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ancis Lee
Dec 04. 2024
윤석열은 왜 자충수를 두나?
비상계엄 선포는 코미디로 마무리될 것이다.
뜬금포도 이런 뜬금포가 없다. 1980년 5월 17일 군사독재자 전두환이 비상계엄을 확대한 이래 44년 만에 그것도 민간 정부에서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젤렌스키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전쟁의 명분이라도 있었는데 윤석열은 그런 변명을 할 여지가 전혀 없다. 세계 정치사에서 이런 짓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비상계엄은 다음과 같이 헌법 77조에서 정한 대로 선포된다.
제77조 ① 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②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한다.
③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④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위에 나온 대로 비상계엄은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사태 때 선포되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 뉴스를 보니 이 개념의 번역이 제 각각이다. 영어로는 martial law이지만 독일어로는 Kriegsrecht다. 독일어를 직역하면 전쟁법이다. 독일어가 계엄의 뜻을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이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사태에 처해 있나? 오늘 윤석열이 계엄 선포한 이유를 말한 것을 인용해 본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뒤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입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 마저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 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 1000억 원 삭감, 심지어 군 초급 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안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에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내용을 보니 비상계엄 선포로 내세운 이유가 한심하고 군색하기 짝이 없다. 헌법에 나온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겨우 내세운 것이 관료, 검사 탄핵, 예산 삭감이다. 여기에 더해 뜬금없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한단다. 이거 과거 전두환이 읊어대던 공염불 아닌가? 그것을 44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윤석열의 입을 통해 다시 듣게 되다니 정말로 기가 막히다.
도대체 윤석열이 말하는 종북 반국가 세력이 누구인가? 발표문을 봐서는 민주당을 싸잡아 말하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해 자기의 정권 유지에 맞서는 모든 민주 시민 세력을 추가한 것으로 보이고.
정말로 80%의 국민과 맞짱을 떠서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가? 당장 내일 환율은 폭등하고 주식은 폭락할 것이다. 학교마저 휴교하고 국가 질서가 군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용도는 군사독재 국가와 마찬가지 수준으로 폭락할 것이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윤석열이 지키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윤석열 스스로 말한 대로 계엄 선포로 이제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에 운명에’ 처해있다.
윤석열이 제 무덤을 파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 알량한 자유로 대한민국 자체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뜨리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윤석열의 폭거에 맞서는 일에 나설 것이다.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김건희에게 꼼짝 못 하는 윤석열이 말아먹게 놔둘 것인가? 나라를 뒤집에 놓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자를 방관하는 것은 공범이 되는 일이다.
전두환의 망령이 지금 대한민국 하늘 위를 맴돌고 있는 모양이다. 그 업보를 어찌 다 갚으려고 이런 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