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곗바늘

by 정온


너와 내가

한 올 한 올 엮어낸 줄이

어느 날 문득 운명이 되었네


봄바람 스치는 찰나,

벚꽃 잎 흩날리던 그날처럼

우리의 시작은 예고란 없었어


서로의 마음을 엮은 매듭,

가볍게 묶였으나

풀리지 않는 온기로 남아


시간이 흘러도

그 줄은 식지 않고 따뜻해

엉키고, 때론 멀어지더라도


시간은 결국,

만남과 이별로 감춰진 시곗바늘

서툴고도 아름다운 손길의 무게


저 하늘 아래

불어오는 이별의 바람,

오늘도 바람개비를 영원히 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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