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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은비 Mar 30. 2017

Mammy.

어느 새벽, 주무시러 방에 들어가시는 엄마에게 

"나도 푸르고 쨍한 감정을 가져봤으면 좋겠어"라고 한 날이었다.

엄마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든 못해주는게 속상하셔서 꺽꺽 소리내서 우셨다.

그렇게 소리내서 우시는 모습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내가 엄마를 달래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괜한 말을 했네, 아니.. 그냥 그런 감정을 가지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리고선 나도 방에 들어와 이불 속에서 울다 갑자기 엄마 사진이 내 핸드폰 속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울고 있는 그 와중에 엄마의 이미지가 색감으로 떠올려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엄마, 그림 그릴 거니까 모델 좀 돼 줘요" 이 말에 

엄마는 소녀처럼 쑥스러워하시면서도 포즈를 취하셨다.

이렇게 해서 그리게 된 그림이다.

그림 속에서 엄마의 밝은 모습과 밝아야만 하는 모습을 왼쪽 여백에 표현했고

슬픔, 좌절, 고독, 생의 아픔, 가족을 위해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절박함, 

자식에 대한 한줄기 희망을 칼로 긁어서 표현하였고

엄마의 얼굴은 위의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는 걸 표현하였다.

이러한 감정 속에서도 소녀였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여자라는 걸 놓고 싶기 않다는 마음을

엄마의 스웨터에 달린 꽃 브로치와 스웨터의 색감에 주황과 분홍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걱정과 슬픔과 삶의 무게를

엄마의 어깨에 따뜻하지만 안쓰러움을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민트색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썩어 문드러지는 가슴은 스웨터 안의 검은 옷으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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