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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섭 Apr 13. 2022

[왜] 브랜드인가

작은 상표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브랜드와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때로는 왜, 무엇에 끌려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듣기도 합니다. 보통 저의 대답은 "브랜드는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라는 것인데요. 하나의 상표에 불과했던 브랜드는 어떻게 사람들과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변모된 것일까요? 오늘은, 브랜드라는 개념이 발전되온 역사에 대해 짚어보면서 브랜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금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브랜드의 시작, 구분하는 표식


혹시 브랜드의 어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브랜드(Brand)의 어원은 “불에 달구어 지진다”, “화인(火印)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되었는데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 가축 등을 “표시하고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구분하는 표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세기 초 산업의 발달로 대량 생산과 유통 등 시장의 규모가 크게 팽창하면서, 같은 유형의 제품을 두고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차별화가 중요시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만들고 유통한 물건인지를 ‘구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요소로 유니크한 상징으로의 상표를 활용하게 되며, 브랜드는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브랜드의 역할, 인식의 지표



미국 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에서는 브랜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판매업자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식별시키고 경쟁업자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차별화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름, 용어, 기호, 상징, 디자인 혹은 이들 모두의 결합체”


브랜딩이나 마케팅을 표현하는 다양한 개념 중 “인식의 경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전에 이를 모두 경험할 수 없으니 브랜드로 간접적인 인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더해, 행동경제학이 우리 시대에 던진 화두인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사실, 합리적이고 정확하지 않더라도 좀 더 쉽고 편한 직관적 의사결정을 추구한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본다면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 만큼이나 또는 어쩌면 그것보다 더 크게 브랜드의 경험과 커뮤니케이션이 구매, 즉 사람들의 어떤 행동이나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브랜드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사람들은 좋은 브랜드를 좋은 제품/서비스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제품 서비스를 경험하기도 전에 말입니다.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브랜드의 발전, 경험으로의 확장


TV 광고에 나오는 치킨의 튀겨지는 소리, 길거리에서 느껴지는 어떤 브랜드의 매장에서만 느껴지는 향을 인식하며 제품을 상기해본적이 있지 않나요?


시각 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브랜드를 상징하는 경험을 주고,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상기시키려는 노력들이 다각화되고 있습니다. 시각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진 탓도 있겠고, 좀 더 후각이나 청각이 좀 더 무의식을 침투하는 감각으로 여겨지는 측면도 있겠습니다.


현대의 마케팅에서는 이런 감각적인 측면을 넘어, 브랜드는 사람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방식 모든 것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부터, 브랜드를 구성하는 사람들까지 소비자와 닿아 있는 모든 경험에 브랜드의 색을 입히려는 시도가 계속됩니다.



브랜드, 삶과 겹쳐지기 시작하다

브랜드가 자신의 범위를 넓혀갈 수록 사람들의 삶에 주는 영향력도 점점 강력해졌습니다. 브랜드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제품, 서비스 정도를 소개하는 정도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로는 경쟁자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그렇게 우리의 삶에 더 깊히 더 강력하게 침투하고자 시도합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화두가 수많은 브랜드의 목표가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제 브랜드는 우리의 생활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생활방식과 문화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우리를 그에 따르도록 요청합니다.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냐는 것은 이제 어떤 삶을 사는 것과 직접적으로 이어집니다. 브랜드가 점점 삶과 겹쳐지는 것입니다.


스타벅스에 매일 방문하는 사람,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파타고니아 옷을 좋아하는 사람, 슈프림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를 찾아 입는 사람, 어떤 강력한 브랜드를 떠올리면 그 브랜드와 어울리는 사람의 개성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이러한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단순한 기능이나 효용을 넘어, “나와 어울리는 브랜드”인지가 브랜드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고려하면, 나와 어울리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것은 가장 비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효율적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일지도 모릅니다. 브랜드가 주는 경험이 제품 그 자체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되기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제품/서비스의 효용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드, 사람들이 모여드는 깃발이 되다

이제 브랜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자아를 실현하고 표현하는 하나의 상징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역할이 단순한 소비를 위한 인식 수단을 넘어 삶의 방식을 규정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하나의 깃발이 된 것입니다.


복수의 유사한 브랜드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의사결정 기준, 비슷한 취향,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랜드를 기준으로 모인 사람들은 디지털 환경을 활용하여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고, 그 커뮤니티와 브랜드가 소통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모인 사람들이 브랜드를 다시 변화시키는 영향력의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브랜드와 사람들의 순환 고리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는 그의 저서 마켓 4.0에서 “초연결 사회”를 제시했습니다. 초연결 사회는 사람들과 기업, 정부 등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가 아주 강력하게 연결되고 소통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에 단순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브랜드 또한 자신의 역할이 그정도에 그치는 것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이 두 니즈가 만나,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속에서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문화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에, 브랜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더 많은 브랜드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따를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록 더 많은 브랜드가 그 가치를 문화로서 제시할 것입니다. 이 연결과 순환의 고리를 우리는 현명하게 인식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왜 브랜드인가, 사람들을 세상을 바꾸는 상상

저는 브랜드를 통해 훨씬 더 깊고 훨씬 더 쉽게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침투하고, 사람들과 연결되고, 영향력을 주고 받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믿고, 이를 위해 오늘도 여러 고민들로 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세상에 낸 어떤 작업들이 갖는 영향력으로 사람들이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갖거나, 변화된 행동을 하는 것들을 보며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도전해볼만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세상에 당신만의 영향력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당신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상징이 되고,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제시하고,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에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아마도 그 영향력은 아마도 상상을 초월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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