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by Bono







아무도 모를 밤이면


꽃잎결 나붓이 벌어지다


동자승 선잠 깨우는 죽비보다 서느란


달빛의 재촉에 놀라


대웅전 담벼락 아래 옹송그레


모여들었던가보다, 붓꽃




깊은 달의 들숨이 거두어가는


파도처럼 몰려온 계절의 끝


적멸(寂滅)을 위한 소리 없는 생의 탈피


피고짐이 화엄(華嚴)이어라


지는 잎에 맺힌 염화미소 그윽하니


다음생일랑 여린 붓꽃도 좋으리




하늘 가리운 염원(念願)의 등,


저마다 걸어둔 생의 한 수


포석이 된 그림자 분분하나

내려놓는 법을 모르


이룰 수 없는 화엄(華嚴)을 꿈꾸


스스로의 위안으로 남은 영가등 너머


업(業)을 등짐지고 발치에 엎드리는 이들





오체투지로 부딪혀오는 몸짓을 품는


부처의 감은 두 눈 사이


보이지 않던 눈동자가


바람이 새긴 옹이 되어 예 있었구나








빛바랜 배흘림기둥이 버티고 선 대웅전


들보에 새겨진 갈빛 홍채 올려다보다


내 속 다 읽힌듯, 그만 얼굴 붉어져


달음질쳐 그늘 사이 몸을 묻다





아직 피지않은 꽃방


계절이 머무는 포구로 남은 꽃잎결


그 사이 가만히 숨어들어


무엇도 바라지 않아 한없이 가벼울


생에 기대어 까무룩 잠들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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