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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Dec 23. 2022

서른 살이든 삼세든 쉽지 않은 나이


 올해 서른 살인 내 나이를 뒤집으면 03세가 된다. 아, 내 최초의 기억은 5살인데. 그래서 만 나이를 적용해 29세를 뒤집어 92세를 쓰려니 이것도 쉽지 않다. 03세든 92세든 상상력을 발휘해 그 나이가 돼보는 거다. 


 100세 시대라 하지만 나는 92세까지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03세의 글을 쓰기로 정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영아 시절 때 들었던 유일한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3세 때 엄마는 겨우 26살이다. 지금처럼 육아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던 시절이 아니라 부딪혀 가며 하던 육아를 했다. 엄마는 나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흔들 그네 의자에 태운 후 설거지를했다. 내가 잘 놀고 있나 뒤돌아보니 공원에서 물을 뿜고 있는 천사들처럼 토를 뿜고 있었다고 한다. 이유식을 먹인 후 트림시켜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벌어진 해프닝이다. 미리 알았다면 나도 엄마도 고생하지 않았을 테지만 몰랐더라도 부딪혀 가며 하나씩 배워나간다. 


 3세의 내가 27년 동안 겪을 일을 미리 알았다면···. 

 몰랐던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만 잔뜩 있는 시험지를 받으면 시작도 전에 포기하게 되니까. 만약 나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돌아가지 않을 거다. 작년까지만 해도 지금 정신머리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면 괜찮은 조건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떤 경험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그때보다 조금 덜 상처받고 더 나은 선택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삶의 다른 영역에서 일이 발생해 힘들어하겠지. 결국엔 살면서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고통의 총량 중 지금은 몇 퍼센트쯤 채웠을까. 어찌 되었든 이유식을 먹은 후 흔들 그네에서 토를 뿜은 건 서막에 불과했다. 


 나는 살면서 받지 않았으면 좋았을 상처를 자양분처럼 먹으며 자랐다. 이 상처도 어느 정도 먹고 누가 등을 두드려줬어야 했는데. 나는 상처를 꾸역꾸역 먹다 한계에 도달해 한동안 토해내기 바빴다. 여전히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무의식에 푹 잠겨 있던 상처가 어느 날 갑자기 뾰로지처럼 뿅하고 튀어나올 수 있다. 뾰로지는 미관상으로 보기 좋지 않고 종종 아플 때도 있다. 방법은 뾰로지를 안전하게 짜고 흉터 남지 않게 약을 바르고 잘 아물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서른 살은 최승자 시인의 <삼십 세>처럼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나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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