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느낀 것

생각

by 여름보단가을

오래간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여행 같은 거 귀찮아서 잘 가지도 않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조금씩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다. 팍팍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망이랄까. 다시 돌아와야 하니 도망도 아니지.


거의 10년 만에 비행기를 탔는데, 처음에는 살짝 겁을 먹었다. 하지만 원체 덤덤한 사람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쓸데없는 걱정 대신 곧 들뜸을 느낄 수 있었다. 핸드폰 대신 창밖을 내다 보고, 까마득한 도시를 내려다보고, 구름을 세었다.


그때 나는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긍정적인 도파민이었달까. 이런 사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이 있어야 나는 살아갈 수 있구나.


맑은 하늘과 뭉게뭉게 한 구름, 뜨겁고도 찬란한 햇빛에 비친 바다. 내 머릿속에 늘 도피처로 자리 잡고 있었던 풍경이었다. 너무나도 힘이 들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을 때에 항상 떠올렸던 풍경. 이번 여행에서 나는 그곳을 보았고, 느꼈다.


나는 기준이 없어서 여전히 어렵다. 이만큼이나 좋으면서도, 가끔 멈추려 한다. 사랑은 불확실하면서도 그만큼 믿고 싶은 것이니. 늘 오락가락한다.


아무튼. 이번 여행의 총평은 아주 만족. 앞으로도 지금만 같기를. 평범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바람이 아니기에 간절한지도 모르겠다. 별 탈 없이 사는 게 가장 큰 행운이니까.


지금 나를 문득 괴롭게 하는 것들도, 걱정되는 일들도 부디 무사히 지나가길. 나의 불안이 조금씩 사라져 가길. 저 바다에 두고 왔기를.


오늘도 여전히 존재하는 나의 삶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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