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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구 Jan 25. 2022

나는 접속한다, 고로 행복하다 / 도나 프레이타스

나는 SNS에서 ( )한 사람이에요




   ‘핸드폰(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톡, 블로그)만 보다가 하루가 다 갔어’ 제가 최근 3년간 가장 자주 한 말입니다. 저는 불과 얼마 전까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잠이 들 정도로 휴대폰’만’ 봤습니다. SNS 속 사람들의 행복해보이는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비교하며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자해하듯 휴대폰을 더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행복한 사람들의 무리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위장하여 스토리를 올렸습니다. ‘아 넘 좋ㄷ ㅏ 하트 이모티콘’ 같은 의미 없는 코멘트와 함께 말이죠. (깊은 고민 없이 생각나는대로 썼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넘 좋다의 ‘다’는 대충 ‘ㄷ ㅏ’로 띄어쓰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렇듯 SNS에서는 글자 하나하나까지 철저한 기획 하에 작성됩니다.)


   SNS 속 사람들은 모두가 꿈꾸는 직업(또는 직무)을 멋지게 해내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행복하게 꾸려가는 것만 같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분야에서 너무도 탁월하고 완벽해보이며, 그들의 프로필에 적힌 타이틀은 근사할 따름입니다. 그들의 노력에 응답이라도 하듯 그들에겐 계속해서 스스로를 성장시킬만한 새롭고 도전적인 제안과 기회들이 쏟아집니다. 그들은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삶을 균형있게 조율합니다. 수많은 (유명한) 친구와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이야말로 ‘행복’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나를 초라하고 초조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나의 초라함을 소셜미디어에 토로할 순 없습니다. 나의 나약함과 슬픔, 실패하는 모습은 소셜미디어의 문법에 맞지 않으니까요. 취약성을 드러내는 일은 타인의 불편함만 불러올 뿐입니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행복해보일법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SNS에 기록합니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행복하다』를 쓴 도나 프레이타스는 이러한 현상을 ‘행복 효과(happiness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행복 효과란, 어떤 사람의 실제 감정과 상관없이 소셜미디어에서는 늘 행복한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젊은이들은 너무 강박적으로 소셜미디어에 행복한 모습들만 포스팅해야 한다고 여기므로, 이들이 또래들의 소셜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것 또한 모두 행복한 것들뿐이며 그 결과 종종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하죠.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슬픔, 나약함, 실패에 대한 신호가 다른 사람들의 침묵과 거부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학습해왔기 때문에 행복해보여야 하는 강력한 미션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SNS 속 이상적이고 행복해보이는 사진과 코멘트들을 부러워합니다. 현실의 내 삶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죠. 그런 사진들이 넘치는 SNS 속에서 나만 내 고단한 삶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도 행복해보일만한 모습들만 편집하여 업로드합니다. 그러다보면 점차 행동의 과정 중에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 상황을 조작하게 됩니다. 나의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전시하기 위해 어떤 행동이나 활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경쟁적으로 찍어 올리는 행위에 대해 마거릿은 ‘이 순간을 살지’ 못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배경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소셜미디어 때문에] 제 삶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또, 매튜의 말처럼 ‘어떤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성공이 너무 흔하기 때문’이죠.


   도나 프레이타스는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소비하지 않고 우리가 더 나은 소셜미디어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 속에서 발견합니다. 먼저, 가상 자아가 아닌 실제 자아를 소중히 여기고, 다름과 반대에 대한 관용을 가지며, 모든 순간이 반드시 기록되거나 저장되어야 할 필요가 없음을 인식할 것을 제안합니다. 또, 모든 행동과 모든 사람, 모든 경험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일을 그만두고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과 성과를 증명하려는 노력보다 때로는 빈둥거리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며 지내는 일의 소중함을 깨우칠 것을 제안하죠.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제안들을 잘 영위하기 위한 제1의 법칙은 바로 나의 ‘한계’를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알고,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과 행복하게 하는 것을 알아야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그 흐름에 발 맞추고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개척지에서 나의 삶을 구축하고자 애써왔습니다. 이렇게 변화를 좇기 바쁜 세상에서,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란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도나 프레이타스가 제안하듯 의지를 가지고 나를 알기 위해,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모두가 조금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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