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랑글쓰기#1 혼자
나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며 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혼자 일을 해야 한다. 무엇이든 일장일단이 있지만, 나는 혼자 일하는 게 아무래도 좋다.
지금의 일을 하기 전엔, 광고대행사에서 근무를 했다. 회사 내부, 외부 할 것 없이 온통 사람들 틈에서 일을 해야 한다. 나의 선배는 1분 간격으로 전화가 울렸었다. 한 번은 팀장에게, 한 번은 클라이언트에게. 선배의 휴대폰 배터리가 무사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나 또한 출근부터 퇴근까지 클라이언트들에게 전화를 돌린 적도 있다. 끊임없이 말하고 듣고, 말하고 듣고, 질문하고.
사실 그건 나에게 큰 부담은 없었다. 나에게 가장 큰 부담은 바로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해야 하는 것. 내가 근무했을 때도 재택근무 제도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정도로 불편했다. 구성원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업무 관련 소리, 행동이 모두에게 공유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고등학생 시절, 과외 선생님은 내게 문제 하나를 주고 풀어보라고 하셨다. 어려운 문제였다. 샤프를 종이에 콕콕 찌르다가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말했다. “저 누가 쳐다보면 아무것도 못해요…” 선생님은 자리를 잠시 피해 주셨고 물론 그 문제는 보기 좋게 틀렸지만, 문제를 푸는 과정만큼은 편안했다. 아무도 안 보니까. 하지만 성인이 된 직장인이 팀장에게 용기를 내어 “저 누가 쳐다보면 아무것도 못해요…”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저 그 부담과 불편을 잘 참아야 하는 수밖에.
혼자 일하는 지금, 그 누구도 나를 쳐다보지 않고 관여하지 않는다. 혼자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부러운 시선을 종종 받는다. 그들의 회사생활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야기해주고 싶다. 남의 떡은 항상 커 보이는 법이라고. 누구도 나를 봐주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일의 총책임자는 '나'다. 그것은 잠 못 이룰 정도로 불안하다. 혼자 일하고 나서부터 가져야 할 무거운 외로움이었다. 회사 선배들은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하며 궁금해질 때도 있었다.
무거움이 매일 나를 짓누르지만 혼자 일할래, 다 같이 일할래 하고 묻는다면 고민 없이 혼자 하겠다고 할 것이다. 선생님이 쳐다보지 않자 편안하게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건, 선생님 방식이 아닌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유를 얻어서인지 모른다. 지금 나는 그 어떤 사람도 아닌 나만의 방식대로 이 세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풀어나간다면 짙은 나의 색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은 아무래도 혼자 일하는 게 좋다.
부디, 결국 혼자 하길 잘했지 하며 중얼거리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