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마음이 흔들릴 때, 글이 되었다
살다 보면,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누군가에게 말하자니 별일도 아니고,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 한켠이 묘하게 물결치는 때.
커다란 사건도, 눈물도 아니었습니다.
친구와 마시던 라떼의 따뜻한 거품,
불쑥 건넨 말 한 줄,
봄날 오후 하늘에 닿았던 벚꽃의 질감처럼.
그렇게 스쳐간 감정들에
저는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미처 말하지 못했던 마음,
다 담아내지 못했던 감정의 파편들이
문장이 되었습니다.
이 연작은 삶의 속도에 지쳐 잊고 있던
‘살아 있다는 감각’을 떠올려주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마음도, 한순간이라도
살며시 흔들리기를 바라며.
너는 여름이었다
햇살보다 먼저 창을 두드리던,
조금은 투명한 설렘
나는 너를 덮었다
이불인 줄 알았지만
그건 마음의 겹이었다
주름진 감정들 사이
조심스레 손끝을 넣어 펴보면
그날의 웃음, 그늘,
그리고 아직 펼치지 못한 말들이 있었다
우리의 대화는 바람처럼 얇고
침묵조차 시원했다
햇살에 널어 말린 하루들,
그 위에 앉아 우리는
서로를 접었다, 개었다,
그저 바라보다, 마주 앉았다
여름은 그렇게 지나가고
나는 아직
너라는 계절을 투명하게 접어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