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탐방 : 밤수지맨드라미(제주 우도)
제주도의 책방 중 유일하게 두 번째 방문이었던 책방이다. 6년 전, 3, 6, 9살의 아이 셋을 데리고 짐을 이고 지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남편 없이 오르던 그날이 생생하다.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심화로 더 이상 비영리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기 어려워진 나는 그해 책방으로의 전환을 처음으로 꿈꿨다. 그래서 밤수지맨드라미 첫 방문 당시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이라는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책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점이 참 고마웠다. 다정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마 그즈음부턴가 우리 가족에게 제주도 여행 공식 주제가가 생겼는데 [여기, 제주도]라는 곡이다. 가사 중에 "모든 게 전부 그대로더라. 바뀐 건 나 하나뿐이더라~"하는 부분이 흘러나올 때면 나는 밤수지맨드라미를 생각한다.
단층 지붕에 소박하지만 바다로 탁 트인 격자 창문, 빼곡히 구석구석 꽂혀있는 책들.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처음 접했던 독립출판물들. 책방 앞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들. 책방의 그 모든 부분들은 자유롭게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들뜬 마음을 더욱 뛰게 한다. 섬에서 섬으로 또 한 번 들어와야 만날 수 있는 이 우도의 유일한 책방은 그래서 소중하다. 기상이라도 좋지 않을 때면 도서 들이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대로 버텨주는 책방이 고맙고, 사장님이 고맙고, 갈 때마다 함께 책방에 머물고 있는 낯선 이들도 고마웠다.
거짓말처럼 예쁜 산호의 이름을 딴 책방 밤수지맨드라미의 방문을 마지막으로 이번 제주도 여행에 다녀온 책방들 모두에 대해 글을 올렸다. 책방을 다니며 마치 각 책방들이 가진 보이지 않는 보석들을 몰래 수집하는 듯했다. 사장님들의 마음들이, 그 분위기들이 하나하나 소중했다.
매주 멀리까지 나가 놀았더니 체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번 주말에는 푹 늘어져 밀린 책을 잔뜩 읽고 싶은.. 바람은 일단 저장해 두기로..