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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은빛고래
Oct 23. 2022
자아에서 무아 그리고 자비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 [전태일 평전]
자아
(
自我
)
삶의 목적을 잃은 존재에게 솟아나는 망령 - 자아
멈추지 않는 과거의 재편집, 끝없는 독백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언어의 노예, 사변의 노예
외부로 분출되지 못한 에너지는 자아의 망령을 살찌운다
초라한 미물을 위대한 존재로 둔갑시킨 비대한 자아
세상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이원으로 나뉜다
강자에겐 굴복으로 분노와 증오를
약자에겐 군림으로 우월과 냉소를
공감할 수 없는 인간, 공명하지 않은 인간
과대망상의 정신승리가 산산조각 날 때
불변의 나를 지켜줄 지하의 품으로 도주
지하,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견고한 자아의 성역
안온함에 취한 망상의 감옥
그럼에도 주체할 수 없는 인정욕망
원한과 집착에 물든 지옥의 윤회
자아의 화신(化身) 지하인
무아
(
無我
)
자아의 담장을 뛰어넘기 위한 몸부림 – 무아
우주는 인연의 가합으로 이루어진 일체가 연기다
‘나’라는 불변의 실체가 있는가?
'나'라고 인식하는 바로 그것, 자아
고집과 확신에 쌓인 고정불변의 존재
나를 가두고 세상과 단절되고 타인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분별의 마음
'나'라고 믿는 그것은 가변이며 허구다
자아의 수성을 위해 미망을 헤매는가?
존재는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을 타고 상호 작용한다
'나'라고 믿는 그 허상을 고수할 것인가?
능동적 행위, 새로운 앎, 사건의 마주침, 관계의 확장을 통해 경계를 열어갈 것인가?
자아의 경계를 넘기 위해 자신을 열어가는 과정, 무아
자기로 굳어버린 것들의 와해, 그 속에서 다른 ‘나’가 태어나는 것
수많은 내가 죽고 태어나며 만들어지는 연속체 그 변화과정 자체가 ‘나’다
인간은 본래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가진 무아에서 탄생한다
나를 제한하는 자아를 벗어나, 다시 모든 가능성이 열린 무아로의 회귀
원한과 집착의 자아에서 무한한 공감의 장, 무아를 향해
자비
(
慈悲
)
무아의 빈공간에 들어찬 공명 - 자비
신문팔이, 우산장수, 껌팔이, 손수레 뒤밀이, 구두닦이의 처절한 밑바닥 인생
그럼에도 세상은 원망이 아닌 "현실이야 말로 가장 좋은 교사인 것이다"
막다른 현실에 마주한 운명, 평화시장 미싱 시다
일어설 수 없는 다락방 먼지 지옥, 휴일 없는 18시간 노동
피로에 쓰러지고, 각성제로 졸음 쫓고, 폐병 각혈하는 어린 여공들
"너는 나다" 그들을 살리기 위해 격동의 소용돌이로 뛰어든다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평화시장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자!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바보짓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들려오는 푸념
그렇다 나는 바보다. 하나 이제 철저히 깨달아 무지에서 벗어난다
노동조직 '바보회' 결성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무시와 냉대 꿈쩍 않는 현실
"
현실의 조롱과 냉소가 너무나도 잔혹하고 괴로웠다
"
하지만 "절망은 없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서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비로소 솟아오른 "완전에 가까운 결단"
법전과 함께 한 몸 불살라 어둠을 밝힌 존재
꺼지지 않는 노동 해방의 횃불, 인간 해방의 횃불
자비의 화신(化神)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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