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예비작가들을 위해
브런치에서 글을 연재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글솜씨도 그렇게 훌륭하지 않고 전문 지식도 거의 없는 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겠어?'라는 생각에 도전조차 해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휴대폰 메모장에 써 둔 버킷리스트에 적힌 '브런치 연재'를 보고, 더는 미루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검색해서 많은 팁들을 보고, 글을 하나 둘 써내려갔다. 그리고 한 번에 작가에 합격했다!
나와 비슷한 브런치 예비 작가들을 위해, 내가 찾아봤던 수많은 합격후기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던 것들과 스스로 느낀 합격 포인트를 소개한다.
특별해야 한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경험(지식)'이 특별하거나, '시선(시각)'이 특별하거나. 그런데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 중 눈이 튀어나올 만큼 특별한 경험이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나와 같이 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나는 아직 직업도 없어서 더 평범하다)일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시선이란 그 사람만의 성격, 기호, 환경, 인간관계 등에서 나오는 아주 고유하고 특별한 것이다. 열 명에게 같은 달걀을 주고 프라이를 시키면 모두 다른 모양의 달걀 프라이를 만들어 내듯이, 누구나 겪는 평범한 사건 속에서도 나만의 스페셜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게는 나만의 특별한 시각이 있습니다!'라고 심사위원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글 하나로 그것을 어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에, 추천하는 방법은 독창적인 시리즈 제목을 짓는 것이다. 그냥 '일상 이야기', '나의 소소한 하루' 같은 제목보다는 '카메라맨의 뷰파인더', '해피 선데이' 같이 뭔가가 있을 법하다고 느껴지는 것으로. 물론 제목만 독창적일 게 아니라, 글에 공통적인 소재가 등장하면 좋다. 좋아하는 빵에 대해 연재한다거나, 매주 일요일마다 달라지는 일상에 대해 연재한다거나..
그렇게 무슨 글을 연재할 지 정했으면, 자기 소개로 넘어가면 된다.
작가님이 궁금해요
'PD가 되고 싶은 철학과 5학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게 모토입니다. 매일 일기를 씁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순간을 담고,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처럼 좋았던 순간을 몇 번이고 추억하며 살아갑니다.
글을 연재하며 코로나로 인해 사라진 우리의 '여행'을 되찾으려 합니다. 어제처럼 생생한 지난 여행들에서의 특별한 경험과 풍경, 깨달음을 나누고,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게 해 주는 저만의 취미, 취향, 철학 등을 계절감이 느껴지는 편지 형식으로 나눠보고 싶습니다.'
1문단에는 자기 소개를, 2문단에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지를 작성했다. 곰곰히 생각해봤을 때, 내 인생 경험 중 객관적(?)으로 그나마 특별하다 할 만한 경험은 교환학생과 혼자 여행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현재의 흘러가는 이야기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일상 이야기를 '계절'이라는 소재를 녹여내어 연재할 것이라고 썼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자기소개는 그리 길지 않게 쓰는 것을 추천한다는 글을 봤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브런치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브런치에서 발행할 글의 주제나 소재, 대략의 목차)
<여행을 일상처럼> - 혼자여행, 일본, 교환학생
1. 후쿠오카
- 하카타 낭만
- 빵집 행복
- 가자! 고양이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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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아까 정한 내 시리즈의 제목과 목차, 키워드를 적으면 된다. 줄글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닥 길지 않아도 되지만 '내게 구체적인 연재 계획과 글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 같았다.
정리하자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 내 인생에서 다른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했을 만한 일은 무엇인가?
- 나는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며,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가?
-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할 때, 그 '다름'은 어디에서 오는가?
- 내 글을 독자가 흥미롭게 여길 만한 요소(소재)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중요한 것은 '나만 쓸 수 있는 글'이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조금 귀찮은 과정일 수도 있지만, 정말 자기만의 특별함을 찾아낸 사람이라면 아마 수월하게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작가가 된 후에도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나와 같은 평범한 예비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