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녹색이 햇빛에 비치는 순간이 좋다.
다들 나무가 해를 받는 순간을 주의 깊게 살펴본 적이 있는가? 그냥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줄기, 가지, 잎사귀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본 순간이 있냐는 물음이다.
나뭇잎이 햇살에 부딪치고 바람에 흔들릴 때면, 그 모든 것들이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것이 꼭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다. 특히 햇빛에 반사된 잎들은 묘하게 밝고 노란빛을 띠는 녹색이 되는데, 그 색이 꽤 장관이다. 잎사귀 하나하나에 빛이 스며들고, 잎맥을 따라 서서히 그 빛이 번지며, 최종적으로 별처럼 반짝이게 된다. 그 관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속으로 퐁당 빠져 녹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녹색이 서늘하고 시원한 색을 띤다면 햇빛과 함께인 잎들은 놀라울 정도로 따스하고 청량한 맑은 색채를 뛴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이 말이다. 그리고 그게 내 마음을 사로잡는 계기가 된다.
얕게 흔들리는 그늘 밑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그 반짝임을 보고 있자면 내 한평생도 그렇게 누워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실제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바란 적도 여럿 있었다. 그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누워있어도 된다. 내 머리 위의 녹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반짝여준다. 어떤 방해도, 잡생각도 없이 오롯이 그 장면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그 빛에 이끌려 이내 녹색에 온전히 퐁당! 하고 빠져버리는 것일 뿐, 단지 그뿐인 순간이 내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해당 상황을 완벽히 느끼기 위해서는 꼭 느긋하게 시간을 찬찬히 들여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로 급하지 않게, 찬찬히 살펴보기.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냥 스치듯 짧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훅하고 넘겨버리면 인지할 수 없는 것, 우리가 보는 것은 그만큼 사소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지도 모른다. 왜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나는 감히 그게 이 순간이라고 여긴다.
가끔은 한 자리에 머물러 무언가를 느긋하게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안 그래도 바쁜 세월에 잠시 쉬어가면 어떠랴. 가끔 바라보면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산다. 바쁘게 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란 생물은 뛰기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잠시 녹색의 미학에 빠져볼 정도의 게으름은 괜찮지 않을까. 잠시의 도망을 위해 나는 오늘도 햇빛에 비친 녹색을 찾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