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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책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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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치 May 26. 2022

그럼에도 발길을 잡는 존재들

산책일지 #2

산책길 한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기에, 저도 발길을 옮겨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주인공은 바로 ‘’. 새의 이름은   없지만, 아주 크고 우아했습니다. 며칠 뒤에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그곳으로 향했더니 오리 가족들이 산책 중이었어요. 엄마 오리의 뒤를 씩씩하게 따라다니는 아가들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마음으로 그들의 동행과 성장을 응원했습니다. 저는  발짝 물러서 오리와 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요즘은  장면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불쾌하고 피하고 싶은 일은 산책길에도 존재합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산책을 하는 것인데, 기분만 상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분명 있죠. 산책길도 커다랗고 어지러운 세상 중 한 조각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발길을 잡는 아름다운 장면이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게, 몰두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통해 새삼 느낍니다. 다행스럽기도 하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리가 모두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요.

얼마 전, 옥상달빛의 희한한 시대라는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어제 만난 친구가 눈, 귀 그리고 입을 닫으면 행복할 거라는 이야기를 전했다는 가사가 있어요. 그 가사에 공감하며 ‘그래 안 듣고 말지, 안 보고 말지!’ 하며 체념하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조금 씁쓸한 기분이었는데, 어제 만난 새와 오리가족은 저에게 그럼에도 잠시 눈과 귀를 열면 찰나의 아름다운 장면도 있다고 위로해주었어요. 산책하길 참 잘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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