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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로부터 진정은 Mar 27. 2024

[식食탐구] 제주 멸치 아카이브

2024.3.27(수) 


매주 식재료 1개를 깊이있게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고 오늘의 주제는 "멸치"다.

남해로부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아카이브한 식재료가 "멸치"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장의 생멸치 외에 "죽방멸치"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죽방멸치 어업이 점점 축소되고, 대부분의 죽방멸치는 대량으로 수매가 이루어지고 있어 우리의 손에 닿지 않는것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이 단어를 자주 쓰는듯한데, 나의 의지이다)

포기하지 않고 멸치를 찾을것이고, 수심깊게 멸치의 이야기를 살펴보려고 한다.


남해안과 제주안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고 늘 묘하게 다른듯 같은 살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제주의 멸치에 대해 아카이브 한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비양도 꽃멸치(샛줄멸) / 청어과

비양도 샛줄멸을 알기전, 제주에서 나오는 모든 멸치는 꽃멸치인줄 알고 있었다. 

비양도의 꽃멸치는 몸통 가운데에 뚜렷한 은색줄이 표식이다. 실제로 멸치과가 아닌 청어과에 속한다고 한다.

6월15일부터 8월 여름한철동안 한시적으로 비양도 조업이 가능하다.

청어과라니, 그렇다면 햇볕에 말려 포항의 과메기처럼 먹을 수도 있겠다 싶어 아카이브하는 동안 군침이 돌았다.

비양도에서는 회로도 많이 먹고, 섬안의 섬 비양도에서는 그야말로 '백성의 물고기'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을듯 싶다.

꽃멸치를 채취하는 영상은 대한민국 '섬' Korea Island Youtube 에서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섬' Korea Island Youtube


오래전에 제주 한림읍 옹포항에 가면 저녁 무렵 멸치 떼가 부둣가로 튀어오르고, 동네 주민들이 달려 나와 멸치를 바가지로 주워 담았다고 하는데, 이 모습은 마치 부산 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제주에서 부둣가로 튀어오르는 멸치떼를 만나러 꼭 한번은 가봐야겠다.


보통의 멸치는 젓갈을 담아 오래두면, 멸치살이 삭아서 국물만 남아 이것이 멸치 액젓이 되는데

샛줄멸은 살이 단단해 젓갈을 담아도 육질이 남아 있어 고기 육(肉)의 단어를 붙여 육젓이라 부르기도 한다. 


멸치과는 아니지만, 우리는 비양도의 샛줄멸을 꽃멸치라 칭하고 실제로 참멸치에 비해 꽃멸치의 가격이 많게는 8~10배가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번 여름에는 비양도를 찾아 꽃멸치를 맛보고 신선한 회로도 즐겨봐야겠다.



추자도 은멸치(멸꽃) / 멸치과

추자도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제주의 섬이다. 작년 추자도로 아카이브를 떠났을 때 집집마다 젓갈을 담궈놓은 드럼통 부대를 보고 술을 담궈 놓은 일본의 교토가 생각이 났다.

추자도 멸치는 보통 10cm이상되는 대멸치로 젓갈/액젓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가을에는 알이 차서 육질이 단단하다.

멸치 산란시기인 8~9월에 멸치잡이가 시작되고, 추자도에서 부르는 멸꽃(꽃멜)의 의미는 바다 수면 위에서 멸치떼가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꽃이 핀것 같다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가을 멸꽃, 가을 바다에서 피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자도의 멸치는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추자도 멸치는 젓갈을 담아두면 잘 삭아버리기 때문에 액젓으로 많이 만들고, 보통 추자의 멸치액젓은 3년 숙성이 기본이다.

추자도에 멸치 제철이 오면 멸치를 잡아먹고 사는 더 큰 어종들도 추자바다를 찾는다. 특히 가을 추자는 삼치가 제철이고, 사계절 양식장이라고 불릴 만큼 언제나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


"가을에 멸꽃풍년이 들어야 배를 곪지 않는다" 는 추자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멸꽃이 얼마나 추자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추자도에서는 멜국을 끓이는 방법이 된장찌개와 비슷한데, 된장찌개가 베이스가 되고 거기에 신선한 생멸치를 뼈와 내장만 발라내서 넣는다. 그리고 간은 추자 멸치액젓으로 맞추는 방식이다.

멸치 요리를 할 때는 생멸치를 소금에 빨래하듯이 해야 멸치 비늘과 불순물이 잘 떨어진다고 한다.


추자도 근처에 큰 미역섬, 작은 미역섬이 있는데 이 곳에서 멸치잡이가 활발하다고 한다.



제주 멸치잡이

제주에는 바다에도 돌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바다에 있는 돌담을 원담(돌 그물)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제주에서는 바다에 낮은 돌담을 만들고 원담에서 멜을 채취하기도 했다. 남해의 죽방렴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밀물에 들어온 멜이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방식이다. 그러면 마을의 장정들이 모여 큰 그물로 한꺼번에 멜을 건져올린다. 그야말로 생태어업 그 자체, 슬로우 푸드를 먹는 방법이다. 


요즘의 멸치잡이는 바다에 칠흑같은 어둠이 깔리면 멸치잡이 배는 불빛으로 유인해서 대형 그물로 멸치를 잡는다. 멸치가 있는 위치는 해수면이 쭈글쭈글해보여서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때 집어등(야간에 물고기를 잡을 때 어류를 유인하기 위해 배에 켜는 등불)의 역할이 중요한데 꽤나 과학적인 접근방식이다. 

<참고> EBS 다큐 #골라듄다큐 / 오른쪽 집어등


멸치는 수심 10m 아래에서 활동하고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다. 집어등을 키면 플랑크톤이 불빛에 반응하는데 이것을 통해 멸치떼를 유인하는것이다. 

집어등을 통해 멸치떼가 몰려오면, 배의 선원들은 난데없는 소란을 피운다. 마치 난타를 하듯 주변의 모든것들을 이용해 소음을 만든다.

멸치들은 시끄러운 소리에 반응하기 때문에 놀라서 그물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물안으로 들어온 멸치는 평균 800kg, 최대 2톤의 무게까지 나간다고 하니 한번 들어올리는 무게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물에서 나오자 성질 급한 멸치는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이때부터 신속하게 멸치의 신선도를 위해 이동해야 한다.


뭍으로 올라온 멸치는 섬에서 저장이 어려워 부둣가에서 바로 소금을 부어 염장한다.

염장한 멸치는 젓갈로도 사용하지만, 대체적으로 3년간 숙성해 액젓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갓잡은 멸치로 무친 멸치회무침 한번 먹어봐야 할텐데, 그것이 꽃멸치라면.. 식상상을 더해본다.




제주 멸치 음식

제주 입말음식편 멜튀김의 레시피를 보면 멜 머리만 제거하고, 메밀가루로 부쳐서 (유채)기름에 튀겨먹는다고 한다. 메밀가루와 유채기름의 조합이라니, 그야말로 제주의 맛이다.

제주에서는 생각보다 익숙하게 제주의 멜을 만날 수 있다. 멜국, 멜젓, 멜튀김 등 여러 식당에서 제주의 멜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고 있고 오일장에서는 햇볕에 건조시킨 마른멜을 심심찮게 본다.

저 멜을 어떻게 먹는걸까 궁금했었는데, 제주의 멜지짐(조림)은 남해의 멸치조림과 달리 마른 멜을 사용하여 만든다. 이것이 전통적인 제주의 멜지짐 조리법이다.

하지만 멜국이나 멜튀김은 꼭 생멸치를 사용하고, 멜국에는 제주의 노물(나물) 배추가 들어가서 시원하면서도 기름기가 느껴지는 국물을 먹을 수 있다.




그 외의 아카이브

- 멸치는 난류성 어종으로 물이 차가우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 멸치가 나오는 계절이 되면, 방어가 살이 빠진다. 멸치는 바다위를 뛰어다니기 때문에 맛있는 멜을 먹기 위해서 방어가 함께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 보리 익는철에 맛있는 멸치 

- 일본 가고시마 지방에 꽃멸치가 많이 나오고, 기비나고(꽃멸치) 봉지라면이 있을정도. 봉지라면에 고양이가 물고 있는 이미지가 재미있다.

https://www.location-research.co.jp/kyoudoryouri100/vjy/jts/menu/118/kr/



참고자료


[샛줄멸]

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057515

http://fishillust.com/Spratelloides_gracilis


[원담에서 멜 건지기]

http://metizen.co.kr/%EB%A9%9C-%EC%9E%A1%EC%9C%BC%EB%9F%AC-%EA%B0%80%EA%B2%8C-%EB%A7%88%EC%94%B8/


[비양도 꽃멸치 채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fu4_xuOFJ5g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62651.html


[집어등 유인방식]

https://www.youtube.com/watch?v=l 0c1wYU-J-M


[제주멸치음식/양용진 셰프님]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0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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