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제주에서 웨딩스냅사진을 촬영하는 작가 이야기
삶은 아이러니 함의 연속이다.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또 예측했던 것만큼 결과가 오기도 한다. 그냥 그때 이직만 안 했어도, 선배가 뭐라 한들 죄송하다 하고 직장생활 다 그런 거지 하며 털어냈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평생직장 생활하며 결혼해서 애도 낳고, 출산 휴가 쓰고 지내다 보면 마흔이 될 거라 생각했다. 곧 마흔인데 이건 무슨 책임질게 나 밖에 없다 보니 나이만 먹어가지 20대처럼 철 없이 살고 있다. 며칠 전 친구랑 전화를 하다 '와 이러다 내일 죽으면 다 소용없는데 , 왜 이렇게 우리 열심히 사냐?'라는 말에 '응, 그렇기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후회할 틈도 없다. 상업작가, 웨딩스냅작가, 스냅사진작가 등등 수많은 명사 앞에
어찌 보면 프리랜서 또 어찌 보면 자영업자
그렇게 또 몇 년 이 흘렀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여하튼 그때 그 선택으로 제주도에 내려오게 된 것,
제주에서 이어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가지 못해
제주에 남아 웨딩스냅작가가 됐고, 코로나 영향으로 제주스냅시장이 잘 됐음에도
그전에 웨딩스냅 시장이 어떠했는지 몰랐기에 그냥 다 이렇게 흘러가나 보다 했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해외로 나가는 스냅작가 선후배동료들을 보며 나는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지 늘 고민을 한다.
결혼을 정말 많이 안 하는 걸까?
결혼 안 한다고 하면서 성수기 되면 일몰 촬영을 바다는 늘 자리가 없다. 어쩌면 내가 매일 이런 풍경을 봐서 결혼 정말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을지 모른다. 최근 일몰바다에서 쭉 사람들이 웨딩사진을 찍는 모습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우리에겐 일상적인 모습이 누군가에겐 신기한 풍경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응? 대체 누가 결혼 안 한데' 심지어 제주스냅시장은 전체 웨딩시장에 작은% 불과한다고 한다.
육지는 헤어메이크업 일명 스드메로 연결되어 있고, 웨딩플래너를 통해 진행을 많이 한다.
요즘이야 가성비, 셀프스냅 등이 많고, 워낙 사진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의 결혼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느 정도 촬영 부분에 있어 절약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아무렴 어때 비행기를 타고 날씨라는 변수와 함께 마음조리며 싸우며 이곳까지 오는 신랑신부님들. 촬영 전날에 유선미팅을 하거나 사전미팅을 한다.
'신부님~ 신랑님도 힘들어요 와서 운전해야 하지, 그리고 신랑님들 대기 시간이 길어요!'
'신랑님 내일 딱 하루만 참으면 평생 편합니다!'
'두 분 휴가내서, 큰돈내고 멀리 왔는데 딱 하루만 즐겁게 놀아보아요'
등등의 말들로 촬영의 긴장감을 풀어드리곤 한다.
웨딩사진에도 트렌드가 있데!
웨딩사진에 트렌드가 있다고 하는데 곧 마흔을 앞둔 내겐 20대가 말하는 트렌드가 힘들 때도 있다. 그러면서 '작가가 나만의 색을 갖고 있음 됐지!'라고 하지만 또 먹고사는 문제라 그게 쉽지가 않다. 많이 보고, 많이 적용하자고 하는데 진짜 확 바꾸려고 샘플도 찍어보고 해도, 결국엔 또 나의 색으로 묻어나게 기록한다. 영상도 해야 하고, 웨딩포스터도 요즘 인기가 많아 한번 보기도 해야 하고, 할 거 진짜 많다.
가끔 자영업 하면서 이런 생각 든다 이렇게 회사에서 열심히 했으면
상업사진 시장은 늘 냉정하다.
상업작가란 돈을 받고 일을 하기 때문에 이 시장은 참으로 냉정하다. '요즘 그 업체가 인기가 많데요~', ' 요즘은 여기가 또 인기 많데요' 등등 큰 금액이 들어가고, 어찌 보면 인생에 한번 있는 촬영이다 보니 더 냉정하고, 깐깐하게 신랑신부들은 고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신랑신부님의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터진다 제주, 서울 탄탄하게 오랫동안 웨딩촬영을 해온 작가들도 있지만 어찌 보면 새로 시작하는 작가들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낮을 수 있다. 카메라와 컴퓨터만 있으면 되고,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통해 홍보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이 낮은 진입장벽 때문에 나 또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진입 장벽이 낮다고 해서, 이 업에 대한 생각, 가치관도 낮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광고주는 신랑신부님, 사람과 사람이 일을 하는 과정
어차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한다. 신랑신부는 광고주이고, 작가는 돈을 받고 웨딩사진을 찍어주는 콘텐츠 제작자이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웨딩사진을 찍는다. 사진작가가 아무리 앞에서 쑈를 해도 어색하고, 낯설다. 당연하다. 만난 지 10분도 안돼서 첫 촬영에 들어가면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그렇다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신랑신부님도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야 한다. 사전에 유튜브, 보내드린 시안을 보고 포즈 연습을 해오라고 전달드린다.
사진에 욕심이 없더라도 두 사람의 이야기나 히스토리를 잘 빈영해서 촬영하려고 한다. 가령 캠퍼스 CC이거나, 테니스 동아리에서 만났다거나, 두 사람이 처음 만났거나 데이트를 자주 했던 곳에서 기록하는 것 등등 이는 분명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아닌 야외 스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 내가 대단하다. 아니 그냥 대단하다.
사람에게 관심 없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말주변 없는 내가 촬영을 가면 또 먹고사는 문제라 생각하며 열심히 하려고 한다. 사실 어떻게 만났어요, 어디서 오셨어요 등등 가벼운 질문일 수 있지만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일 수도 있고... 그래도 MBTI덕 분에 그 핑계로 한 번 더 물어보게 되는데
극 I라고 하면 '작가님이요??'라고 하며 놀란다.
'네 웨딩스냅인데 조용히 찍을 수 없잖아요'
'묵음으로 디렉션할 수 없잖아요' 등등 농담을 하며 말이다.
하루 한 팀 촬영하고 집에 가면 진짜 녹초다.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
성수기는 연속촬영 있는 날이면 거의 약속을 안 잡는다.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 ㅋㅋㅋ
이 만큼 애정을 쏟으며 일하는데
이유는 단 하나다.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바로 사진을 찍는 일.
평생 사진 찍다가 죽고 싶다.
늘, 좋아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오래 달리기이다. 자영업 만큼 오래 달리기에 대한 맷집이 필요하다.
당장에 눈앞에 있는 예약이 없으면, 한 달에 숨만 셔도 나가는 돈이 이만큼인데 하며 마음조리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서울, 제주에서 나를 찾아주는 신랑신부님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나를 거쳐간 그리고 앞으로 거쳐갈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호시절
추신. 긴 글 읽어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