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by 정온





꽃잎, 떨림으로 말을 걸 때

우리는 걸음을 멈춰야 해


길모퉁이

무심코 돌린 고개에

수줍은 백일홍

나를 온전히 바라보고 있네


무슨 말을 건네려나

말없이 웃는 얼굴로

제 자리 묵묵히 지키는

존재로도 고요해


같은 자리 해마다 피어나도

꽃은 저마다 다른 빛을 품고

나의 얼굴도

또 다른 세월을 새겨가네


바람 스치듯 무심히 흐른 시간

깨닫는 그 한마디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알아

변하지 않는 건 없지


올해의 백일홍은

백일을 피우고

그보다 더 짙은 향기로

긴긴 여운 남겨주면 좋겠네


내 몫의 아쉬움까지도

너의 고운 빛으로

물들여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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