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인재풀의 바닥이 난 모양이다.
지난 총선 때 김건희 특검법과 공천을 맞바꾸더니 협치를 선언한 지 얼마 안 되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정진석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재명 대표가 거의 10차례에 걸쳐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사법 처리를 받을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고 버티던 윤 대통령이 사법 처리를 받고 있는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지난번 글에서 예견한 대로 이번 영수회담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날 것이 뻔하다는 암시를 이미 용산에서 전하고 있다. 어쩌면 회담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까지 보인다. 총선 참패에도 윤 대통령의 기본적인 마인드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서 자신이 말 한대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태도를 2년 동안 일관해 온 윤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은 없다. 준비도 안 되었고 의지도 별로 없는 사람을 억지로 그 자리에 밀어 올린 이른바 수구 세력 전체가 집단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지가 없었어도 비록 5년짜리이기는 하지만 책임을 지고 권력을 행사해야 마땅한 도의적 책임은 순전히 윤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데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하고 나서도 이 모양이라면 국민이 직접 정권 심판의 길을 또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
권력의 속성이 절대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고 한 번 잡으면 스스로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의 경우는 ‘김건희 리스크’라는 심각한 아킬레스건이 걸린 문제라 권력이 떨어지는 순간 이명박·박근혜를 더한 수준의 사법처리 대상에 처해질 것이 분명하기에 권력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조·중·동조차 이제는 ‘내려놓고’ 이재명 대표와 대화를 하면서 이른바 ‘협치’를 해야 한다는 충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는 이명박·박근혜만이 아니라 전두환조차도 사면되는 수준이니 윤 대통령도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결국은 풀려나고 사법처리도 민심을 달래기 위한 쇼에 불과할 것으로 짐작되니 말이다. 어차피 정치판은 그들만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니 윤 대통령만이 아니라 김여사도 ‘안심’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와중에 <중앙일보>에 난 “ "尹, 다급해지면 말 듣는 척한다…대선 때도 90도 인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준석이 나서서 한마디 거든다.(참조: https://v.daum.net/v/20240422232719840)
“이 대표는 이날 오후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그리고 다급해지면 말을 듣는 척한다"고 답했다. ... 이 대표는 "대선 때도 질 것 같으면 90도 인사하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하자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오롯이 저의 책임"이라며 90도 인사를 했던 기자회견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근데 대선(이) 끝나니까 그거를 절치부심하고 있다가 바로 쫓아냈다"고 토로했다.”
천하의 <중앙일보>가 조·중·동 연대로 윤석열 버리기 운동을 시작했다는 항간의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모양이다.
여기에 더해 이준석이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린다.
“또 '정진석 비서실장 임명'에 대해선 "웬 말"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민심의 심판을 받아놓고 비대위원장 때 '당심 100% 가야 한다' '당심이 곧 민심'이라고 얘기한 정진석 의원(을 임명했다)"이라고 지적하며 "그때부터 당심 100% 전당대회로 김기현 (당시) 대표를 뽑아놓고 연판장 돌리고 난리 치면서 이 꼴 난 거 아니냐"고 날 세웠다.”
이런 기사가 <중앙일보>에 나오는 상황을 파악한다면 용산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도 별 기미가 안 보인다. 그저 2년 전부터 시작한 기세를 몰고 가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특히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소문을 흘렸다고 추측되는 강신업이 말한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이른바 ‘용산 3간신’의 행패를 두고 보는 상황이 그런 속셈을 대변하는 것 아닌가?
그런 윤 대통령이 답답한지 <조선일보>도 연일 용산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오늘 자 “정진석 실장 임명과 기자 문답, “이제 정치하겠다”라는 ”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참조: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4/04/23/SJF537MPZBFS7GQ3X6Y752GPCE/)
“윤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과 부인으로 인해 일어난 각종 논란에 대해 아무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끝까지 침묵했고, 해병대원 순직 사건으로 수사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다. 의대 증원 문제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수렁에 빠뜨렸다. 여당 내부에 번번이 간섭하며 세 번이나 비대위 체제로 몰았다. 참모진을 누구로 교체해도 이런 일들이 되풀이된다면 국정 정상화는 힘들다.”
이제는 김여사도 아니도 ‘부인’이란다. 이제 작별을 해야겠다는 말 아니겠나? 물론 현재 여권에 뚜렷한 차기가 안 보이는 상황이고 당장 윤석열 정권이 붕괴하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어부지리를 얻는 형국이니 그 꼴을 볼 수는 없어 버티기 작전으로 나갈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러나 조·중·동이 차기를 준비 못 한 상황이니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제는 오세훈을 들먹였지만 언감생심이다. 조직과 돈도 없지만 그릇이 아니다. 한동훈이 절치부심한다지만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그릇이다. 그렇다고 홍준표를? 그것도 안 되면 유승민이나 나경원?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지금 정권이 붕괴하여 대선 정국으로 들어선다면 수구 세력에는 주자가 없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콜라보를 한다면 그 기세를 꺾기 힘들 것이다.
그런저런 사정을 용산도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중·동이 뭐라고 해도 버틸 심산일 것이다. 당장 대책이 없으니, 차악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라는 말이다. 정권을 이재명 대표에게 넘겨주는 사태는 조·중·동이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사 아닌가? 그러니 꾹 참고 일단 용산의 행마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윤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이고 '초이스'는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초이스가 '에이스'면 좋겠는데 세상 일이라는 것이 사람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걱정이 쌓인다. 어느 길이든 바른 길만 가기를 바라며 전전긍긍할 뿐이다.
그러는 와중에 결국 당하는 것은 국민이다. 윤석열 정권을 죽어도 지키겠다는 경상도와 강남의 25% 콘크리트 층이야 그렇다고 쳐도 나머지 75%의 국민은 도대체 무슨 전생의 죄가 크기에 이렇게 애먼 고생을 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국민의 선택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은 국회가 변화를 모색하기를 바라야만 할 것 같다. 이제 이재명 대표가 칼자루를 쥔 형국이니 그저 그가 현 상황을 현명하게 타파할 묘책을 내놓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