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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솜 Feb 25. 2024

직장에서 인정욕구로 인해 괴로울 때

악셀 호네트, ⌜인정 투쟁⌟에서 얻는 지혜 

“우리가 살아갈 의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능력이나 우리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을 타인에게서도 인정받는 것뿐이다. 인정받지 못하면 살아가는 데에 본질적인 결핍이 생긴다.” - 악셀 호네트


직장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인정을 받지 못해  이런 마음이 버거워 책도 보고, 유튜브도 찾아봤고, 심리 상담도 했다. 여전히 이를 다루는 지혜를 연습하는 중이지만 악셀 호네트의 ⌜인정 투쟁⌟에서 큰 도움을 얻은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분절해 보기 

악셀 호네트에 따르면 인간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정'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인정이란 어떤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을 긍정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다. 즉, 인정 욕구는 나의 능력과 가치를 타인이 확인해 주길 바라는 욕구이며, 스스로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때 인간은 무시의 감정을 느낀다. 


내가 직장에서 채워지지 않아 괴로운 인정 욕구를 분절해보면 '너는 잘하고 있어', '너의 능력은 특별해'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거나, 다른 동료들이 그들만의 강점으로 칭찬받는 것을 볼 때 마음이 힘든 것에 힌트가 있다. 결국 나는 내가 열심히 하는 자질내가 발휘하는 강점/능력긍정적인 것이며 가치 있음을 타인이 확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인정받고 싶은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님을 이해하기 (feat. 인간발달학)

악셀 호네트는 헤겔의 인정투쟁 사상과 미드의 사회심리학을 연결해 ‘자신의 정체성 형성을 위해 인간은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대상관계이론과 같은 인간 발달에 대한 학문을 통해 이 주장을 증명한다. 392쪽에 달하는 그의 책에서 얻는 지혜는 결국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없앨 수 없는 기본 값이라는 점이다. 


방대한 이론을 거칠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우리는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확신을 갖고 싶어 한다

- 사람의 발달 과정에는 늘 타인이 있으며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는 심리가 점점 발달한다 

- 그렇기에 인간은 타인의 인식과 판단에 큰 영향을 받게 되며, 능력이나 자아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얻으려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확인받는 것 외에는 없다

- 즉,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타인의 인정이며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주의) 인정은 셀프 주유가 안된다 

"남들의 인정은 필요 없어, Love your self"류의 메시지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인정도 스스로 주유하면 안 될까?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악셀 호네트에 따르면 이는 불가능하다. '인정'은 상호주관적 즉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나는 내가 예쁘게 생겼다고 믿을 순 있다. 하지만 진짜 이쁘게 생겼는지는 거울을 통해 봐야 확인/확신을 얻을 수 있다. 인정도 이와 같이 혼자는 얻을 수가 없는 긍정적인 확인/확신이다. 


  

원하는 만큼은 받을 수 없는 현실을 수용하기 

"한 분기에 3번 이상 칭찬을 받은 구성원은 다음 평가 성과가 상승했고, 4번 이상 받은 구성원은 1년 후 같은 직장에 머물 가능성이 96% 상승한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직장 내 자질,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확인은 중요하지만 사실 조직은 문제점에만 시간과 노력을 쏟기에도 바쁜 곳이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만큼 인정을 받는게 쉽지 않은 환경이다. 


게다가 자기에 대한 기대가 높으면 더 괴롭다. 악셀 호네트에 따르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개념이 있고 자신의 능력과 사회적 가치도 어느 정도 정해두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고통받는" 존재다. 이러한 스스로에 대한 기대나 판단을 '자아이상(ego-ideal)**' 즉 내가 원하는 이상적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아이상이 타격을 받으면 수치심이 발생한다. 이 수치심이 자기 책임인 경우에 자신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타인의 책임일 경우에는 자신의 가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에 억눌리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자아이상을 점검하고 갈증이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 덜 괴로워지는 방법이다. 


*숀 아처, ⌜빅 포텐셜⌟

**자아이상? 인간은 이상적 자질을 기반으로 하는 자아 이상과 실제 모습이 닮아가도록 부단히 노력하며 자아이상은 성품의 성장을 이끌어 낸다. 


추가 팁) 나의 성장에 집중하기 

어차피 갈증 날 조직 생활에서 염세적으로 포기하지 말고 노력의 방향성을 수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아이상을 타인의 인정보다는 내 성품의 성장에 집중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인정을 받고 싶은지 구분하기 

악셀 호네트는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 충족되어야 하는 인정을 3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인정의 형태 3가지   

사랑 : 누군가에게 정서적 호의 혹은 강한 감정적 결속을 갖는 것 즉, 정서적 유대감 

권리 : 도덕적 판단 능력이 있는 존재로서 받아들여지는 것 즉, 존재감(Visible 하다는 감각)  

연대 : 자신의 특수한 능력이 인정되며 사회적 목적 실현에 대한 기여나 타인에게 의미 있음을 확인받는 것


직장에 적용해 보자면 유대감을 갖는 친구 같은 동료가 있으면 좋겠고(사랑), 회의 내에서 존재감 있게 발언도 하고 아이디어도 좋다고 이야기 듣고 싶고(권리), 성실함이나 분석력 등 나만의 강점이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피드백(연대)을 받고 싶은 욕구들이다. 어쩌면 지금 팀원들의 성향이나 심리적 거리감으로 권리는 가능한데 사랑은 어려울 수도 있고, 오래 다닌 곳이라도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권리 부분은 충족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내가 받고 싶은 인정을 구분하고 현재 환경이 충족해 줄 수 있는지 판단해 보는 게 필요하다. 



회사 밖에서의 인정 충전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사랑은 개인적인 관계에서 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권리에 대한 감각은 평소에 살면서 느낄 수 있지만 3번째 인정 유형인 연대는 "공동으로 공유된 목적이 있고 자기 자신을 독특한 속성과 능력에 따라 평가된 어떤 존재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 즉 개인적 자기 가치부여를 경험하게 하는 공동체"가 있어야 느낄 수 있다. 


하루 9시간이나 보내는 회사가 그러한 공간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나와 공통된 목적으로 만나, 나만의 특성으로 그 공동의 목적에 기여할 수 있고, 구성원 간 서로의 기여가 서로의 삶에 의미 있음을 표현하는 공동체를 탐색하고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즉 회사라는 공동체 형태가 아니어도 나의 인정 욕구를 충전시켜주는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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