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법'에 대한연구, 긍정심리학
학자, 코치(프랙티셔너), 컨설팅 회사 등 전 세계 긍정심리학을 연구하고 적용시키는 사람들이 <긍정심리총회WCPP>에 모여 최신 트렌드와 사례를 공유한다. 긍정심리학회 IPPA (International Positive Psychology Association)에서 2년마다 WCPP (World Congress on Positive Psychology)를 개최한다.
2023년 벤쿠버에서 열린 총회를 참여했고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기계공학을 4년 공부하고, 자동차 연구원으로 5년을 보낸 나에게 '과학적으로 증명된'이라는 말은 어디에 적용하든지 들어맞는 절대적 진리였고, 이 불변함으로 무언가를 설계하고 적용하면 들어맞는게 당연했다. 지구상의 유체라면 적용되는 유체방정식은 동일하고, 이를 적용해서 비행기가 뜰 수 있게 설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사고 방식이었기 때문에 긍정심리학이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는 점을 알았을 때 강하게 끌렸다. 나 그리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절대적 진리를 알 수 있다니!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이번 긍정심리총회에서 깨닫게 된 것은 이 방법들은 평균적인 사람(average people)에게 적용해 얻어진 결과라는 점이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어떤 행위를 하면 이 사람의 웰빙 정도가 증가한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인터벤션(개입 활동)을 연구하며, 그 인터벤션을 PPI(Positive Psychology Intervention)라고 한다. 이 PPI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적용 대상 수가 나와있는데 이는 13명 내외에서 300명 수준으로 다양하다. 즉, 일부 사람을 모아두고 연구를 해서 이 사람이 더 행복해졌다는 결과를 얻는다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이 되는 것이다.(물론 이 행위/요소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고군분투 한다.)
⌜대중에게 긍정심리학으로 소통하기(Communicating Positive Psychology to Massive Audiences: What works?)⌟라는 세션에서 벤 샤하르(Tal Ben-Shahar)는 PPI의 층위를 3가지로 구분했다.
보편적인(Universal), 문화적인(Cultural), 개인적인(Persoanal)
예를 들어 대표적인 PPI로 '감사하기'가 있는데, 보편적으로 감사하기는 웰빙을 높여준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문화적 혹은 개인적 층위로 들어가면 '어떤 것에 감사를 느끼는 가'는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탈 벤 샤하르는 보편적이고 문화적인 것은 연구(Research)이지만, 실질적인 개인의 삶에 변화를 위해서는 나-성찰(Me-search)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즉, 평균을 대상으로한 과학이라고 해서 내 삶에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검증된 PPI를 다양하게 알고 실천하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갈 때, 내 삶의 웰빙을 증진하는 무기를 많이 갖게 될 테니까.
*참고) 긍정심리학이 지향하는 지점은 일반적인 '행복'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행복 이외에도 정신적으로 건강함(Mental health, 웰빙(Wellbeing), 번영(flourishing), 번창(thriving) 등 지향점이 미세하게 다르다. Chat GPT를 통해 매우 거칠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은 뉘앙스 차이가 있고 사실 긍정심리학계도 차이와 정의를 정립 중인 것으로 보인다.
행복 (Happiness): 행복은 일시적인 즐거움과 기쁨으로, 어떤 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뻐하거나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일시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수 있다.
웰빙 (Wellbeing): 웰빙은 전반적인 복지와 안녕함.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만족스로운 상태를 말한다. 단기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포함한다.
번영 (Flourishing): 번영은 행복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특성과 덕목들의 존재를 강조한다.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성취와 개인적 성장을 경험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도덕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포함한다.
번창(Thriving): 번영보다 더 나아가 더욱 강조된 개념. 적극적인 성장과 최적의 기능을 나타낸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공적이며, 흥미로운 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생소한 단어는 "Eco anxiety(에코 불안)"였다. 이는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느끼는 불안, 걱정, 무력감, 불공평함, 분노 등의 스트레스를 의미하며, 이 용어는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과 같은 급속한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포괄한다. 이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나빠지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들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에, 이에 대해 긍정심리학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에 관한 패널 토의가 이루어졌다.
인상 깊었던 점은 Eco anxiety가 단순한 부정적 감정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meaning of life)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삶에서 일치, 조화(coherence)가 중요하며, 하나의 종으로서 자연과 연결되는 것도 그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기후 위기로 인해 그 일치, 조화 패턴이 깨지고, 자연과의 연결이 어려워지면서 삶의 의미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매우 철학적인 토론이었어서 논리가 촘촘하진 않으나, 영향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또한, 이러한 불안 속에서 긍정심리학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이야기 했는데 사실 좀 모호했다. 수해 등의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가 가져오는 변화로 인한 실직, 기후 이민 등도 현실화 될 텐데, 피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긍정적인 적응(Positive adaptation)을 해나가고, 근거있는 낙관적인 전략(Grounded optimism strategy)를 제안했다.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서 맞춘 퍼즐은 결국 거대한 자연의 변화는 바꿀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내가 공감하는 이슈(음식 낭비, 과다한 의류 소비, 도시의 탄소 배출 저감 등)에 조금씩 기여하는 방향으로 Eco anxiety에 머물기 보다는, Eco action을 해 나가자는 것이 주 메세지로 보였다.
거대한 변화를 막을 순 없겠지만 불안감을 증폭해서 사람들을 움직이거나 그저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올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과정에서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탐색하고 실천하는 것이 긍정심리학적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