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으면 자멸할 것이다.
언론의 보도를 보니 총선 참패 후 용산에서 구상 중인 개편안의 1호가 비서실장을 이동관으로 임명하는 것이란다. 물론 소문이니 최종 결과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중앙일보> 같은 수구 언론에 흘려서 여론의 추이를 떠보고 격렬한 반대가 아니라면 밀고 나갈 것이 뻔한 일 아닌가? 지난 글에서 예측한 대로 용산의 불통과 고집은 전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국민의힘이 최후 저지선을 뛰어넘는 108석을 확보했으니, 탄핵은 불가능하고 그 어떤 특검이나 법안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총선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이동관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미 대변인을 했고 윤석열 정권에서도 방통위원장을 했으니 윤석열 순장조에 들어가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용산 제국은 총선의 결과에 전혀 영향을 안 받았다는 말도 된다.
물론 야권에서는 즉각적으로 용산을 비판하고 나섰다. 재선에 성공한 고민정은 SBS의 ‘김채현의 정치쇼’에 나와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용산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 그냥 누군가의 설이기를 바란다. ... 실제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또다시 국민들의 심판대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출처: https://imnews.imbc.com/news/2024/politics/article/6588648_36431.html )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용산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변할 수 없다. 그 변함없는 태세의 든든한 지지층은 경상도와 강남이다. 다른 모든 지역에서 져도 두 지역에서만 이기면 버틸 수 있으니 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례대표 득표율 36.67%는 윤 대통령 지지율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이 버티는 한 용산 제국은 언제든 반격할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을 합친 50.84%가 국민의 과반을 넘는 수치여도 36.67%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나름대로 야성이 있다는 부산에서조차 민주당은 1석만 건졌다. 울산에서는 절반인 2석을 건졌지만, 경남에서도 겨우 3석을 건졌다. 경상도에서 국민의힘은 59석을 얻었지만, 전라도에서 민주당은 28석만 얻었다. 여기에 비례대표와 강원·충청에서 얻은 수치를 더해서 100석만 넘기면 된다. 늘 그래왔다. 그래서 민주당이 전라도를 싹쓸이하고 수도권을 석권해도 절대 탄핵 정국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누가 봐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에서도 범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42.6%다. 이러한 보수색이 강한 한국 정치판에서 진보 진영이 판을 갈아엎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 판단이 끝난 용산에서 멋대로 이동관의 이름을 흘리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론이 극렬히 반대하면 이동관은 또 나가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용산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동관 이름을 <중앙일보>에 흘리는 이유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동관 말고 거론되는 것이 김한길과 장제원이란다. 이게 용산에서 믿을만한 인물의 전부다. 그만큼 윤석열 사단에는 쓸만한 인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 사람의 이름을 흘리고 다니는 이유는? 아마도 여론이 극렬히 반대하면 회심의 카드로 이낙연을 쓰면서 탕평 모양새를 갖추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어차피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지만, 이전에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보은 인사 차원에서라도 쓸만한 카드다.
사실 윤석열 정권에서는 누가 비서가 되든 큰 문제가 안 된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대통령은 그냥 자리만 지키고 하겠다는 사람 데려다 쓰면 그만이니 말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사안은 오로지 김건희 리스크 관리뿐이다. 앞으로 3년 동안 김여사가 마음 편히 해외여행 다니고, 명품 쇼핑하고, 인증샷을 찍는 일만 방해받지 않는다면 비서로 누가 오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현재 조국 대표가 김건희 리스크를 최대한 강력하게 물고 늘어지려고 치고 나가고 있지만 사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조국 대표가 주도권을 잡도록 허용할 리가 만무하다. 김여사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결국 윤 대통령의 아내에 불과하고 이른바 국정 농단죄를 이유로 범법자로 몰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과정이 무척 길고 어려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국제정치 위기 해결에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인데 한 ‘여자’를 잡자고 국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이재명 대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건희 리스크는 언제든 쓸 수 있는 꽃놀이 패가 되는 카드이니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을 새 국회에서 첫 안건으로 다룰 이유도 실익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김여사가 심각한 비리를 저질렀어도 그것을 법적으로 따지고 벌을 내리는 과정에서 온갖 예상치 못한 파편이 튈 것이고 그 혼란에 빠져들면 야권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당권을 장악하고 내친김에 차기 대선의 강력한 후보가 된 처지에 있는 이재명 대표가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이 이재명 대표를 2년 넘게 사법의 올가미에 걸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건희 리스크를 건드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더욱 악화시킬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조국 대표는 이미 사법 리스크로 가족이 큰 상처를 입었고 자신도 곧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에게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김건희 리스크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조국 대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른 것이다. 더구나 175석을 얻어 국회에서 큰 격차로 제1당이 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 일부 전문가는 조국혁신당이 12석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 주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는 조국 대표와도 불가근불가원의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조국 대표의 뒤에는 대선 때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이재명 후보가 패배하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문재인의 그림자가 있다. 그것을 이재명 대표가 의식하지 않을 리가 없다.
이런 판국에서 용산이 수그리고 나올 이유가 없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어차피 조금 시간이 흐르면 야권은 다시 분열할 것이고 그러면 윤석열 정권 타도를 위한 단일 대오 형성에도 실패할 것이니 말이다. 이제 이재명 대표는 175석을 지닌 제1당의 당수로 당당하게 살아있는 권력과 동등한 지위에 있는 존재감을 키우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하니 말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김건희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그런 이재명 대표를 인정하는 것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대표의 존재감은 점차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적과의 동침 전략을 추구하고 조국 대표가 2년 형의 최종 판결을 받게 된다면 용산 제국의 반격은 완성될 것이다. 그렇게 반격을 시도하면서 남은 3년을 무사히 보내기만 기원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아무리 여러 플랜을 세워 도상연습을 해도 결국 천심인 민심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천심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흐르는 법이니 천하의 용산 제국이라도 통제할 수는 없다. 하늘의 운행은 쉼이 없어서 인간의 이성으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서 조상님들이 이런 때마다 늘 주역 단사점을 활용한 것이다. 과연 용산 제국의 역습의 결과는 어찌 될까? 천풍구괘가 나왔다. 3효가 변효가 되어 천수송괘로 변한다. 괘를 설명해 본다.
구(姤)는 만난다는 말이다. 하늘 밑에서 바람이 불어 대고 있는 형국이다. 양이 충천했다가 음이 돌아오는 모양새다. 원래 역학에서는 양이 충천해야 좋은 법인데 음이 돌아오니 군자들이 쫓겨나고 간신배와 소인배가 날뛰는 형국이다. 좋을 리가 없다. 용산에 날뛰는 간신배들이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천풍구괘의 괘사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姤女壯勿用取女.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구괘는 여자가 강하다는 말이다. 아내로 취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용산에서 실질적인 권력자인 김여사를 말함이 아닌가? 아내로 취하지 말하여서 한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이혼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차마 이혼할 수는 없으니,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결국 이런 사달이 나는 가운데 3효가 동하여 천수송괘가 나온다는 것인데. 송(訟)은 소송이 걸린다는 말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 자체가 그동안 벌인 송사가 부머랭이 되어 소송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 된다. 괘사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訟有孚窒惕中吉終凶利見大人不利涉大川.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송은 믿기는 하지만 막혀서 두려워진다. 송사를 중단하는 게 좋다. 끝까지 밀고 가면 결국 흉하다. 대인을 보아야 이롭고 큰 물을 건너면 불리하다.’ 결국 용산 제국이 지금까지처럼 사법 정국을 밀고 나가면 결국 흉한 꼴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대인을 만난다는 것은 결국 이재명 대표와 만나 정국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난제인 국내 정국에 손을 놓고 다시 김여사와 해외 방문에 몰두하면 사달이 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서 국내 정국의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김여사와 이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러지는 못하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김건희 리스크에 걸려 넘어지지 말고 해외여행도 자제하고 오로지 국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되 그동안 벌여놓은 사법 정국을 정리하고 이재명 대표와 일종의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윤 대통령이 살아난다는 말이다.
물론 용산이 주역 단사점을 얼마나 신뢰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천운이 다한 정권에 모인 소인배들은 자신의 몰락에 이르기 전까지는 상황 판단이 더딜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늘의 뜻인 민심을 계속 거역한다면 결국 이승만의 길을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결국 하야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살길이 보이는데도 안 간다면 결국 그것은 자신의 책임일 뿐이다. 그러니 이제 스타워즈의 꿈을 접고 화해와 탕평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