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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무살을 앞두며, 30대 가지 마라 진짜.

by 엄지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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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이가 드는 게 덤덤한데

진짜 생각지도 못한 나이가 됐다.

세상에 내가 40살이라니. 마흔이라니

내가 태어난 87년도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고

한 학년에 15반이 될 만큼 애들이 너무 많았다.

다이소도 없던 시절 학교 앞 문방구는 10개가 넘었고

나름 아이들을 단골로 만들기 위한 유치가 치열했다.

학교를 끝나면 학원을 가고, 독서실을 가고

고등학교 때 두발 자유를 외쳤다.

어떻게든 들어간 대학에서

갑자기 스펙보다 스토리를 외치며 학교 밖 대외 활동이 넘쳐났고,

꿈을 외치다가 꿈을 깨야 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취업을 하고, 20대 끝자락을 맞았다.

20대, 30대 중반까지는 서울에서 대학도 회사 생활도 참 즐겁게 했다.

1년 중 300일은 종로에서 보냈고

서울 위치 좋은 곳에 집이 있다는 게 내가 눕고, 비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고 살았다.

20대가 끝난다고 우울 터져서 뉴욕 가고 싶다고

30살 딱 되던 날 뉴욕을 갔는데

30대

거의 3650일을 보내면서

30대 초 / 후반으로 딱 나뉘는 것 같다.

아마도 서울에서 회사 생활과 제주 생활로 바뀌겠지

서울에서 회사 생활하면서

승진도 하고, 번듯한 회사 다니면서 매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가족들 용돈도 주고, 여행도 수없이 다니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책도 쓰고, 블로그도 그땐 잘 됐다.

어찌 됐건 회사 네임이 있었기에 그 후광으로 강의도 하고 했지만

정작 나 스스로는 잘 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제주 생활은

30대에 한 내가 한 최악의 실수이다. 코로나가 터질 걸 알았으면 선택도 안 했을 거고

애초에 그렇게 이직을 안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제주 생활은 또 많은 변화를 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들을 걸러내야 했고,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회피형도 경험해 보고,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겠다는 것도 느꼈다.

누군가 많이 좋아해서 힘들어보기도 하고, 반면에 내가 누군가에게 지독하게 상처를 주기도 했던 것 같다.

모든 하루하루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30대는 20대보다

조금은 경제적으로 여유의 있고,

행복했고, 정말 짜증 나는 일이 많아도 행복했다.

살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는데 그것도 감사할 일이지

30대가 끝나는 40살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다들 여행 가라고 하는데

일단 이제 여행 싫어하고요, 남들이 생각하는 곳, 그리고 그 이상을 다 가봤다.

저 메시지에

두 번째 스무 살 축하합니다.라는 말이

너무 예뻤다.

두 번째 스무 살

이제는 잘 살아야겠다는 것보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어떻게 살아야지 고민해 봐야지

그리고 포기해야 할 건 빠르게 포기하자

그게 마음 편하다. 남은 인생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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