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May 22. 2018

루사카로 가는 길

#12. 잠비아


 네 번째 나라 잠비아는 내게 조금 특별한 나라다. 5년 전, 봉사자 신분으로 6개월간 잠비아에서 생활하며 맺은 인연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빅토리아 폭포 다리를 건너는 감회가 새롭다. 두 번 다시 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잠비아에 막상 발 디디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감동이 밀려온다. 내 기억 속의 장소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여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다. 

 잠비아로 넘어오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거쳐온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자전거 족의 출현에 미리부터 안심이 된다. 잠비아는 천만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어 마을과 마을 사이가 그다지 멀지 않고,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비교적 자전거로 이동하기 좋은 나라이다.

본격적인 잠비아 여행에 앞서 빅토리아 폭포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 중 하나인 번지점프를 선택했다.

"원~, 투~(밀기), (떨어짐) 쓰리! 번지~"

영업 종료 가까운 시간에 번지대에 선 나머지, 직원들에게 반 밀려 내 몸을 떠나보냈다. 

영업 종료시간을 준수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번지 점프하다가 목이 삐끗해 열이 난다. "16만 원 가까이 공중분해하고 얻은 것이 몸살이라니!" 몸이 쑤실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 지워지질 않는다. 그러나 이내 "그래, 그래도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했을 거야?" 하며 자신을 위로해 보기도 한다. 하루 8시간 이상씩 자전거 안장에 앉아있으니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보는 버릇이 저절로 생긴다. 그러다 이내 "그냥 페달이나 굴리자"하고 만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페달을 굴리다 보면 하루 쉬어갈 목적지에 도착해 몸을 누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남아공, 나미비아 그리고 보츠와나와 비교했을 때 마을과 마을 사이가 멀지 않아 잠비아는 비교적 식량 구하기도 수월했다. 그렇기에 비교적 짐을 가볍게 꾸리고 이동할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목이 말라 정신이 혼미해질 때면 나타나는 탄산 파는 거리의 상인들과 400에 행복을 교환한다. 탄산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굉장하다.

 더군다나 게스트하우스 가격이 남아공 캠핑사이트보다 저렴한 곳이 많아 실내에서 쉬어가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물론 위생적인 공간과 풍부한 물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텐트를 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에너지가 절약되는 일이라는 것을 잠비아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음식 또한 저렴하여 먹을 것도 많다. 특히 잠비아 빵, 프리타는 우유와 함께 먹으면 점심까지도 거뜬히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든든한, 가성비 좋은 음식이었다.(100원~200원 정도) 가격이 지역 그리고 판매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맛도 조금씩 다름) 사모사 튀김과 닭튀김은 경우에 따라 복통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껏 거쳐온 나라를 통 틀어, 이동을 하는 동안 이렇게나 많은 아이들을 만난 여행지가 없었다. 잠비아 인들은 자신들이 프렌들리 한 민족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 바이 사람이지만 어느 정도 이들의 말에 동의한다. "무중구, 무중구"하며 손 흔들던 아이들과 하릴없이 낮부터 술 마시는 소년들까지. 서슴없이 다가와 손 내미는 그들의 행동에서 순수함과 상량함을 느낀다. 

 잘은 모르겠지만, 잠비아의 남성들, 제법 헌신적인 것 같다. 어쩜 저렇게 로맨틱할까? 싶다가도 이내 그의 고통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헤아리게 된다. 그의 무거운 어깨를 보고 나니, 내가 짊어진 짐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고 기꺼이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수도 루사카(Lusaka)로 놓여 있는 T1, T2도로는 대부분 상태가 좋았으나, 마자부카(Mazabuka)에서 카퓨에(Kafue)로 가는 길은 인상적으로 험했다. 자전거가 버텨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8월, 잠비아를 여행하는 동안 대통령 선거가 있어 유세하는 이들로 굉장히 어수선했다. 어쩌면 위험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는 다행히 기우였다. 그러나 언제든 주의하여 나쁠 건 없다. 

수도 루사카(Lusaka)에 도착하니 높은 빌딩과 그 top을 장식하고 있는 삼성이 보인다. 괜히 감격인걸 보니 없던 애국심도 해외에 나오면 자연히 생기는 모양다. 많은 잠비아인들이 일본 기업인 줄 알던 삼성이었는데, 그 인식에 변화가 찾아왔을지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