 범죄 행위를 다루면 그만일 사안들로 구성되어 있다. 국정 문란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될 만한 아이템은 딱 집어내기 힘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김건희 리스크’를 터뜨려 봐야 야권에서도 차기 대선 가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무심하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버틸 수 있다고 확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천심을 반영하는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는 하늘도 모르는 법 아닌가? 하늘은 불고 싶은 대로 바람을 불게 하는 법이니 말이다. 암튼 총선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모든 것을 걸고 사생결단을 내리는 분위기지만 뜻밖에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도 윤석열 정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고 헌법 개정까지 하여 한국 정치 지평을 바꾸는 천지개벽을 이루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도 지난 2년 동안 쌓인 국민의 분노가 어느 방식으로든 터져야 하고 그 방향과 강도에 따라 정치의 변혁이 일어야 할 것이니 총선에 기대를 거는 국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한번 뽑으면 대통령은 5년을 국회의원은 4년을 맘대로 해 먹어도 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국민이 기대하는 나라가 쉽사리 올 수는 없어 보인다. 수시로 권력자를 견제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제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도 봄이 왔으니, 한국의 정가에도 훈풍이 불기를 바랄 뿐이다. 여의도에 만연한 독버섯이 제거되어 국민이 더 이상 분노만 키우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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