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무화과 창업 일기 4

무화과 책방의 북큐레이션이란

by 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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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뭐야?"

올봄 어느날 훅 들어온 큰 딸의 질문이 심장을 철렁 내려 앉혔다.


수익을 잘 낼 수 있을지, 가족에게 너무 이기적인 일이 아닐지 재고 또 재며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던 일.

내 책방을 여는 일이었다.

왜 하고 싶은 일을 당장 하지 못하는지 멋 없이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게 큰 딸은 또 한방을 날렸다.



"그건 우리 사랑하는 거 아냐.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보여주는 게 그게 진짜 우리를 사랑하는 거지."

대문자T인 딸이 무표정한 얼굴로 평소와 같이 높낮이 없는 톤으로 던진 대사에 그만 눈물이 고여버렸다.

아, 카리스마 있는 엄마를 꿈꿨는데 완벽한 실패다. 대신 카리스마 넘치는 딸을 얻었네.

큰 딸의 시크한 지지가 지지부진하던 꿈을 향한 계획에 불을 붙였다.


"엄마 책방 사업자 냈어!!"

지난주 귀가하며 소리치자마자 셋이 쪼르르 모이더니 자진해서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교과 연계 추천 도서가 잘 팔리지 않을까? 내가 목록 뽑아줄 수 있어.."

누가 이런 말을 하겠나. 큰딸이다.


"너 재밌게 읽었던 책이 뭐야?"

둘째는 막내를 데리고 책장에서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마구 뽑아 쌓더니 노트에 제목을 쓱쓱 적어 건넸다.

다음날에는 학교 도서관 신간 중에 재밌었던 목록들도 적어다 줬다.


개업 전에 큐레이터가 셋이나 대기 중인 이런 사치스러운 책방이 또 있을까?

있다. 그리고 운좋게도 그 책방 사장이 나다.

책방 간판도 달기 전인데 벌써 배가 부르고 대박 책방 사장으로 이미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제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수확을 열흘 앞두고 있다는 무화과 농장에 예약 주문을 넣어두었다.

개업식에는 제철 무화과를 잔뜩 쌓아둬야지. 꿈꾸며.

우리 책방의 바지런한 일꾼들도 꼭 소개해야지. 상상하며.


목표는 무화과 철 책방 오픈.

이렇게 한 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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