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일을 빼앗길까 걱정하던 내가, 그걸 만드는 팀에 있다
올 한 해 내가 가장 자주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 직무, 계속 존재하긴 할까?”
AI에 대한 이야기가 커져가면서, 디자이너나 개발자의 자리까지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들렸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가’보다 ‘내 일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오랜 재직 후 다시 뛰어든 취업 시장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공고는 적었고, 요구 조건은 많았으며,
'UX',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이름은 점점 여러 역할 속에 섞여 있었다.
포트폴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면서도
내 실력 부족인지, 아니면 기준이 달라진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우리 팀에서 뭘 할 수 있죠?” "AI활용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요?"라는 질문 앞에서
AI는 나의 경쟁자이자, 동시에 가장 가까이해야 할 도구가 되어 있었다.
현재 나는 생성형 코드 AI 서비스 개발 팀에서 일하고 있다.
위협으로 느꼈던 그 영역을, 지금은 업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낯설지만 즐겁다.
이 도메인에 일하면서 크게 깨달은 건,
AI는 생각만큼 모든 일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제품을 개발(디자인)하는 설계자로서 대신 결정해야 할 게 훨씬 많아졌다.
이 기능을 자동화해도 되는지,
어디까지를 시스템이 판단하게 둘 것인지,
그리고 사용자는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
질문의 중심은 단순히 만드는 것에서
어디에 책임을 남길 것인가를 정하는 일로 옮겨가 있었다.
북미와 인도 타깃의 제품을 설계하며 해외 아티클과 다양한 사례를 접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공통된 문제의식이 반복됐다. (지난 글 참고, DX를 지나 AX로 가는 이야기)
AI와 자동화가 확장될수록 UX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까다로워진다.
더 쉽고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어디까지를 시스템에 맡기고, 어디부터를 사용자에게 남겨둘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좋은 UX는 더 친절한 경험이 아니라,
사용자가 판단을 내려도 불안하지 않은 구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UX를 설명할 때 ‘경험’이라는 단어에만 국한하지 않고
‘결정’과 ‘책임’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떠올렸다.
곧 다가올 2026년에는
막연히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다짐보다는 조금 덜 단정적인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단번에 빠르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판단의 여지를 성급하게 지워버리지 않는 UX를 설계하고 싶다.
2025년은 나를 증명하려 애썼던 해였다면,
2026년은 사용자 판단을 가볍게 다루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해가 될 것 같다.
아마 그 다짐 하나만으로도,
올해 회고는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