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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화원 Nov 17. 2021

바퀴 달린 것은 출입금지예요

시월의 한파 이후 날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오후였다. 평소 같으면 남편이 있을 때 아기를 데리고 나간다. 큰 마음먹고 혼자 아기와 함께 동네 공원을 찾았다. 걸어오면 10 분 정도면 올 수 있겠지만 돌도 안된 아기를 데리고 오려면 챙길 것이 많아 차를 타고 왔다.


 공원에는 축구장 크게 있었다. 두발로 두 바퀴 반을 돌아야 1km가 되는 크기였다. 축구장에는 인조 잔디가 깔려 있고, 옆 언덕에는 풋살장과 농구장이 있는 규모였다.  테두리로 트랙이 있어 임신 전에도, 임신했을 때도 자주 찾아 걷기 운동을 하던 곳이었다. 아기를 낳고 나서도 아침 일찍 친정에 아이를 맡긴 , 걸으면서 햇빛을 쬐고 자연을   있는 고마운 장소였다.


 아기와 오는 공원은 새삼 달랐다. 트렁크에 있는 유아차를 꺼내고, 카시트에서 유아차로 아이를 옮겨 태우고 각종 간식과 기저귀, 우유 등이 담긴 가방을 챙겼다. 애매한 오후 시간 대라 그런지 사람도 없고 좋았다. 아이는 꽃과 그 주위를 움직이는 벌, 나비를 보는 것을 신기해했다. 아기와 공원을 단 둘이 온다니, 그 사이에 이렇게나 컸나 싶고 이제 어디든 같이 갈 수 있는 날이 오는구나라며 감탄하였다.

오늘의 일탈을 기억하려 벤치에서 앉아도 보고 물도 마시며 사진도 찍었다.


 다시 이동하려는데, 평소 뵙던 분과 다른 관리인께서 다가와, “이륜차는, 바퀴 달린 것은 출입금지예요.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요.” 외쳤다. 축구장 밖 테두리로 트랙이, 또 그 주위로 높은 그물망 펜스가 쳐져있었다. 그 펜스 밖 나무들을 가지 치는 작업을 하다가 나와 아이가 보여 외쳤던 것이다. 말을 듣자마자 죄를 지은 것처럼 “네.. 네 알겠습니다.” 황급히 대답하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에게 이제 집에 가자며 혼잣말을 괜히 크게 했다.


바로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유아차는 바퀴가 사륜이다. 이륜차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또는 킥보드 같은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주민들이 유아차보다는 그 종류의 사륜차가 트랙에 있을 때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트랙이 망가질까 봐 그런 건가? 등 복잡한 질문들이 떠올랐다.


바로 출입구 쪽에 있는 공원 안내문을 확인했다. 이륜차에 대한 언급은 있었으나, 유아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원 내 사무실에 음식을 배달하러 온 오토바이가 보였다. 안내문에는 음식 섭취에 대한 금지 사항 또한 있었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안내문에는 없는 금지 사항을 지켜야 하는가. 호기롭게 단 둘이 나선 엄마의 마음은 나오자마자 쪼그라들었다. 노 키즈 존 카페 같이 문전박대를 당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점점 무거워지는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은 키즈카페뿐일까. 키즈카페는 아무래도 취향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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