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에서의 두 번째 만남
오픈 10분 전, 10시 50분.
‘내가 이렇게 손이 느렸던가?’
‘오늘은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매번 똑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첫 차에 올랐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니 싶다.
15인씩 3타임을 반복하고, 그 이후에는 워크인. 실수 없이 마무리하자 다짐했다.
뒤돌아볼 틈도 없이 접시를 채워 나갔다. 잠시 여유를 가지려 하면 이미 손님들은 퇴장하시고, 나는 다시 밥을 안치고 있다.
이번 여름 식탁은 재료가 가진 이야기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싶었다.
그래서 단순한 메뉴판이 아니라 작은 매거진을 만들었다.
웰컴티와 샐러드를 드시며 천천히 넘겨보는 동안, 오늘의 한 접시가 어디서 왔고 어떤 계절을 지나왔는지, 그 흐름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 안에는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는 글이 아니라, 재료를 키운 시간과 사람들의 손길,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인연에 대한 고마움까지 담겨 있다.
책갈피로 오래 곁에 두시길 바라며 준비했지만, 가져가지 않으신 분들도 있어 조금은 아쉬웠다.
작은 종이 한 장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여름에도, 그동안 크고 작은 인연으로 닿았던 분들이 다시 찾아와 주셨다.
‘이런 마음을 내가 받아도 될까?’ 싶은 순간.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아, 누군가 ‘같은 절임인데, 초절임과 누카즈케는 맛이 달라요. 쿰쿰한 향과 자연스러운 산미, 채소 향도 있고 신기하네요’
발효의 힘이다 !
난 솥으로 지은 밥이 훨씬 맛있다.
하지만, 팝업에서 솥으로 밥을 짓다가는, 식사 제공을 못 한다. 이럴 때면 스튜디오로 사람들을 불러오고 싶다ㅎㅎㅎㅎ
정성 들여 서서히 부드럽게 익힌 밥은, 밥만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도 구수한 향과 곡물의 단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을 코앞에서, 조금 늦은 여름 절기 식탁이었지만
날씨 덕분에 시원한 소바가 참 좋았다.
소바 국물을 엎어
간장을 치마에 다 쏟았다.
앞이 까맣다가.. 면이 다 삶아졌다며 타이머가 울렸다.
알록달록
나는 우엉 누카즈케가 제일 맛있었다.
호박씨 후리카케로 밥을 양념했다.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건 아마도 볶은 호박씨 덕분일 것이다.
나만의 럼 레이즌 쿠키로 만든
우메보시 버터크림 쿠키
싱그러운 물가지 샐러드.
극적으로 받은 홍성 채소생활의 물가지.
다음 계절에도 좋은 작물을 얻기를 바라는 큰 꿈 ^_^
행복한 날들 보내시다가
계절의 중간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