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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n 07. 2018

골인(Goal in)

#18. 케냐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마지막 여행지 케냐 국경으로 향하는 길이 매우 스산하다. 어쩐지 내 마음과 닮은 이곳.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매틸알콜에 해 먹던 설익은 밥이 오늘따라 어찌나 맛나던지. 돌이켜 보면 모든 게 소중한 추억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밥을 하는 동안 입 밖으로 노래가 절로 나온다.

탄자니아에서 케냐 국경을 넘어오는데, 독방으로 끌려가는 에피소드가 생긴다. 이유는 입국심사장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 총으로 무장한 두 명의 군인이 어두운 방으로 나를 끌고 가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기념사진 찍었다."

있는 그대로 말했다. 그러나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 없는 그들은 사진기를 채가며,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바른대로 이야기할 때까지 풀어줄 수 없다고 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찍은 사진으로 인해 독방 신세까지 지게 될 줄이야... 그러나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은 돈을 받아내기 위한 빌미라는 것을. 채간 카메라의 사진이 모두 지워질까 노심초사하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마무리 지을까도 생각했지만,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정은 "며칠이고 독방에 있겠다."였다.

약 1시간가량, 실랑이 끝 그들로부터 모욕적인 언사 몇 마디 듣고 풀려날 수 있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방심한 내 탓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입국 심사 용지까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케냐였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한 케냐. 어쩐지 다시 뒤돌아 탄자니아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탄자니아 국경에서 케냐 나이로비까지 약 170km 떨어진 거리. 골인(Goal in)까지 비교적 짧은 거리가 남았다. 국경에서 나이로비까지의 도로 상태는 대부분 좋았으나

나이로비 시내에 들어서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자전거 이용자에게는 자비란 없는 곳. 각별히 접촉사고에 유의하여 라이딩하지 않으면 큰일 날 곳이다.

경유지 카지아도(Kajiado)에서 자전거로는 하루 남은 여행을 시작한다.

계획한 대로, 큰 탈없이 이곳까지 왔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피부색이 많이 튈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릎은 당분간 저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외의 것들이 모두 무사하니 아무렴 괜찮다. 

여행의 최종 목적지 나이로비, 밀리마니 백팩커스. 이제 이곳에서 여행의 진짜 마지막,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위한 준비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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