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역습

택시를 부른다

출발지와 목적지

분명한 주소를 입력하면 배정받는

수직거리를 달릴 차

탈 것에 올라 갈 곳을 찾아가는 일

하나에도 남겨지는 쿠키들

ㅡ오늘의 날씨는

ㅡ보령 지역의 행사는

ㅡ동시간대 택시를 부른 이들의 연령과 성별은

ㅡ그들이 선호하는 기사는

ㅡ주로 찾는 인터넷 방문지는

빅데이터로 남는 나의 족적

무명씨로 세상에 묻혀 살길 바라는 건

어쩌면 우리의 망상

거대한 구에 손을 넣고 휘저어 꺼내

나를 위한 맞춤서비스로 제공하는 이들

누구일까

얼굴 없는 이들의 고요한 응시

어디든 따라붙는 이진법의 꼬리줄

미래연구소 소장의 강연을 듣는다

4차 산업혁명시대 호모사피엔스 문명의

변곡점에서 정지된 아이들의 미래

Enterprise Architect

Full stack Engineer

Data Scientist

Devops Engineer

Strategy Manager

미국내 연봉순위 1위에서 5위까지의 직업명

모두 처음 듣는 일자리들뿐

손에 땀이 차오른다

부모가 바라는 안정적인 직업들로

학생부 종합전형에 기록된 장래희망

직업명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던

부모들의 선택지 밖 세상이

이제 주류란 이름으로 이들에게

밀. 려. 오. 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갱도란 미래를 향해

날리우는 카나리아,

우는 법을 잊어 목소리도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세상은 봉쇄당했다

안정적 삶이란 허상의 점액질에 붙들려

책상 위 따개비로 퇴화 중

잠든 더듬이 하나라도

깨우고 싶어 건네는 문자 한줄

다가 올 세상은 모른 채

공식만이 계층상승 탑승권이라 우겨대던

내 목소리가 부끄러워 남겨지는 점들

머뭇거리다 지우지 못한 커서

발송 보류로 창을 닫는다

어둠을 삼켜 토해내는 화면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