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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구 Jan 26. 2022

행복의 약속 / 사라 아메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      ) 이에요

   여러분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행복’하면 넓은 집, 좋은 차, 멋진 옷 같은 물질적 특권들을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규정되어있고, 우리는 그러한 기획에 맞추어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행복이라는 목표를 성공, 부와 같은 자본주의적 기준에 따라 측정하게 된걸까요? 저는 본 글에서 ‘대한민국 행복지도’라는 사례를 통해 국가적 기획을 거쳐 자리매김한 행복 개념에 대해 소개하고, 행복을 재정의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삶의 역량을 중심으로 일괄적인 기준에 따라 행복을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정치철학자입니다. 그는 개인이 수호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들을 ‘역량’으로 정의하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영위하기 위한 역량의 범주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생명부터 신체건강, 신체무결, 감각/상상/사유, 감정, 실천이성, 관계, 다른 종, 놀이, 환경통제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영역으로 제시합니다. 이러한 역량 중심적인 접근은 정서나 쾌락보다 가치 실현과 의미 창출에 중점을 두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누스바움이 제시한 영역들을 재구성하여 행복을 측정하고, 이렇게 측정한 결과값을 ‘대한민국 행복지도’라는 사이트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행복지도는 국민행복지수를 지역별로 상위 20%에서 하위 20%까지 분류하여 나타낸 통계자료입니다. 여기에서 활용된 국민행복지수는 건강, 안전, 환경, 경제, 교육, 관계 및 사회참여, 여가, 삶의만족도를 종합한 지수로 각 요소별 다양한 통계를 기반으로 도출한 값입니다(표 1, 이미지 1 및 링크 참고).


표 1(좌), 이미지 1(우)


대한민국 행복지도 : http://www.happykorea.re.kr/data/data.php?idx=1&dc_idx=1



   행복지도가 제시하는 국민행복지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집합의 행복을 통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자본주의적 계급성을 내재한 지표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국민행복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중 ‘건강’ 역량을 측정하는 기준은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율’, ‘인구 천명당 의료기관병상수’, ‘건강생활 실천율’ 등인데, 이는 언뜻 보기에도 자본을 가진 자가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지표들임에 분명합니다.


   사라 아메드는 행복이 자본의 적고많음을 기준으로 구성되는 현상에 대해 긍정 심리학 지지자 중 한 명인 앨런 카‘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특유의 성격적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루트 빈호벤의 서술을 인용하며, ‘행복의 얼굴은 특권의 얼굴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경제적으로 번영한 국가들, 자유와 민주주의가 존중받고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곳일수록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행복한 사람들은 소수자 집단보다 주류 집단에서, 사다리의 하단보다 상단에서 일반적으로 더 많이 발견된다. 그들은 보통 기혼이고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 그들은 돈을 버는 것보다 사회적, 도덕적 문제에 더 신경을 쓴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보수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다. (Veenhoven 1991: 16)

『행복의 약속』 p.31, 사라 아메드



   대한민국 행복지도와 행복한 사람들의 성격적 프로필 속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자본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점에서 유사해보입니다. 이렇듯 자본중심적인 요소들의 총합으로 행복지수를 도출하는 것은 행복을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그리고 자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로서 행복을 이해하는 것은 자본 획득 과정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행복’의 경로로부터 이탈시키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유년기의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자본이란 걸 알게 된 시점부터 우리는 막막함과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정도의 자본이 우리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지 그러한 수준의 자본을 갖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재 수준에 만족하며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으로 칭하자니 사회가 규정하고 국가가 승인한 ‘행복’의 모습과 나의 모습 간의 괴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행복이 자본주의적 기준에 의해 도출되는 결과값이 되면 우리는 그저 각자가 속한 범주 내에서 숫자로 측정된 삶을 살고 있는 객체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러한 계산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잊고, 인간성을 상실한 채 자본의 명령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를 밀어내기도 하면서 말이죠. 이러한 문제의식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의 형태가 과연 무엇인지 묻게 만듭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곧 행복으로 향하는 길일거란 생각을 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이 답할 차례입니다. 여러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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