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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mDK Oct 23. 2015

22/642 :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

채광창으로 내려다보는 그녀의 결혼식 식사 준비.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 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 대로 수정한

혹은 노트에 적어둔 글을 다시 읽으며 쓰는

'세 번째 수정본'이자 '네 번째로 쓰는 글',

'다시 읽고 써보는 글'이 될  듯합니다.




스물두 번째 질문. 당신은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요리사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채광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A : 왜 내려다보고 있냐고? 내가 주방을 담당하기 때문이지. 전 약혼녀인 사람이 굳이 내게 자기 결혼의 식사를 맡겼어. 보통 심보가 고약한 여자가 아니야. 그런데 내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이유가 뭐냐고? 당연한 거 아냐? 공적인 일과 사적인 감정은 엄연히 다른 거니까 그렇지. 그 사람이 나와 어떤 관계였니 하는 건 지극히 사적인 부분일 뿐이고 이건공적인 자리니까. 일에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는 것만큼 최악인 것도 없지. 여기서 요리사들을 감시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 감정은 감정이고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지.


  B : 결혼식 전체를 봤을 때 예식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식사이기 때문이죠. 그녀의 결혼식이 내가 만났었던 그 사람의 좋은 날이 망가지거나 트집 잡히는 날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좋아서 하는 이 일이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약혼까지 했었던 사람인데. 결혼하는 오늘이 그  사람뿐 아니라 주변 손님들에게도 행복했던 날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식장은 물론이고 포토테이블, 식당, 대기실, 로비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을 만큼 준비하는 중입니다. 여기 위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분들은 보니 아무래도 식사 쪽은 안심해도 될 것 같네요.


  C : 스냅 한 장 얻으러 올라왔다. 그 여자는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자신의 결혼을 담을 수 있겠나며당부했다. 해주겠다고는 했는데 이게 은근 짜증 나는 일이다. 나와의 약혼을 파한 여자를, 다른 이와 웨딩 마치를 울리는 여자를 파인더로 바라봐야 한다. 짜증 나지 않는가? 나는 프로도 아니거니와 실력이 출중하지도 않은데 저 여자는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작정하고 물 먹이려는 수작인가? 아니겠지? 여긴 이제 끝이다. 이제대기실에 가봐야 한다. 그래도 부탁한 건데 찍어는 줘야지.!



2015년 10월 11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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