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삿포로 여행기
눈 오는 삿포로 도착!
7박 8일 삿포로 여행 첫날, 오후 비행기를 타고 삿포로 도착.
해가 진 어두운 하늘에서 빛나는 함박눈이 쉴 새 없이 내려왔다. 눈이 잘 오지 않는 대구에서 태어난 나는 함박눈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자랐고,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어 서울에 처음 상경했을 때 본 함박눈이 너무 신기했었다. 주변 서울 친구들은 녹으면 질척거리는 눈을 싫어했지만 난 언제나 눈을 보면 설레기만 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별다른 일이 없어도 괜히 바깥에 나가 흰 눈이 쌓인 거리에 내 발자국을 한번 찍어보곤 하는 것이다.
금쪽같은 연차를 반년 동안 모아 회사 사람들의 눈치를 봐가며, 그것도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에 삿포로에 온 것.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삿포로에 온 건 사실 큰 이유는 없었다.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오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되는 도시라는 것이 내가 아는 삿포로의 전부였지만 언젠간 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첫 직장을 반년 좀 넘게 다니던 중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치 예견된 상황인 것처럼 나는 당일에 삿포로행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고 말았다. 그렇게 조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직장인에게는 꽤 긴 여행이었지만 나에겐 당연히 예정되어 있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삿포로에 도착해 숙소 근처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내가 본 것은 온통 흰색인 밤거리였다. 펑펑 내리는 은빛 눈 사이로 우산도 없이 숙소를 향해 걸어가자 내 머리, 어깨, 눈썹과 속눈썹 위까지 눈이 쌓였다. 동화 같은 기분은 잠시, 어깨에 맨 여행가방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머리는 방금 감은 사람처럼 축축해지고 거리는 미끌거려 한 발 한 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음.. 다 좋은데 지금은 눈이 잠깐 그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