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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신 Dec 10. 202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게시물

인스타그램 팔로우 취소를 하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종종 인스타그램에 궁금하지 않은 사람의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팔로우 취소를 하고 싶다. 그 사람과 직접 만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왜 과감하게 언팔로우를 하지 못할까. 그건 나의 자의식 과잉에서 비롯된다.


 내가 언팔로우를 했다는 사실을 어느 날 그 사람이 알게 되었을 때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지 혹은 원래 나에 대해 별생각 없었는데 언팔로우 당했다는 사실로 인해 악감정을 가질까 봐 두렵다. (미움받을 용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내가 언팔로우 하고 싶은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다. 그들끼리 만났을 때 혹시 내 뒷담화를 하지 않을지 또는 제삼자가 “심신아, 너 00이 하고 00이, 00이 왜 언팔로우했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상상만 해도 벌써 당황스럽다. 솔직하게 “아, 00이 하고 00이, 00이 소식이 별로 안 궁금해서.”라고 말할 것이냐. “한동안 인스타그램 해킹당했는데 그때 언팔로우 했나봐.”라고 구차한 변명을 할 것이냐. 여기서 이상한 건 더 이상 그들과 만날 일이 없는데 나는 왜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그 이후를 상상하며 고민해야 할까. 혹시 모를 1% 가능성이 99%의 확고함을 이겨버리다니. 아이러니다.


 소식이 궁금하지 않지만 왜 팔로우했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나의 자의식 과잉이다.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왔을 때다. 그때 우르르 팔로우 신청이 들어왔고 나도 그 친구를 팔로우했다. 그중 ‘어? 이 사람이 나를 왜?’하는 사람도 있었다. 먼저 팔로우했는데 내가 팔로우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인스타그램에서도 나는 예의를 차리는 걸까.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가끔 올라오지만, 그 마저도 빈번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당연한 말이지만 불편해서다. 그 사람이 궁금하지 않다고 점잖게 말했지만 사실 나는 그 사람이 불편하다. 이제 더 이상 만날 일도 없고 만난다고 해도 겉도는 몇 마디만 주고받을 테지만.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일은 대부분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았거나 잊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한 일이다. 그 사람은 잊어버렸고 애초에 기억하지 않았을 일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혼자서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음침하게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나에게 해롭다. 각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 되어야 한다.


 한편으론 ‘어 이 사람이 나를 왜?’에서 이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혹시, 나를 팔로우 하는 사람 중 누군가가 나를 언팔로우 하고 싶은데 나와 같은 마음으로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럼 내가 먼저 용기 내서 팔로우 취소를 하면 서로 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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