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하지 말자.
시간은 잔인하지만 공평하다.
잠들어 있는 것, 깨어 있는 것, 여기에 있는 것,
저기에 있는 것, 모든 것들 위로 흘러간다.
모두에게 어린 시절을 주고
모두에게 청년을 주고 모두에게 노년을 준다.
나와 그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자.
예기치 않았던 슬픔이 있다면
또 예기치 않았던 기쁨도 있겠지,
그러겠지, 하는데도 끈질기게 소슬해진다.
우리는 서로 견디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줄 거야.
나도 모르는 채 그에게 입힐 상처,
왜 그렇게만 생각해?
우리는 서로 견디기 위해 서로를 위로할 거야.
나도 모르는 채 그에게 받을 위로.
꿈은 오로지 사라지기만 하는 건 아닐 거다.
육체는 오로지 낡아가기만 하는 건 아닐 거다.
사라지고 낡아가면서 남겨 놓았을,
생에 새겨 놓았을 비밀을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뿐일 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함부로 살지 않는 일.
그래, 함부로 살지 말자,
할 수 있는데 안 하지는 말자.
이것이 내가 삶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적극성이다.
신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