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설

by 브렌다

인간이 세상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운다는 것은 세상에 내가 태어났음을 알림과 동시에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최초의 행위다.

인간의 취하는 최초의 행위는 지극히 본능적이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신생아는 개인의 자아와 사회적 이념이 확립되지 않은 채

본인의 DNA에 각인된 본능대로만 행동할 수밖에 없다.

비단 인류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와 동물은 태어난 직후 본능대로 행동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은 대개 생존과 자기 안녕을 위한 무의식이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인간은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인간은 다른 것을 착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수렵채집과 사냥을 하던 원시시대에는 자연을,

자본주의 시대에는 타인을 수탈하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본능은 악하다.

모든 인간이 본능대로 살아간다면 하루아침에 문명은 붕괴할 것이다.

배고픔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타인의 음식을 갈취할 것이고

번식의 욕구로 인해 타인을 강간할 것이다.

인간이 행하는 선함은 후천적인 교육과 사회화에 있으며

본능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아왔다.

헤브라이 민족의 구약에는 선악과를 따먹은 최초의 인류 이야기가 나온다.

힌두교에서 파괴의 신인 시바는 3대 신 중 하나다.

순자는 인간이 본래 악하다고 주장했다.

홉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 표현하며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기에 이를 초월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스스로가 본능적임을 거시적으로 통찰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인류 문명은 본질적으로 파괴적인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 스스로의 입에 재갈을 채워 세워졌다.

그럼에도 전쟁과 테러, 범죄는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21세기에도 전 세계의 60%가 굶주리고 있고 그와 동시에 어딘가에서 음식은 유통기한을 지나 썩어간다.

인류의 절반 이상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런 참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부정하고만 싶다. 그렇게 종교는 오늘날에도 유지된다.


인간의 본능은 인류가 멸족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제어하는 방법은 발전하고 있으며 문명은 고도화되고 있다.

문명의 원천은 인류 본성에 대한 직시이자 성찰이며

본인들의 악함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 있다.










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