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뉴욕에서 4년 살았는데요. 마피아가요. 마피아 조직도 아이하고 그 집안 부인하고는 안 건드립니다.”
이런 말은 진행자의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나온 말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나왔을 때 대통령이 좀 더 단호한 조치를 내렸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잖아요. 혹시 이것도 그러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정과 상관있는 걸까요?”
이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어법 아닌가? 조국 대표의 아이와 부인을 완전히 망가뜨린 윤석열 검찰 사단은 그럼 마피아보다 못된 패거리라는 말 아닌가? 김여사 실드 치려다가 오히려 역공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힘에 모인 자들은 이상하게 하나같이 이 모양이다. 어제는 한동훈이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다.”라는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키더니 오늘은 인요한이 이런다. 개와 마피아가 나왔으니, 다음은 무엇일까?
인요한은 전라도에서 태어나 5·18 때 민주항쟁에 동조한 것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다. 그런데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발언한 것을 분석해 보니 완전 골통 보수의 시각으로 한국 정세를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힘의 모든 언행을 실드 치기에 바쁜 모양새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어차피 이중국적자이니 언제든 이승만처럼 망명할 필요도 없이 미국으로 뜰 수 있는데 왜 한국에서 한 자리 차지하려고 이리 혈안이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가 하는 말을 보면 하나 같이 가관이다. 진행자가 총선 출마 안 한다고 했다가 왜 번복했냐고 물으니, 다음과 같이 답을 했다.
“그래서 저희 집안이 할아버지는 3.1 운동 신사참배 반대, 저희 아버지는 참전 용사, 외삼촌도 참전 용사, 가만히 혼자서 생각해 보니까 혁신해서 한 일들이 완성되는 걸 보려면 다시 참여해야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와 병원 어른들한테 선배들한테 물어봤는데 전부 다 학교 일, 병원 일 중요하지만 나라 일을 돕는 것이 우선이다. 들어가라 그래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
뭔가 길게 답을 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이런 화법은 한동훈과 똑같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 이야기만 한다. 그리고 무슨 뜻이냐고 되물으면 이해 못 한 네가 잘못이라는 투다.
그리고 진행자가 이번 선거가 정권 심판의 의미가 있다고 하니 다음과 같이 답을 한다.
“너무 너무나 웃긴 얘기예요.”
그래서 진행자가 이유를 물으니 다시 다음과 같이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다.
“우리 문 정권부터 봅시다. 백두산에 가서 손들고 만세 부르고 그다음에 조금 후에 보니까 북쪽하고 연락사무소 폭파시키고 있고 그게 무슨 정책 성공입니까? 탈원전도 대한민국이 제일 원자력을 잘하는데 그런 걸 탈원전 한 것도 지혜스럽지 못했고요. 지금 우리 경제가 나쁜 것이 전 정권의 잘못한 일을 뒤처리하고 있어요. 기억이 너무 짧아서 그래요. 거기다가 2년 동안 윤 대통령, 대통령 된 거 누가 윤 대통령 만들었죠? 민주당이 못해서 이름을 잘 거론하기 싫어하는데 추미애, 조국, 이런 분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어떻게 보면 탄생시킨 게 민주당의 힘이 더 컸어요. 근데 이제 와서 2년 동안 발목 잡고 막 힘들게 하고 독선하고 정쟁하고 그리고 우리가 심판받아야 된다고요? 심판받아야 될 자들은 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이 심판받아야 돼요.”
이 정도면 거의 한동훈 찜 쪄먹을 수준에 이른 화법이 아닌가? 갑자기 문재인 정부 욕을 하다가 심판을 민주당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궤변을 논리라고 늘어놓는 모습이 어쩌면 그리 한동훈과 싱크로인지 모를 정도다. 국민의힘에서 물을 먹으면 다 이 모양 이 꼴이 되는 것인가? 정말 신비할 지경이다.
여기에 더해 진행자가 윤 대통령에 관해 한 질문에 대한 다음과 같은 답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 굉장히 인간적이고 대통령 비판할 건 딱 하나밖에 없어요. 정이 너무 많으세요. ... 정 많아요. 국민들이 잘 몰라요. 앉아서 1대 1로 대화하면 그리고 무슨 검사 출신이다 독단, 천만에요. 얘기하면 제가 대통령님하고 100% 의견이 같지 않은 것도 많은 걸 던져보고 대답도 받고 우리 둘 다 뭐랄까. 전라도에서는 뭐랄까. 이 배짱이 맞다고 그럴까요? 그리고 국가를 너무너무 사랑하세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전 정권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된다.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빚을 남기면 안 된다, 이 말씀을 또 굉장히 강하게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정이 많아서 이태원 참사 때 그 난리를 친 것인가? 채상병 사달로 문제가 되자 국방장관을 하루아침에 호주 대사로 만들어 내보내고 시끄러우니 불러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대사 임명장 원본이 전달되지도 않은 때 호주 대사에서 파면시키나?
그리고 정이 많다면 김건희 리스크가 나왔을 때 국민을 생각하여 단호한 조처를 해야 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서두에 언급한 마피아 운운한 내용이다. 이 내용은 중요하니 전문을 그대로 다 인용해 보겠다.
“제가 굉장히 심한 얘기를 할게요. 제가 뉴욕에서 4년 살았는데요. 마피아가요. 마피아 조직도 아이하고 그 집안 부인하고는 안 건드립니다. 야, 그거 좀 거기에, 거기에 프레임을 짜서 민주당 사람들이 잘하는 거는 프레임을 짜서 다 지나간 일들을 가지고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거기에 집중, 여러분들이 거기에 끌려다니더라고요, 계속 고장 난 축음기처럼. 다 지나간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많아요.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전 세계는 지금 계속 뛰고 있는데 우리 같이 뛰어야 돼요. 대한민국의 이익을 찾아야 돼요.”
조국 대표의 딸과 아내는 윤석열 검찰 사단과 조국 장관이 맞대결하는 와중에 유탄에 맞아서 군사용어로 말하자면 이른바 collateral damage를 당한 꼴이다. 그러나 김여사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라고 부를 만큼 여러 비리 의혹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국정 관여, 구체적으로 예산 낭비와 인사 관여 의혹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마피아 답게 그냥 놔주라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총선 결과 그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하면 문자 그대로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사탕 행진곡이 울릴 판이다. 그런데 마피아 원칙을 지키라나. 인요한이 언제 뉴욕의 마피아와 관련을 맺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영화 <대부> 시리즈를 보면 친척은 물론 형제조차도 조직의 안녕에 거추장스러우면 무자비하게 제거해 버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도대체 인요한이 보거나 만난 마피아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피아는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온갖 범죄와 살인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인요한이 마피아를 들고 나와 지금 한국 사회를 뒤집어 놓고 있는 검찰 사단을 이런 식으로 패러디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조국 패밀리, 특히 조국 대표의 아내와 딸을 무자비하게 발가벗겨 사회적으로 매장시킨 윤석열 정권은 마피아보다 못한 집단이라는 말 아닌가?
이제 총선이 12일 남았다.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은 마침 기독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활 시기이기도 하다. 예수에게는 열두 제자가 있었다. 그 가운데 유다는 일찌감치 배신을 때려 부활 때 남은 제자는 11명뿐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자, 하나도 안 남고 모조리 도망갔다. 게다가 그 제자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는 베드로는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다. 물론 <요한복음>에는 열두 제가 가운데 예수가 가장 사랑한 요한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를 사랑한 막달라 마리아와 함께 십자가 밑에 있었다는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요한복음>은 나머지 공관복음서와 너무 다른 내용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예수 사후 100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쓰기 시작한 <요한복음>에 대한 신빙성이 더욱 없게 된 이유가 바로 그런 저자가 상상력으로 쓴 내용 때문이다.
예수의 제자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인요한이나 한동훈만이 아니라 나머지 국민의힘에서 윤 대통령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 총선 이후 어떤 변신을 할지 궁금해서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더구나 예수 덕분에 신바람도 나고 음식도 얻어먹고 기적적인 치료도 받아본 제자들조차 신의 아들인 예수마저 십자가에 못 박히니 하루아침에 그리도 잘 배신하는 데 하물며 이익과 권력을 위해 파리 떼처럼 모였던 국민의힘의 ‘인물’들이 윤 대통령쯤 배신하기는 여반장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총선이 끝나고 호떡집에 불난 듯이 이리저리 날뛸 인물들을 상상해 보면 웃음도 안 나온다. 한동훈과 이수정만이 아니라 인요한도 총선 후에 어찌 변할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려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