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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은비 Mar 20. 2017

Shame.

Shame. 오일파스텔


관계에 대한 무거움 때문에 관계의 외면에서 따라오는 지독한 외로움.

벗어나고 싶어도 다시 돌아오는 관성 같은 습관과 닮아 수 없이 반복되는

이 지옥 같은 관계 속에서 나의 삶을 구원해 주소서. 

_write 은비


영화 shame을 봤어요.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을 보고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찾아 봤지요.

잠깐 코멘트식으로 나와 화인지 기억이 잘 안 나요;;

그 짧은 코멘트 화면이 인상적이라서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제 그림에 누워있는 사람이 주인공 브래든(마이클 패스벤더)에요.

이 사람은 사람과의 깊은 관계를 할 수 없어 콜걸과의 원나잇과 음란채팅 등으로

단발성 관계만을 가지는 사람이라서 정작 마음으로 다가오는 직장동료 마리안과의

잠자리에선 그게 안돼 절망을 하죠.

괴로움을 외면하기 위해 콜걸들을 불러 일회성 관계를 맺지만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만이 더 커지죠.

여동생은 그와 반대로 관계 중독자라 남자친구에 자기 인생을 올인하고

오빠에게는 몇 만에 찾아와 며칠만 같이 살자며 민폐와 부담감을 떠 넘겨요.

이로 인해 브래든은 개인 공간이 없어지면서 콜걸을 더 이상 부르지 못해 풀 수 있는 게 한정되어

병적으로 더 수위 높은 쾌락을 탐닉하는데 집착을 하게 되죠.

그런데 동생은 남자친구와 차이고 오빠의 상사 유부남과 사귀었다 차이면서 또 자기를 버린다고

오빠도 나를 버릴 거라고 버린 거라고 손목을 그어버려요.

브래든은 동생을 병원으로 옮기고 침대 옆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죠.

동생이 깨어나 안도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답답한 마음이 들어 밖에 나와 비 속에서 절규하며 끝나죠.

 

정말 지긋지긋한 동생인데, 버리고 싶은 동생인데 핏줄이 뭐길래

버리지도, 떠날 수도, 벗어 날 수도 없는 관성 같은 그 지독한 관계라는

지옥 속으로 또 돌아가야 하는 절망이 절절하게 느껴졌어요.


이제 제가 브래든 얼굴을 저렇게 날리게 그린 이유 아시겠죠?

그의 얼굴은 가족, 회사 같은 팀, 직접적인 바이어들 말고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일회성 관계에서 쾌락만을 원하는 몸만이 그 사람의 다인 것 같아

얼굴은 날리고 몸은 선명하게 그려봤어요.


저도 관계를 어려워하고 껄끄러워하기도 하고 불편해하기도 해서 거리를 두는 편이거든요.

그렇다고 브래든처럼 일회성 관계에 탐닉하지는 않아요ㅋㅋ

그냥 혼자 있는 걸 즐기고 편안해 하죠. 얼마 전 친구들을 6개월 만에 만났는데 대화중


친구: "넌 집에서 좀 나와야 해"

나: "겨울이자너~ 곰처럼 동면 중이야"

친구: "야 곰은 사람 돼서 시집이라도 갔지. 넌 사람 되기 글렀다~쯧쯧"

나: "그러네.. 그럼 난 금수 될란다"


이렇게 대화가 마무리된 일화가 있지요ㅋㅋ ㅡㅡ;; 이것들..


여러분은 관계의 무게를 잘 이겨내고 있으신가요?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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