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치 Feb 23. 2023

바그다드 카페

사막에서 발견한 따뜻한 꽃 

 내용은 영화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영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등장인물 

브렌다 : 바그다드 카페 주인장. 아이들을 돌보고 가게를 관리하느라 바쁘지만 저조한 매출과 게으른 남편으로 인해 늘 지쳐있고 화가 나있다. 남편이 집을 나갈 땐 “내가 너 때문에 다시 우나 봐라!”라고 했지만 홀로 눈물을 흘리며 외로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야스민 : 여행 중 남편과 다투고 혼자 남겨진 야스민. 남편의 캐리어와 자신의 캐리어가 바뀌어 설상가상으로 괴롭다. 우연히 발견한 바그다드 카페의 민박에 머물게 되고 먼지만 쌓여있던 바그다드 카페에 온기를 하나씩 불어넣어 준다. 


 story 

독일에서 남편과 여행을 온 야스민. 여행 중 둘은 다투게 되고 남편은 야스민을 두고 떠나버린다. 홀로 남겨진 야스민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바그다드 카페’에 들어가게 된다. 카페와 주유소 그리고 민박까지 운영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의 분위기도 썩 좋지 않다. 카페 사장 브렌다 또한 남편과 다투고 그는 집을 나가게 된다. 브렌다는 혼자 울고 있었고 그때 야스민이 온 것이다. “여기 방 있나요?” 야스민은 그곳에 머물며 바그다드 카페의 공간과 가족들에게 다정히 다가간다. 브렌다는 그런 야스민을 의심하고 경계했지만, 그녀의 다정함과 미처 몰랐던 아픔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바그다드 카페에 그들의 우정이 존재하게 되면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사선의 카메라 구도 

영화는 수평이 아닌 사선의 카메라 구도로 시작된다. 안정감을 주지 않고 어딘가 불안정하다. 이 구도는 브렌다과 야스민이 만나는 장면에서 사선이 아닌 수평으로 바뀌고, 안정적인 구도가 계속해서 유지된다. 각자 불안정한 일상으로부터 둘의 만남이 안정을 주게 된다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미리 알려준 듯하다.  



 야스민의 순수한 선의 

야스민은 브렌다가 장을 보러 간 사이, 가게를 깨끗하게 청소한다.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고 먼지를 닦고 어지러웠던 구도를 재정비한다. 장을 보고 돌아온 브렌다는 버럭 화를 낸다. 왜 자신의 허락도 없이 물건을 다 치웠느냐고. 야스민이 그렇게 한 이유는 단지 하나다. 브렌다가 좋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로지 브렌다의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는 목적 하나만 두고 땀을 흘리며 청소했다. 야스민의 선의는 브렌다에게 무례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곧 깨끗해진 공간을 만족해한다. 야스민은 순수하고 단순하다. 야스민 자신조차도 기쁠 일이 없음에도 브렌다가 기쁘다면 자신도 기쁠 것이라 생각했다. 야스민의 선의를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지만,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쁠 것이라는 그 마음으로 베푸는 선의. 



 나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야스민은 바그다드에 머물며 브렌다의 가족들과 가까워진다. 브렌다의 아들 살로모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지만 늘 피아노를 연주한다. 때로 엄마는 피아노를 그만 치라며 타박을 준다. 야스민은 피아노를 치는 살로모에게 다가가 계속 연주해 달라고 한다. 야스민은 눈을 감고 오랫동안 그의 연주를 듣는다. 살로모의 첫 관객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이 연주를 귀담아듣고 있었다. 

브렌다의 딸 필리스는 사춘기다. 외모를 꾸미는데 관심이 많고 매일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 어느 날 필리스는 야스민의 방을 청소하러 들어왔다가 야스민의 방에 걸려있는 옷들에 호기심을 가진다. 야스민은 그런 필리스를 혼내지 않고 하나둘씩 입혀주며 필리스가 행복해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 후, 살로모와 필리스는 자연스럽게 야스민의 방에 머문다. 셋은 한없이 편안해 보이지만, 브렌다는 불편하다. 또 한 번 분노하며 그녀의 방문을 연다. “더는 못 참아.” 브렌다는 야스민에게 화를 쏟으며 “가서 당신 자식들이랑 놀아요.”라고 한다. 야스민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난 자식이 없어요.” 

 둘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브렌다 또한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며 사과한다. 숨기고 싶기만 했던 결핍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조금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함께 잘 일어나고 싶은 용기도 생긴다. 

 아무도 내 곁에 없는 것 같은 외로운 순간들이 있다. 홀로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데 감당하지 못할 때도 있다. 우린 때때로 이 불안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급해지지만, 평안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브렌다와 야스민의 만남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길을 잃고 걷다 보니 우연히 발견한 바그다드 카페처럼, 계속해서 걷다 보면 무엇이든 찾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둘의 만남이 서로에게 새로운 용기를 준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나에게도 분명 생겨날 것이라고.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이 캐리어를 끌고 나도 계속해서 걸어본다. 



 바뀐 캐리어 속 숨어있던 희망 

 야스민은 남편이 떠나고 민박집에 들어와 캐리어를 열어본다. 캐리어는 본인이 아닌 남편의 것이었다. 홀로 남겨진 것도 서러운데 자신의 물건까지 잃었다. 야스민은 캐리어에 있던 마술도구를 꺼내 연습해 본다. 실력이 수준급이 된 야스민은 브렌다 그리고 카페의 가족들에게 선보이게 되고 그들과 가까워진다. 야스민의 마술실력은 점점 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카페에 손님들로 가득해진다. 야스민을 경계했던 건 브렌다뿐만이 아니다. 필리스 또한 야스민의 다정함을 처음부터 받아주지 않았지만, 남편의 캐리어에 있던 옷들에 호기심을 가진 필리스에게 직접 입혀주고 춤을 가르쳐주는 시간을 보내며 둘은 친구가 된다. 자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된 것이다. 

 뒤바뀐 캐리어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지만 사실 새로운 길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상실감에 빠진 지난날들을 떠올려보면 무언가를 상실한 것이 아닌 무언가를 새로이 얻는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상실했다 하더라도, 캐리어 안에 또 다른 것들이 채워지기도 했다. 삶은 늘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캐리어를 생각하면 즐거워질 것 같다. 



 야스민 옷의 변화 

야스민이 처음 바그다드카페에 올 때는 위아래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왔다. 쓰고 있는 모자까지도 검은색이다. 하지만 야스민이 이곳에 머물면서 옷의 색깔은 점차 밝아지게 되고, 잠시 떠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새하얀 옷을 입고 나타난다. 어두운 검정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영화는 야스민이 바그다드카페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 야스민이 처음 이곳에 왔던 장면을 잠깐 보여준다. 그녀가 입은 옷도 표정도 모두 어두웠지만 현재의 모습을 다시 비추었을 때 그녀가 입은 옷보다도 더 밝게 웃고 있었다. 야스민은 변화하고 있음을, 행복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씬이었다. 



 Calling You 

이 영화는 ‘Calling You’라는 ost도 유명하다.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영화와 잘 어울려서라는 이유로 생각했지만, 이 노래의 가사를 보고 왜 사람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지 납득이 갔다. 노래는 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품고 있고 ‘우리 모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알고 있어’ 그러니 ‘나는 너를 부른다’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영화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모두에게 들려주는 따스한 위로처럼 느껴져 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것 같다. 


A hot dry wind blows right thru me

The baby's crying and I can't sleep

But we both know a change is coming

Coming closer sweet release

I am calling you I know you hear me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