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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Aug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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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 제목을 붙인다면 무엇이 되나.

 순간에 오롯이 나를 쏟을 수 있기를.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향하지 않을 이 바람 하나가 나의 욕심이 아니기를. 홀로 앉아 잘 쓰지 않는 일기장에 잘 나오지도 않는 펜으로 무엇인가 끄적여보다 이내 그어버리곤 하는 이 시간이 마냥 텅 비워져 있는 그저 '순간'에만 지나지 않기를. 수많은 바람들로 가득한 이 순간들이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언제든 나에게 돌아와 주기를 바라기만 하는 요즘이다.


 다정하고 정중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심하고야 만 한마디에 할 말을 잃은 누군가의 처음 보는 표정을 보게 되는 일이 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써 꺼낸 말에 서둘러 덧붙일 말을 찾아내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솔직함을 바라는 눈빛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 점차 공고해지면서도 아니었으면, 누군가 멍청한 생각이라며 혼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정함을 타고난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며 주저앉아있던 순간들이 뭉쳐 입을 막는다. 발을 붙잡는다. 알맹이 없는 말들로 웃음을 보이고 가벼움을 연기한다. '말'은 어렵더라. 어려움에는 망설임이 따라오고, 망설임은 다시 어려움을 만든다. 망설임은 머뭇거림으로 번지고, 머뭇거림이 결국 걱정을 끌고 온다.


 그저 앉아서 걱정해보았자 하등 쓸모없음을 알아도 달라지는 건 없다. 어느새 나오는 한숨과 얼굴을 쓰는 마른 손길로 멈추는 시간을 흐르게 한다. 붙잡으려 하면 달아나더니 어느새 주변에 덕지덕지 붙어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시간들을 떨치려 크게 숨을 내쉰다. 내쉬는 숨이 삶의 유일한 증거가 되어준다.


 모든 순간에 집중해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또 사랑하기 위한 일들을 해내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바람은 아마 분명한 욕심이겠지. 몇 달간, 어쩌면 몇 년간 그 욕심으로 시간을 채웠다. 기억을 붙잡아 글로 남기고 글을 모아 다시 어딘가에 저장해 두고, 그중 일부는 나누기도 하면서. 때로는 사진으로도 담고, 영상으로 남기기도 하며 나의 '오늘', 나의 '순간'이 무척이나 소중해서 향까지 붙잡을 수는 없을까 안달하기도 했을 것이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다 이내 집착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그저 좋았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모든 순간에 깃든 사람, 음식, 풍경, 혹은 그 모두를 담은 어떠한 존재들이 행복하게 다가와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여전히 서툰 말과 글이 아쉽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순간에 알맞은 글과 말을 찾으려 나는 또 다가올 나의 '오늘'의 '순간'들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또 바라보는 삶을 살아야지. 바라기만 하는 공상가라고 해도 좋다. 바라는 순간 우리는 온전히 그 순간에 속한 존재일 수 있으니.


결국 그러니까. 우리가 오롯이 이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나는 노력하겠다는 그런 말을 또 전해야겠다.


순간을 맞이할 때의 말과 생각을 담은 제목을 지어 글에다 붙여두어야지. 우리가 이 순간 함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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