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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걷달 Aug 08. 2024

딸과, 걷는 행복을 아시나요?

건달사진일기-2024


하늘에서 번쩍하며 번개가 치는데도, 천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희한한 하루다. 보통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비가 온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하며 나가지도 못하고 주저하는데, 딸이 먼저 빨리 나가자고 조른다. 이틀 연속 걸어서 피곤했지만 전혀 기색 없이 일어났다. 딸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아빠의 멋진 모습이 별로 없으니, 이거라도 건져야 했다.


자! 나가자! 아빠도 기다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애도 대꾸를 안 한다. 신발끈을 질끈 묶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조금 무리를 해 보기로 했다. 중3짜리에게 10km는 정말 무리일 수도 있다. 게다가 덥고, 습하고. 어떤 기대를 가지고 나간 것은 아닌데,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한 거 없이, 아빠의 메시지를 던져 줄 수 있었다.



와… 이 시간에도 운동하는 사람이 많네?

딸아이가 신기했나 보다. 한참 걷더니 야밤에 농구를 하는 학생 한 무더기의 사진을 찍는다. 한강변을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집에서 뒹굴거리던 자기 모습과 비교되었나 보다.


“봐바. 운동하는 사람들 많지? 그리고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 많아. 집에서 자고 있으면 모른다고. 이 세상에 부지런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감동적인 임팩트를 주기를 바랐는데 꿈쩍도 않는다. 그냥 딱 거기까지만 말하고, 아무 말 없이 계속 걸었다. 비는 오지 않는데 바람이 참 많이 분다. 그나마 더위가 조금 풀렸다. 돌아가는 길, 지칠 만도 한데 아이가 참 잘 걷는다.


나는 계속 아무 하는 것도 없이,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아빠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붙들고 공부하라고, 열심히 하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오늘 이 시간에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많은 배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딸과 걷는 일이 참 행복하다
End


<Mapogundal’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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