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컷 아닌 빵 컷 사진!

필름 사진으로 지나간 일기를 쓰다.

by fromDK

필카로 사진을 찍고 있다.

필름의 첫 장면은 그 필름이 무엇이었는지를 '기록'하는 사진을 담곤 한다.

그런데 사실 필름 카메라로 찍는 사진 중에서는 빵 컷(혹은 반 컷)짜리 사진도 종종 나온다.

이건 내가 찍고자 해서 얻을 수 있는 사진은 아니고 다만 기록의 첫 번째 컷 전에 들어있는 일종의 보너스 사진인 셈인데 모아놓고 보면 재미있다.


한쪽이 새하얗게 날아간 사진. 그 날아간 흰색에는 어떤 장면이 담겨져 있는지 모른다.

어렴풋이 기억을 뒤져야만 알 수 있을 뿐.



이 세 장의 사진은 첫 컷을 담기 전에 찍었던 사진이라 예의 첫 사진과 비슷하거나 같은 사진.

학교에서, 내 방에서, 그리고 거실에서 처음 샀던 필름을 물릴 때의 상황이 기록되어 있다.

항상 필름을 처음 카메라에 물릴 때는 열심히 찍어야지, 혹은 뭔가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쉽게 되지 않는 것 같아서 매번 아쉽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두 장은 연초에 대구에 가기 전에 담았던 필름과 대구에서 갈아 끼웠던 필름.

왼쪽의 것은 밤 중이라 어둡게 나왔고 오른쪽의 것은 카페에서의 사진이라 노란빛이 돌고 있다.

저 작은 책자 하나도 내게는 큰 의미가 되었고, 저 카페도 내겐 커다란 공간이 되었던 올 해였다.

작가님 덕분에 엽서를 만들 생각을 했고 카페에서의 분위기와 전시 덕분에 내 전시도 할 수 있었다.



제주도를 돌아다니며 야외에서 필름을 물렸을 때의 사진.

정초에 들불축제가 벌어지는 새별오름의 가을날과 여름과 가을 사이의 우도.

그리고 올 해 초 종달리 도예공방에서의 하루.

새별오름을 오를 때는 가을이었음에도 무척 숨이 가빴다.

우도에 혼자 들어가 필카를 목에 메고 자전거를 타던 작년 이맘 때.

생산적인 활동이 될 것 같아 취재하고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해 안타까운 그때의 공방 사진.



이건 여행을 갔을 때의 사진.

커피가 담겨있는 저 곳은 위미리의 카페. 여행을 가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었고 조용한 카페에서 필름을 물렸었다. 사진을 몇 장 담지 않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조용한 카페는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었다.

해가 넘어가는 서울, 동생의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 사진은커녕 그 날 저녁에는 필름에 무언가 담을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던 기억이 난다.



05.+EM_4th+-+01.JPG

그리고 어딘가에 나가려고 주말(이었을 것이 분명한)에 찍었던 모니터 화면 속 반사된 내 모습.

사진을 찍는 것은 재미있다.

작정하고 찍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어려워서 포기하거나 조금 더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어려운 건 없는데 조금만 알면 훨씬 재미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난 아직도 부족하고 모르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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