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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17. 2024

김건희가 ‘레이디 맥베스’라고?

그저 허접한 21세기형 ‘하이브리드 페미’의 전형일뿐이다.

영국의 신문 The Times가  “South Koreans blame president’s ‘Lady Macbeth’ for martial law”라는 제목으로 김건희를 ‘까는’ 기사를 실었다.(참조: https://www.thetimes.com/article/south-koreans-blame-presidents-lady-macbeth-for-martial-law-jt9fzqfgf) 그런데 보니 The Telegraph도 ‘How a Dior handbag brought down South Korea’s president’ 비슷한 논조의 글을 실었다. 제목은 그 유명한 ‘디올 백’이지만 ‘The Asian country’s controversial ‘Lady Macbeth’ is being blamed for her husband’s woes’ 부제에는 어김없이 Lady Macbeth가 등장한다.(참조: https://www.telegraph.co.uk/news/2024/12/16/how-a-dior-handbag-brought-down-south-koreas-president/) 그리고 이 기사에는 김건희가 디올 백을 들고 있는 사진도 나온다. 물론 최목사가 준 그 디올 백은 아니지만 말이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를 안 읽어본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출처: https://namu.wiki/w/%EB%A7%A5%EB%B2%A0%EC%8A%A4, 나무위키)     

 

“스코틀랜드의 왕족이자 용맹한 장군으로 이름을 떨친 글라미스의 영주 맥베스는 어느 날 전쟁터에서 반란군을 진압하는 대승을 거두고 돌아오다가 친구인 뱅코와 함께 밤중에 광야에서 마녀들을 만나 예언을 듣게 된다. 그 예언의 내용은 자신이 코더의 영주를 거쳐 장차 왕이 될 것이며, 뱅코의 자손들도 언젠가는 왕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맥베스와 뱅코는 처음에는 이 말을 믿지 않았으나, 던컨 왕은 전공을 세운 맥베스에게 마녀가 예언했던 것처럼 코더 영주의 작위를 하사한다.    

 

크게 놀란 맥베스는 자신의 성으로 돌아와 이 사실을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야심만만했던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에게 왕을 죽이도록 회유하고, 결국 예언에 홀려버린 맥베스는 자신의 성에 들어와 잠을 자고 있던 던컨 왕을 칼로 난도질해서 살해하고는 그 죄를 술 취한 경비병들에게 뒤집어 씌워 그들을 그 자리에서 죽여버린다. 이 사태에 불안감을 느낀 던컨 왕의 아들들은 스코틀랜드에서 도망치고, 이후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왕위에 오른다.     


맥베스 부부와 더불어 유일하게 마녀의 예언을 들었던 뱅코는 왕위에 오른 맥베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그러나 맥베스는 뱅코의 아들이 장차 왕들의 조상이 될 것이라는 또 다른 예언을 두려워한 나머지 암살자를 보내 그와 그 어린 아들인 플리언스를 죽이려 시도한다. 뱅코는 살해당했으나 플리언스는 살아남아 도주한다. 이때 귀족들과 연회를 즐기던 맥베스는 자객에게서 이 소식을 듣고 불안감에 빠진다. 이때 뱅코의 유령을 보게 되고, 놀라 미친 듯이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맥베스가 갑자기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는 걸로 보여 모두가 놀란다. 맥베스 부인은 처음에는 망쳐진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했으나, 결국 연회를 일찍 중단시킨다.     


맥베스는 다시 마녀들을 찾아가 예언을 듣는데, 그 내용은 파이프의 영주 맥더프를 경계할 것, 여인이 낳은 자는 맥베스를 해치지 못할 것, 그리고 버남의 숲이 던시네인을 넘어 쳐들어오지 않는 한 맥베스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에는 잉글랜드에서 다른 귀족들과 세력을 모으고 있었던 맥더프의 남아있던 일가(그의 아내와 아들)가 있었는데, 멕베스는 첫 예언에 따라 맥더프의 일가를 몰살한다. 왕위를 지키기 위해 피투성이 길을 가면서, 맥베스는 환영을 보는 등 광기에 물들어간다. 맥베스 부인도 죄책감으로 몽유병에 시달리다가 미쳐서 죽게 된다.     


마침내 도망쳤던 던컨 왕의 아들 맬컴 왕자가 잉글랜드의 지원에 힘입어 스코틀랜드에 돌아오고, 맥베스의 잔혹한 통치에 불만을 품었던 귀족들도 그에 호응하여 반란이 일어난다. 그 선봉에는 맥베스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맥더프가 있었다.     


맥베스는 예언을 믿고 자신만만해 하지만, 맬컴의 군대가 나뭇가지를 위장으로 사용하자 그 모습을 보고 맥베스의 병사들은 '숲이 움직여서 던시네인으로 공격해오고 있다'라고 소리친다. 세 번째 예언이 맞아떨어지자 맥베스는 스스로 전장에 나서고, "여인이 낳은 자(man)에게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는 예언 그대로 맹렬하게 적을 쓰러뜨린다. 맥베스는 맥더프를 만난 순간 그와는 싸우고 싶지 않아 달아나려 하지만 맥더프가 겁쟁이라고 욕하자 돌아서서 자신은 "난 여인이 낳은 자에게는 쓰러지지 않는다. 넌 사내가 낳기라도 하였느냐?"라고 호기를 부린다. 그러나 맥더프는 지금까지 그딴 예언 따위에 의지했던 것이냐고 비웃으면서, "난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 배를 가르고 나온 몸이다"라고 맞받아친다.     


이처럼 모든 예언이 맞아떨어지자 절망에 빠진 맥베스는 이젠 예언 따위는 필요 없다며 방패도 버리고 맥더프와 처절한 혈투를 벌이지만 결국 맥더프의 칼에 목이 잘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맬컴이 새로운 스코틀랜드의 왕으로서 입성하는 가운데, 창 끝에 매달린 맥베스의 목이 조리돌림당하며 구경거리가 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는 미친 왕 맥베스의 아내 Lady Macbeth가 먼저 죽는다. 그러니 김건희를 맥베스 부인에 비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윤석열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지만 아직 생생히 살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대기 여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김건희가 이런 정국에서 방구석에 처박혀 숨어 지내야 하니 죽은 거나 다름없어 보이기는 한다. 지금 얼마나 좀이 쑤실까? 상상이 간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지난 2년여의 세월이 200년이 된 느낌이다. 이제야 ‘김건희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윤석열에 마치 기생충처럼 붙어서 모든 분에 넘치는 영욕을 빨아먹다가 이제 서산의 해처럼 저물고 있는 건희를 보면서 인생무상을 대리로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아직도 윤석열과 그를 용병으로 수입한 수구 세력이 절대 죽지 않는다고 버티고 있기에 방심할 수는 없다. 그래도 탄핵 정국에서 ‘김건희 현상’의 중간 결산을 할 수 있어 보인다.    

 

김건희는 그 등장부터 그로테스크했다. 사람들이 숨어서 ‘쥴리 소문’을 속삭일 때 뜬금없이 스스로 나타나 ‘나는 쥴리 할 시간이 없었다!’라고 선언하여 모든 사람이 오히려 안심하고 스스럼없이 ‘쥴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도록 해준 사람이다. 그 이후 김건희의 화보 찍기, 해외 순방 기간 명품 구매 들키기를 거쳐 디올 백 받아 챙기기 쇼를 벌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SNL보다 더 한 코미디를 선사한 공로를 잊기 힘들 것이다.    

 

처음에 김건희는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를 휘젓고 있는 개념인 ‘페미’의 한 sign으로 보일 정도였다. 아버지와 어릴 때 헤어지고 엄마의 손에 자라면서 국민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코바나콘텐츠의 대표로 삼성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기업의 협찬을 받는 저력을 보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그런 entrepreurship에 더해 그의 변화무쌍한 변화를 거쳐 성공을 이룬 성형의 역사도 ‘쎈언니’의 이미지를 확증하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김건희의 남편 윤석열의 한국에서 최고의 권력을 쥔 이루 그의 아내로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가짜 학위, 가짜 경력, 가짜 얼굴에 더해 Deutch Motors 주가 조작에 이르기까지 김건희는 ‘가짜’를 떼어 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런 김건희를 커버 치는 윤석열의 눈물겨운 노력은 그 ‘가짜’ 이미지 강화로 역효과를 내었다. 처음 사람들은 윤석열이 아깝다는 말들을 했다. 그러나 이제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보니 부창부수다. 김·윤 커플은 전생부터 이어져 온 천생연분이었다. 그러나 김건희의 uniqueness는 문자 그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말로 독특한 정신세계에 있는 사람이다. 김어준은 김·윤 커플이 자기들만의 가상 세계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을 하는 데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김건희는 독특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페미’의 눈에 뜨이는 예시가 되고 있을 뿐이다.      


이제 김건희에 대한 학술 논문이 나와야 할 때가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문을 쓰기 전에 그의 이른바 ‘하이브리드 페미’의 특징을 말하고 싶다.     


사실 윤 정권 등장 이전부터 이미 명성을 날리던 김여사가 이제 거의 막장까지 온 느낌이다. 정권을 흔들어 대고 있으니 ‘여장부’ 스타일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되었으나 남편은 여전히 ‘부당한’ 마녀사냥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모양새다. 딱한 부부라는 생각밖에 안 들지만 어쩌겠는가? 다 자업자득인 것을.     


그런데 김·윤 부부의 지난 2년여 행적을 살펴보다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김여사의 특이성이다. 김여사는 부부가 여러 차례 말한 대로 당찬 커리어 워먼이다.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자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윤석열이 돈도 없고 ‘바보’지만 불쌍해서 결혼해 주기까지 했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그런데 그런 당찬 김건희의 모습 이면에는 최고 권력자 남편의 권세를 등에 업고 기세 등등 한 모습을 보이는 이율배반적이 면도 있다. 마치 사단장 마누라가 사단장인 꼴이다. 과거 조선 시대에도 정승 마누라는 정승인 것처럼 굴던 것과 같은 프레임이다. 김건희가 설쳐댈 때 언론에서 비판한 대목도 이것이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인데 왜 김건희가 더 설쳐대냐는 것이었다. 설쳐대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오히려 자기가 대통령인 듯이 공개 석상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윤석열에게 면박을 주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은 당당한 페미보다는 ‘남편 잡아먹는 마누라’를 본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면모, 곧 겉으로는 21세기 페미적인 ‘커리어 워먼’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강한 남자를 하나 물어서 그 ‘힘’에 묻어 가는 김건희의 모습에서 현대 한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페미’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유형의 페미가 새로울 것은 없다. 한 마디로 이기적이고 무능한 여자의 생존 전략이니 말이다.     


김건희의 행적을 보면 전형적인 허영과 욕심에 눈이 어두운 면모를 보일 뿐이었다. 얼굴을 고치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니 굳이 비난할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얼굴’을 내세워 맥베스 부인의 실존 인물인 베터처럼 이런저런 행로를 거쳐 권력자의 아내가 되어 자기 맘대로의 ‘자유 부인’으로 살면서 국정을 혼란하게 만든 죄는 씻기 힘들 것이다. 그 행로에서 보여준 학력 위조 경력 위조는 애교에 불과하다. 그런 정도의 위조를 하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문제는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같은 ‘대담한 의혹’의 주인공으로 살았다는 것에 있다. 그 조작에 관련된 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오로지 최고 권력자의 아내라는 간판으로 그 법적 처벌을 피해온 것이 부끄럽지 않을까? 그동안의 김건희의 행적으로 보면 부끄러울 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두 영국 신문 기사가 말한 대로 그런 뻔뻔함이 오히려 김건희·윤석열 커플의 파멸을 가져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맥베스 부인은 영심의 가책으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양심의 가책이 없어 보이는 김건희는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 그 대신 백베스 부인과 더불어 마이클 잭슨이라는 별명을 얻은 셈이 아닌가? The Telegraph에 나오는 아래 기사 내용처럼 말이다.     


“True or not, Kim had certainly become a reviled figure in her native country. She has been variously dubbed South Korea’s “Lady Macbeth” for her scheming ambition, and its “Michael Jackson” for her extensive cosmetic surgery.”     


한 마디로 김건희는 돈 욕심과 과도한 성형으로 한국에서 극혐 인물이 되었단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김건희가 더 욕을 먹게 된 것은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으로 설쳐댄 데 있다. 겨우 0.73%p 차이의 신승을 거두었지만,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국민도 그를 대통령을 받아 들었다. 그러나 지난 2년여의 세월을 보면 정작 김건희가 대통령이었다. 김건희에 관련된 모든 추문과 법적 문제는 윤석열의 ‘격노’로 커버되었다. 아마 ‘하이브리드 페미’인 김건희는 그런 남편의 권세로 자신이 윤석열이 찬미하는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방종을 자유로 착각한 윤석열의 보호막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주역>에 나오는 말대로 모든 것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특히 무도함과 방종의 끝은 늘 비참했다. 물론 윤석열이 맥베스처럼 참형에 처해져 그 목이 저잣거리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니 비록 윤석열이 반역죄를 저지른 수괴로 사형 선고를 받아도 전두환처럼 사면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김건희는 어찌 처리해야 하나? 비록 김건희가 윤석열을 밟고 올라가서 V1, 더 나아가 V0의 역할을 자임했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사형 선고를 내릴 수는 없지 않나? 그저 허영과 권력에 눈이 먼 한 여자의 일탈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저 일이 빨리 수습되어 김건희의 성형, 학력, 경력 조작, 주가 조작, 디올 백 사랑과 같은 허접한 소식이 외국 신문에 시나브로 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한국 여자가 맥베스 부인이나 마이클 잭슨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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