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를 다시 본 날

“흔해서 몰랐다. 사라지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by 그리니 의 창가


얼마 전, 행궁동에 지인을 만나러 갔다.

옛 정취와 현대의 감각이 묘하게 어우러진 그곳에서

나는 한 나무를 마주하게 되었다.


긴 장발을 휘날리는 사람처럼

묘하게 시선을 끄는 그 나무는

다름 아닌 버드나무였다.


한때는 참 흔한 나무였다.

고등학교 운동장 한쪽엔 늘 있었고,

해 질 녘이면 그 나무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꼭 산발한 귀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땐 무섭게 생겼다고만 생각했다.

너무 흔했고, 그래서 특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버드나무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그 나무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멋지고, 아름다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예전엔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을까?


그건,


흔했던 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곁에 있을 땐

너무 가까워서

‘존재’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것.


그리고 이제야

그 사소했던 것의 존재 이유가

가슴에 닿기 시작한 건 아닐까.

잊고 있던 나무 하나가

내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나는 늘 여기 있었단다.”

그렇게,

버드나무는 또 한 번

내 마음에 잎을 드리웠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어요.
늘 곁에 있으니 당연하게 여겼던 존재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나서야,
그 의미가 얼마나 깊고 따뜻했는지 깨닫게 되죠.
흔하디 흔했던 버드나무처럼요.
사람도, 사랑도… 그렇게 마음속에 오래 남더라고요.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