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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y 22. 2024

김호중 사달이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민낯

한국 사회의 심각한 병리 현상을 보여줄 뿐이다.

인터넷을 보니 김호중이라는 자의 이름이 여기저기에서 메인 화면에 뜬다. 김호중이 유흥주점에서 나와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는 공황발작으로 현장에서 도망가고 매니저에게 대신 경찰서에 출석해 달라고 해서 매니저가 경찰에 가서 자기가 운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후 김호중도 경찰에 출석해 자기는 운전 안 했다고 거짓말하고 술집에 오래 있었으나 술은 안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제는 김호중의 소변 검사에서 음주 증거가 나왔단다. 게다가 그가 술 먹은 장소가 이른바 여자가 접대하는 텐프로 술집이란다. 그리고 그 집에서 술을 마시기 전에 이미 3차나 거쳤단다. 게다가 김호중이 탄 자동차 3대의 블랙박스에 있는 결정적인 증거인 메모리 카드를 모조리 파기했단다. 완전히 조직적인 범죄 은폐 행위다. 무대 위에서는 그리 젠틀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 자의 조직범죄자나 다름없는 진면목이 드러난 것이다. 


사람이 성공하기는 어려운데 멸망하는 것은 순간인 것을 김호중이 말해주고 있다. 결국 모든 증거가 나오자 비로소 거짓말했다고 자백하고 경찰에 스스로 가서 조사도 받았다. 음주운전을 하고도 새빨간 거짓말로 버티다가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이 모든 사달이 결국이 돈 때문이다. 돈 귀신에 든 김호중과 그 패거리의 종말이 보이는 것 같다. 그 돈이 결국 팬덤에게 나오는 것인데 오늘 소식을 보니 취소한 티킷을 팬들이 마구 사들이고 있단다. 정말 미쳐 돌아가는 나라답다. 팬이라는 단어가 fanatic, 곧 미치광이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이 정말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김호중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가수란다. 그런데 지금 전국에 쇼하고 돌아다니는 제목이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라는 기괴한 문장이라서 해석하는 데 한참 걸렸다. 외국 생활을 오래 했고 영어와 독일어를 비롯하여 외국어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다고 나름 자부하는 사람인데 도대체 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검색을 해보니 김호중이 과거 방송에 출연해서 파바로티를 흉내를 낸 것으로 유명해졌고 그 뒤 그것을 발판으로 나름 클래식 가수로 이름을 날린 것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아줌마 부대가 좋아하는 트로트를 섞었다는 의미인 모양이다. 아마 트로트 계의 파바로티로 나름 '격조'있다는 뜻이렸다. 그런데 경력을 보니 실제로 정식 클래식 공부도 했다.  경상남도 울산에서 태어나 자라고 경북예고와 김천예고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한양대에서 성악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독일 유학까지 다녀왔다. 다만 2년 수학한 정도로 정규 과정을 마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정통' 성악가도 아니다. 나이는 32살이고 종교는 개신교, 군대는 과거 방위로 불리던 사회복무요원으로 마치고...      


그런데 외모를 볼 때 가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원래 꿈이 축구선수나 경호원이었단다. 그리고 중학교 때는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었고 고1 때는 조직폭력배 무리에 들어가서 ‘활동’했단다. 그러다가 교회 다니면서 회개하고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했단다. 그 이후 위에 나온 이력을 거쳐 오늘날이 이르렀다.   

   

김호중이 이렇게 유명한 가수인 줄 전혀 몰랐다. 그럴만한 것이 별로 유명하지 않았는데 TV조선에서 지속하는 트로트 대회에서 상을 받은 다음 이른바 ‘아줌마 부대’의 팬덤이 형성되면서 순식간에 부와 명성을 거머쥐게 된 모양이다. TV조선이 왜색이 짖은 트로트를 상품으로 개발하여 대성공을 거둔 후유증이 이제 서서히 나타날 모양이다.   

  

근데 김호중이 특별히 기분 나쁜 이유는 성공하고 나서 3억 원이 넘는 벤틀리를 몰다가 사고를 내고 도망간 것이다. 왜 한국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성공하면 외국 사치품 구매에 그 많은 돈을 써버리는 것일까? 벤틀리, 람보르기니, 최소한 포르셰를 몰아야 뽀대가 나나보다. 그리고 여자들은 김여사도 좋아한다는 디올 백부터 시작해서 에르메스까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하는 사치품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써댄다. 게다가 수십 억 원을 넘어 수백억 원이 되는 고급 주택에 사는 것을 앞다투어 자랑질 해댄다. 근로자 평균 임금이 한 달 300만 원 정도인 나라에서 말이다. 그런데 그 연예인들이 번 돈은 이번 김호중을 싸고도는 아줌마 부대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낌없이 조공을 바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 아줌마 부대는 당연히 남편이나 자식의 월급을 쓰기도 하겠지만 상당수는 자영업자로 스스로 번 돈을 그리 쓴 것이다.      


그런데 김호중 같은 사람이 그런 아줌마 부대의 '코 묻은' 돈을 긁어모아서 산 사치품을 판 대자본가들은 돈을 벌어서 뭐 할까? 뉴스를 보니 한국의 대부분 연예인만이 아니라 '평민'도 덩달아 '환장'하는 사치품을 만드는 루이비통과 디올을 소유한 회사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의 주인이 번 돈으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뉴욕 맨해튼 5번가, LA 로데오 거리, 마이애미의 디자인 지구의 고가 부동산을 사들인다고 한다.(출처: https://v.daum.net/v/20240518080408956) 그리고 그 거리를 더욱 화려한 명품 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당연히 그 지역 임대료는 올라갈 것이고 따라서 주변 부동산 가격도 오르게 된다. 그리고 전체 부동산, 나아가 세계의 부동산 가격도 올라간다. 그래서 결국 임대료가 상승하고. 그렇게 임대료가 오르면 당연히 디올 백 가격에 그 원가를 추가할 것이니 다시 디올 백 가격이 오를 것이다. 김여사가 받은 이른바  ‘디올 파우치’가 300만 원이라던데 조만간 400만 원이 되겠나? 그러면 의도치 않게 김여사는 이른바 명품 백 '투자'를 한 셈이 되겠다. 물론 다시 돌려주려고 창고에 넣어 두었다니 그 이익을 보기는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파리, 뉴욕, LA, 마이애미의 부동산이 오르면 당연히 미국 전체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은 다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게 돈이 돌고 돌다 보면 결국 김호중의 공연을 보려고 20만 원도 아낌없이 쓰는 미장원 주인아줌마, 마트 주인아줌마가 내야 하는 임대료도 상승할 것이다. 그러면 파마 가격도 오르고 과자 가격도 다시 오를 것이다. 그리고 물가 전체가 상승하고 미장원과 마트 운영으로 먹고사는 일도 힘들어질 것이다.      


결국 김호중의 공연 티켓을 산 돈이 돌고 돌아 다시 내가 운영하는 가게의 임대료가 오르게 되는 자본주의의 돈이 만들어 내는 이 연쇄반응 고리를 과연 김호중의 광팬인 '아줌마 부대'는 이해할까? 물론 아줌마들은 그런 데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저 '그들이 보기에' 잘 생기고 노래 잘하는 총각을 바라보면서 자기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쭈그러진’ 남편에게 느끼지 못하는 엔도르핀 펌핑을 느끼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렇게 김호중에 ‘중독’되다 보면 이성이 마비된다. 그래서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하고, 폭력배였고, 여자 친구를 때렸고 하는 사실이 다 김호중을 모함하는 음모로만 여겨지게 된다. 그래서 그를 감싸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호중이 지키기'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한국의 ‘아줌마 부대’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자료를 조사해 보니 김호중만이 아니라 TV조선이 트로트 가수를 영웅으로 만든 이후 수많은 트로트 영웅이 탄생했고 주로 40대 이상, 특히 50대의 아줌마 부대가 팬덤을 이루어 그들을 숭배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물론 아줌마라고 남자 가수를 흠모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구나 남편에게 사랑도 못 받는 상황에서 대리 만족이라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아줌마 부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내돈내산'인데 네가 도와준 것이 있냐? 이런 질문이 당연히 나온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내 돈'이냐는 말이다. 그리고 나의 소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지 아는가? 무엇보다도 '책임 있는 소비'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이 사회에서 내가 돈을 벌고 경제 활동을 하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동료 시민의 도움이 전제된다. 그래서 돈을 벌면 그 돈을 책임 있게 써야 할 의무가 있다.   

  

독일 헌법 제14조 2항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Eigentum verpflichtet. Sein Gebrauch soll zugleich dem Wohle der Allgemeinheit dienen”     


직역하면 이렇다.     


“개인재산에는 의무가 따른다. 그 사용은 공공복리에도 이바지해야만 한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 개인 재산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내가 잘나서 그 정도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이웃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논리에서 나오는 생각이다. 독일에서는 이런 ‘사회윤리적’ 사고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내돈내산’,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살자’는 안 통하는 것이 독일이다. 어쩌다가 한국이 돈 귀신에 들려서 명품으로 오역된 luxury goods, 곧 사치품, 그것도 서양의 대자본가가 가난한 제3국의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만든 사치품을 사느라고 미친 나라가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이른바 ‘디올 백’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데 과연 김여사를 비난하면서 속이 뜨끔하지 않은 여자가 한국에 몇 명이나 될까? 디올 백 300만 원짜리 정도 사줄 능력이 없으면 결혼할 생각도 말아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된 한국에서 말이다.  

  

김호중이 모든 죄를 자기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무슨 죄를 어떻게 안고 가겠다는 말은 없다. 그러면서 그 말을 하고 난 뒤의 언행을 보면 여전히 돈 귀신에 씐 모습만 보인다. 언론도 돈 이야기만 한다. 공연 취소에 수십억 원의 위약금이 든다는 이야기다. 그러자 팬들이 나서서 그 돈을 메꿔줄 모양이다. 김호중과 그 패거리만 돈 귀신에 든 것이 아니라 팬덤을 형성하는 이른바 ‘아줌마 부대’도 미쳐 있다. 김호중이 누군지 궁금해서 유튜브를 검색해서 몇몇 비디오를 시청했다. 손뼉 치고, 환호하고, 눈물까지 흘리는 관객 대부분이 50대 아줌마다. 다 비슷하게 늙고 비슷하게 파마머리를 한 그 아줌마들 말이다. 티킷 한 장에 20만 원이 넘고 암표는 80만 원이나 한다는 뉴스도 보았다. 노래가 좋다면 유튜브에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그런 엄청난 돈을 쓰면서 가 보아야만 한다는 그 ‘억척’이 눈물겨울 정도다. 물론 그 아줌마들이 ‘내돈내산’을 외칠 것이 분명하다. 젊은, 노래 잘하는 남자를 보고 젊을 때 에초티나 지오디 그리고 동방신기를 보고 느꼈던 그 '쾌감'을 폐경기에 접어든 50대에 다시 느낄 수 있다면 돈이 얼마든 아까울쏘냐는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더 한심한 것은 김호중만이 아니라 이른바 여러 트로트 가수의 이른바 ‘효도 공연’ 티킷을 부모에게 선물하는 것을 효도로 여기는 자식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효도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말인가?   

 

왜들 다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인가? 이런 풍토이다 보니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돈을 긁어모으려는 제2, 제3의 김호중 같은 트로트 가수가 나올 것이 뻔한 일 아닌가? 그렇게 긁어모은 돈으로 벤틀리를 사고, 강남의 텐프로 술집에 가서 코가 삐뚤어지게 술 퍼마시고 음주 운전하고, 여자 친구에게 폭행하고 해도 50대 아줌마 부대는 지금도 '우리 호중이 불쌍해서 어떡하냐'라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디올 백을 팔아 재벌이 된 서양 자본가는 부동산 투기로 다시 디올 백 값을 올리고. 그 백을 미리 300만 원에 산 자들은 값이 올랐다고 투자 잘했다고 뿌듯해하고. 정말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 아닌가?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도대체 엄청난 가격의 사치품을 팔아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외국의 대재벌 자본가에게 헌납하는 노예근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리고 김호중 같은 트로트 가수의 공연을 보자고 20만 원, 심지어 80만 원이나 하는 티킷을 사재끼는 사람들의 신흥종교 광신도나 다름없는 태도는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힘들게 번 돈을 공공복리를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에 거의 전염병 수준으로 퍼졌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도 알 수가 없다.     


김호중이 심각한 음주운전과 범죄의 조직적 은폐라는 대죄를 저질렀지만 술과 조직과 관련된 범죄에 지극히 관대한 한국 법조계의 판단으로 ‘가볍게’ 처벌을 받고 나와, 몇 년 근신하다가 다시 노래하기 시작하면 면 50대 아줌마 부대가 60대 ‘post-아줌마 부대’가 되어 다시 그 티킷을 사주겠지? 한국의 마약, 도박, 매춘, 폭력 전과가 있는 무수한 이른바 ‘연예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팬덤만 있으면 신흥종교 교주나 다름없는 권력을 무제한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런 사고 친 트로트 가수를 숭배하는 ‘어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어른’이 어른일 수 있겠는가? 이런 나라에서 누가 요즘 젊은이들이 분수에 넘치는 사치에 빠져있다고 꾸짖을 수 있을까? 결국 바른 교육만이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지만 누가 요즘 시대에 사회윤리를 공부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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