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이 되면 울리는 알람음에 눈을 뜨고, 같은 순서로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죠.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내게 밀려오는 일들은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하나씩 하나씩 오락실의 추억의 게임 두더지 잡듯 해결하죠.
그러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매일 겪는 일들과 겪었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일들, 의식의 범주에 끼어들지 못하는 일들, 그 모든 나머지 것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너무 흔하고 일상적이라 일어난 줄도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 시간의 파편들이 되려 나를 촘촘히 채우는 모자이크 색종이라면?
평범한 것들을 말하고 싶어요. 같은 자리에 오래 붙어 선들이 부서지는 그림들에서, 가로등 아래 오래 놓여있는 쓰레기통에서, 매일 사람들을 배웅하고 맞아주는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 세워둔 자전거에서, 바람에 사그락사그락 울리는 플라타너스나무의 나뭇잎에서... 순간순간들이 오색의 종이들로 제게 스며들어요.
거침없이 밀려오는 시간에 맞서 나를 지킬 힘은 기억, 기억하는 데에서 오는 힘이 아닐까요? 기억하려면 질문을 해야만 하죠. 작은 틈을 만들어 두텁고 끈끈한 일상의 고치를 벗겨내야 하니까요. 마침 적당한 비가 내려요. 우산 아래 눈을 감고 서 있으니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외피를 톡톡 건드리고 있는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