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없이 혼자 텀블벅 오픈하기 : 펀딩 체크리스트

1인 창작자가 펀딩을 준비하는 과정

by 지안

출판사 투고 대신 펀딩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펀딩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책을 받아볼 때까지의 두근거림이

다가오는 여행 날짜를 기다리는 마음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펀딩을 준비하는 나 역시도,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이다.

어떤 여행이 될지 모르니 보부상이 되어본다.

꼼꼼히 알아보고, 비교하며 무거운 여행 가방을 꾸린다.


펀딩은 책 만들기의 A부터 Z까지 다 혼자 해내야 한다.
원고 작성은 기본이고, 책을 디자인하고 홍보하는 것까지

전부 내 몫이라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해야 할 일을 차분히 나누어보는 수밖에!


IMG_3504.jpg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


펀딩을 통한 독립 출판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

혼자서 편집자가 되었다가, 디자이너도 되었다가, 마케터도 되어야 한다.

펀딩을 준비하며 해야 할 일을 적어두었던 목록은 아래와 같다.


1인 창작자 TO-DO LIST



✅ 책 내용 완성하기

- 원고 검토 및 교정·교열·윤문


✅ 책 표지 만들기

- 제목/소제목 정하기

- 컨셉 정하기
- 용지(제지) 정하기


✅ 책 내지 디자인하기

- 목차 디자인
- 장도비라 디자인
- 본문 디자인


✅ 굿즈 디자인하기

- 굿즈 리스트업

- 굿즈 디자인


✅ 리워드 구성하기

- 단가 계산하기

- 수요 예측 및 세트 구성하기


✅ 홍보용 이벤트 기획하기

-오픈 알림/72시간/100% 달성 등 목표 구간별 이벤트 기획하기


✅ 상세페이지 만들기

- 책/굿즈 이미지 만들기


✅ 포장 및 배송 준비

- 부자재 발주하기

- 꼼꼼한 포장 및 배송


눈앞에 있는 이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민이 있었을지,

해야 할 일들을 적고 보니 선명해진다.


매일이 결정의 연속이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속도도 나지 않지만, 혼자기에 조금 늦어져도 꼼꼼히 준비하는 게 최선이다.

할 일은 어마무시하게 많지만, 사실 시간만 넉넉하다면 펀딩 준비는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혼자라서 힘들지만, 혼자라서 좋은 점도 많다.

표지도 내지도 굿즈도, 온전히 내 취향을 가득 담을 수 있다.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의 경계를 넘나들며 꾸려왔던,

무거운 여행 가방을 이제 하나씩 풀어보겠다.



01 편집자의 가방

: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



인쇄소 리스트업

원고 퇴고는 끝이 없다. 봐도 봐도 고치고 싶은 문장이 자꾸만 생긴다.

교정·교열·윤문은 인쇄소에 최종 원고를 넘기기 전까지 계속될 테니,

먼저 원고를 넘길 인쇄소를 결정해야 한다.


보통 충무로, 파주, 을지로에 인쇄소가 많이 있다고 하는데,

발품을 팔 시간이 없는 나는 손품을 팔아서 인쇄소를 리스트업 했다.


소량 제작이 가능해서 독립출판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아래 업체들을 먼저 살펴보고 있다.

-태산인디고

-인터프로프린트(전 인터프로인디고)

-이든프린팅


원하는 인쇄 사양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견적을 내주는 사이트태산인디고, 인트프로프린트 등이 있다. 이든프린팅도 독립출판 시 꽤 이용하는 것 같은데, 견적문의를 게시글로 해야 해서 앞에 소개한 두 업체가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대량 인쇄를 할 경우, 파주에 있는 금비피앤피도 꼼꼼하게 봐주신다고 하셔서 함께 고려 중이다.



인쇄 방식 결정하기

옵셋인쇄는 인쇄부수가 많을수록 가격이 저렴해지고,

인디고인쇄는 색감이 잘 나온다고 해서 고민인데 우선 샘플을 만들어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종이 고르기

내지는 보통 모조지로 많이 쓴다고 한다.

미색과 백색이 있는데, 내 책은 사진이 많아서 백색 모조지 100g를 사용할 예정이다.

(물론 미색 모조지로도 샘플을 뽑아볼 생각이다.)


표지-이미지.jpg 날개 디자인 전 표지 이미지, 유화 느낌이라 린넨커버로 제일 먼저 출력해보고 싶다.

표지는 어떤 걸로 할지가 제일 고민이 많이 됐다. 린넨커버, 랑데뷰 울트라 화이트, 몽블랑, 아르떼, 반누보, 매쉬멜로우… 샘플을 뽑아보고 표지 디자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용지를 선택할 예정이다. 위에 언급한 종이들은 고급용지이고, 원하는 용지를 취급하지 않는 인쇄소가 있을 수 있어 인쇄소 선택 시 이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판형 고르기

판형, 책의 사이즈도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에세이 출판 시 많이 사용한다는 B6(46판, 128*188mm)을 생각했으나,

표지를 직접 출력해 보니 생각보다 작았다.

집에 있는 책들을 쭉 살펴보고 비교해 봤다.

사진이 시원하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A5 크기와 유사한 140*210mm 판형으로 결정했다.


ISBN 발급 고민하기

서점에 책을 정식으로 유통하려면 고유 번호인 ISBN이 필요하다.

발급은 어렵지 않다고 하나 출판사 등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단은 ISBN이 없는 독립출판물로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자꾸만 출판사를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생긴다.




02 디자이너의 가방

: 언젠가 떠날 당신의 여행을 위해서



상세페이지 만들기

텀블벅 펀딩은 기본적으로,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받아서 상품을 제작을 권한다. 즉, 펀딩을 시작할 때는 실물이 완벽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샘플을 소량 제작해 예쁘게 사진을 찍거나, 실제 제품과 똑같이 생긴 목업(Mock-up, 가상 이미지)을 활용해 상세페이지를 디자인해야 한다.


상세페이지 만들면서 가장 오래 걸린 부분이 이 과정이다.

하이에나가 된 것처럼 내 책과 굿즈를 가장 예쁘게 보여줄 수 있는 목업을 찾아

밤낮없이 정보의 바다를 찾아 헤맸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차라리 스튜디오를 빌려 사진을 찍을까 포기하고 싶어질 때쯤이면, 기적처럼 딱 맞는 이미지를 찾아냈다!


아줄레주 밴드 목업.png 제일 만들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일회용 밴드 이미지


비록 쉽게 이미지를 적용할 수 있는 PSD 파일이 아니라,

이미지를 얹어 진짜 제품처럼 보일 수 있도록

직접 만들어야 하는 JPG 이미지만 발견할 때도 있었지만,

내 굿즈의 매력을 다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정도 수고로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기존에 뽑아둔 샘플을 옆에 두고, 실제와 최대한 유사한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것에 집착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80%는 만족하니, 이제 목업 제작은 손에서 놔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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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상세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꽤 많은 이미지가 실제 출력본이 아닌 목업 이미지다.

상세페이지를 만들면서 목업을 사용하는 건, 선택 아닌 필수다!

어떤 목업을 사용하냐에 따라 퀄리티가 확연히 다르니, 목업 사냥꾼이 되는 것 또한 선택 아닌 필수다.




03 마케터의 가방

이 여행에 당신을 초대하기 위해서

*민트색 컬러의 소제목 클릭 시 해당 내용을 자세히 볼 수 있는 텀블벅 가이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공개예정 서비스로 펀딩 미리 홍보하기!

텀블벅은 본 펀딩 시작 전, 예비 후원자들에게 프로젝트를 미리 알리는 공개예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펀딩 종료 후 9%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Run 요금제와

15%를 내는 Boost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데, 나는 Run 요금제를 선택해 공개예정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리워드 구성 다양하게 준비하기

텀블벅에서도 리워드를 다양하게 준비할 것을 권장한다. 단순히 리워드를 책 1권 + 굿즈 2~3개 조합에서 끝내지 않고, 저가부터 고가까지 세트를 다채롭게 구성해 후원자들에게 선택지를 넉넉히 제공하면 좋다.


응원권 기능 활용하기

예비 후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쿠폰인데, 주의사항을 참고한 금액을 설정해야 한다.


주의사항

1. ISBN 발급 예정인 단행본을 선물에 포함할 경우, 응원권 적용 후의 가격이 도서정가제를 위반하지 않아야 할 것.

2. 모금액은 실제 결제 금액만 포함되기 때문에, 목표 금액 달성에 무리가 없는 금액으로 응원권의 금액을 설정할 것.


응원권 대신 얼리버드 혜택을 크게 드릴까 했지만, 결국 둘 다 하기로 결정했다. 잠과 건강을 갈아서 만들 예정일 슈퍼 얼리버드 혜택에, 펀딩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 분들께 약소한 금액이라도 혜택을 드리고 싶어서 응원권 기능도 함께 활용하기로 했다.


목표 달성 이벤트 기획하기

펀딩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

오픈 알림 이벤트, 72시간 내 참여 이벤트, 100% 달성 이벤트, 1000% 달성 이벤트...

펀딩이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과 닮아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 목표 달성 이벤트는 꼭 챙겨두고 싶었다.

응원권과 실물 굿즈를 준비해서 각 목표를 달성했을 때 받아가실 수 있도록!

받았을 때 유용할 리워드들로 구성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다시 언급해보려고 한다.


텀블벅 기획전 신청하기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테마로 프로젝트를 소개하곤 한다.

텀블벅 메인페이지에 노출시켜 준다거나, 우수 프로젝트의 개별 프로모션을 제안하기도 한다.

출판 분야의 경우 3월 29일까지 ‘책 읽기 좋은 날’ 기획전 신청을 받고,

4월 13일부터 5월 8일까지 봄에 읽기 좋은 책과 즐거운 독서를 위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기획전을 진행한다.

6월에 진행되는 '텀블벅 도서전 기획전'도 있는데, 5월 17일까지 신청을 받고, 6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날씨가 좋은 날에 책을 받아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4월에 진행되는 기획전이 4월 1일에 발표가 되어서 고민 중이다.

혹시라도 기획전 선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마냥 기다린 게 될까 봐…


만약 이제 막 텀블벅에서 출판 분야 펀딩을 준비하려고 하는 분이라면,

이런 기획전 진행 시기에 맞춰 펀딩을 오픈할 수 있도록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얼리버드 혜택 준비하기

블로그를 운영할 때부터 사진 색감을 예쁘게 봐주시고, 어떻게 보정하는지 궁금하다는 문의가 많았다.

평소 내가 본 풍경과 사물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을 좋아해, 어느새 사진 색감 보정이 취미가 되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만지다 보면 사진에 생명이 불어넣어진 것처럼 애정이 가득 생긴다.


나처럼 여행 사진에 온기를 더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눈으로 봤을 때처럼 예쁜 풍경을 사진 속에 담아두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사진 보정 프리셋 4종을 얼리버드 혜택으로 구성했다.

프리셋 파일만 드리면 응용이 쉽지 않을 수 있으니,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내 펀딩을 후원해야 할 이유, 차별점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여행책과 프리셋을 펀딩 리워드로 구성한 걸 차별점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깊게 풀어볼 예정이다.




사실 세세하게 들어가면 1인 창작자의 업무는 끝이 없다.

하지만, 커다란 틀을 잡아둔다면 펀딩 준비가 한결 수월할 테니,

혼자 펀딩을 준비하며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꺼내보았다.



image.png '프로젝트 심사 전 체크리스트' 글자를 클릭하면 해당 이미지로 이동합니다! 출처 : 텀블벅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텀블벅에서 제공하는 프로젝트 심사 전 체크리스트를 공유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틀 뒤 이사를 해야 해서 정신은 하나도 없지만, 드디어 펀딩 준비의 끝이 보인다!

만약 기획전 참여를 결심한다면 조금 더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부디, 올 상반기에는 <나의 사랑, 나의 포르투> 책이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매주 화요일, 텀블벅&독립 출판 도전기 나눠볼게요! ˚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